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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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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리산 고백성사(告白聖事)

6.25 전란 이후 초기 지리산 등산사에 금자탑을 세운 분으로 부산의 원로산악인 성산(成山)씨가 있다. 그는 1955년 여름 부산에서 15박16일의 일정으로 천왕봉 첫 등정을 한 이래 지리산에 반해 직장도 팽개치고 줄기차게 지리산을 찾았다. 그이의 지리산 산행에 얽힌 갖가지 일화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하다.

성산씨가 미친듯이 지리산을 찾았던 때는 교통이 불편하고 장비가 불비하여 여간한 각오 없이는 지리산에 접근조차 하기 어려웠던 시기였다. 그래서 부산에서 천왕봉을 다녀오는 데는 무려 15~20일의 일정이 소요됐던 것이다. 그런 속에서도 그는 82년 3월29일 벌써 천왕봉 등정 207회의 놀라운 기록을 수립했던 것이다.

성산씨는 1961년부터 시작한 일반산악회의 지리산 등정 리더를 시작으로 66년에는 2박3일의 지리산 시민안내등산을 주재했고, 79년 10월12일에는 부산에서 최초로 천왕봉 당일 등정을 시도하여 성공, 지리산과 부산시민을 1일권으로 좁혀 놓기도 했다. 또한 62년 칠선계곡 등반로 개척 등 지리산에서 많은 업적을 쌓았다.

성산씨는 부산시민들을 줄기차게 지리산으로 이끌고 안내한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부산시민 가운데 지리산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그이의 이런 노력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80년대 중반의 어느날이었다. 지리산의 거인(巨人) 성산씨가 중산리에서 천왕봉을 올려다보며 무릎을 꿇고 느닷없이 대성통곡을 했다.

"제가 지리산을 더럽혔습니다. 어쩌자고 무작정 사람들을 끌여들여 이렇게 더럽히다니요!" 그이는 정말 가슴을 치며 폭포수같은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지리산에의 안내등반도, 발걸음도 끊어버렸다. 어느 사이에 지리산이 뭇사람들의 소음과 무례에 짓밟히고 있는 것에 뒤늦게 눈을 뜨고 고백성사를 한 것이었다.

나는 이제부터 지리산과의 인연과 추억과 사랑의 기억을 털어놓고자 한다.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을 쓰고자 하니 문득 성산씨의 고백성사가 떠올랐다. 지리산 글을 쓰고, 지리산 책을 내고, 지리산 안내를 했던 스스로를 돌아보니 부끄러운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고백성사를 하는 심정으로 숨김없이 얘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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