우린 그때
원하지 않는 곳으로 가는 배에 올라 탄 것을
아무도 알지 못했었지.
배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새 것이고 빠르고 튼튼하였단다.
우린 그 배가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안전하면서도 다른 배보다 훨씬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었지.
그랬단다.
10년 넘게 너무나 만족스럽게도
배는 우리의 기대를 부응해 주었었지.
10년 동안,
항해 중 겪었던 수많은 파도와 바람은
그 배에겐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단다.
10년이 결코 짧은 게 아니지?
그 정도면 항해는 앞으로도 안정적일 것이라
그 누구도 확신했을 거야.
그러나 딱 한 번, 그래 딱 한 번이었지.
종전에 전혀 보지도 못한 파도가 딱 한 번 몰려왔었지.
10년이란 이정표를 막 지나고 있을 때 말이야.
허무하게도 그 한 번의 파도에
배는 바로 침몰해 버렸단다.
물에 빠져 허우적대면서 우린
그때서야 그 배가 조금 더 컸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
조금 느리지만
좀 더 큰 배를 탔었어야 했다고.
그래... 후회들 했었지.
역시 예측은
인간의 능력 밖이란 걸,
오만은 항상 그런 걸 숨겨 놓는다는 걸,
그때서야 절감했었지...
우린 모든 걸 잃었단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 이렇게 힘들어 하고 있단다.
근데 얘야,
그 뒤 우린 어떤 소식을 접하게 되었단다.
우리가 아쉬워한 그런 큰 배 타고
도착지로 가고 있던 사람들이
어떤 지역에 들어서자 몹쓸 병에 걸려 하나 둘씩 죽어 갔다고.
얘야, 혹 그 침몰이
또 다른 그 무엇을 의도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럼 도착지는 우리에게 무슨 의미인가?
이러다가 갈 수나 있을 것인가?
존재나 하는 것일까?
얘야, 이 늙은이는 이렇게 생각한단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라고...
그 누구도 모르는 것이라고.
그 어떤 것도…
아니, 그 조차 아직 분명치 않다고.
이 나이 되도록...
그래...
그래서 살아 내는 것인지도 모르지.
누구나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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