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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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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단풍의 바다'에 익사하다(1)

1981년 10월 초순 연휴 때였다. 지리산 화엄사~노고단~화엄사~천은사~선암사~조계산~송광사의 2박3일 산행에 나섰다. 50명 가까운 많은 산악회원들이 대절버스를 타고 부산을 출발했다. 신문사에는 연휴가 없어 근무를 해야 했지만, 나는 산행 팀을 인솔해야 했으므로 회사가 결코 하루 휴가를 봐줄 것 같지 않아 무단 결근을 했다.

화엄사 여관촌에 도착하여 숙소를 정한 뒤 우리는 점심밥을 지어먹었다. 그런 뒤 느긋한 마음으로 노고단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산악회원들이라고 했지만, 당시에는 산행 경험도 없이 관광삼아 따라나선 이들이 대분이었다. 나 역시 천왕봉을 등정했던 것밖에는 뱀사골 입구나 청학동 마을 등을 다녀온 정도로 무식이 끓어넘쳤던 때였다.

지리산이 뭔지도 모르고 나선 일행은 완전히 조조군사였다. 왁자지껄 떠들며 화엄사를 출발한 것은 좋았으나 낑낑거리며 노고단에 올랐을 때는 시간이 한정없이 흘러 있었다. 하지만 노고단고개에서 건너다본 반야봉은 석양빛을 받아 단풍의 바다를 펼쳐놓았다. 나는 그 이후 그토록 아름답고 황홀한 '단풍의 바다'에 빠져본 적이 없다.

단풍의 바다에 홀랑 빠져든 것은 우리 일행 모두 마찬가지였다. 사진을 찍고, 노래를 부르고, 장난을 치고 하느라 우리는 시간이 흐르는 줄도, 해가 떨어지려 하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래도 인솔책임자인 내가 먼저 정신을 차렸다. 어느새 일몰 시각이 닥쳐온 것에 놀랐다. 일행에게 소리소리 지르고는 하여 서둘러 하산할 것을 독려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우리들이 집선대를 지났을 때부터 급속히 사위가 깜깜해졌다. 노고단에서 화엄사로 내려오는 길은 단풍이 절정인 숲이 뒤덮고 있었다. 그 숲이 별빛마저 차단하는 완벽한 어둠의 장막이 된다는 사실을 그 때 처음 알았다. 우리들은 너나없이 지리산의 짙은 어둠의 포로가 되어 무장해제가 된 꼴이었다.

요즘 지리산을 찾는 사람들은 도무지 믿어지지 않겠지만, 그 때 우리는 50명 가까운 일행 중에 그 누구도 전지 하나 휴대하지 않았다. 랜턴이란 말은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런 이들보다 더 엉터리 털터리인 내가 명색이 인솔자였으니, 칠흑같은 어둠속에 조난된 일행의 운명이란! 참으로 천신만고의 엄청난 고통이 우리를 가로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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