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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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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잊지 못할 그녀의 그 노래(1)

1982년 여름, 머나먼 뱀사골 여행에 나섰다. 여행? 그렇다. 한 문학단체가 지리산 현장에서의 문학 강좌를 처음 갖는다고 하여 따라 나섰다. 산행도 아니요, 당일로 다녀오는 강좌(?)이니 여행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이다. 왜 머나먼 곳인가? 당시 부산에서 대절버스로 뱀사골에 닿는 데는 무려 5시간 가까이 걸렸으니 머나먼 곳이 아닐 수 없었다.

부산~진주~함양~인월까지는 그런대로 포장도로가 연결돼 있었다. 인월부터는 비포장도로였고, 특히 실상사 앞에서 뱀사골 입구 반선마을까지는 왕복 1차선 도로를 2차선으로 확장공사를 하고 있어 그 상태가 엉망진창이었다. 그 더운 여름날 버스에서 지쳤으니 누구도 뱀사골 계곡을 제대로 따라 오르려고 하지 않았다. 겨우 석실 부근까지 올랐다.

식사를 끝낸 뒤 나무 그늘에서 지루한(?) 문학강의가 있었다. 그리고는 바로 반선리로 내려와서 술이나 마셨다. 그 때의 반선리는 겨우 몇 가구의 땅집들이 그야말로 땅속에 반쯤 잠겨 있는 듯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피서철을 맞아 평상 등을 내놓고 술이며 도토리묵 등을 팔고 있었다. 하지만 '뱀탕' 등 끔찍한 간판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어느 사이 해는 뉘엇뉘엇 기울었지만, 글쟁이들이 많은 탓인지 술자리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산행도 아니고, 여행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일정이 마련된 것인지 아리송했다. 하루 내내 지루하고 짜증이 났을 뿐이었다. 석실 옆에 앉아있는 것보다 뱀사골계곡을 따라 산행을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 것인가? 나는 실망하여 술자리에도 어울리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거의 돌아가고 우리 일행만 남았다. 그 사이 뜨거운 염천이 사라지고 서늘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있었다. "우린 언제 돌아가나요?" 얼굴과 목이 유별나게 긴 낯선 아주머니가 나에게 물었다. "글쎄올시다." 나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녀의 그런 질문까지 나를 짜증나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녀는 느닷없이 목청껏 노래를 뽑아냈다.

아니, 이럴수가! 나는 귀를 의심했다. 우리 가곡 '청산에 살리라'를 낭랑한 미성으로 너무 멋지게 부르지 않겠는가? 유명 소프라노인가? 그녀는 또 '비목'을 불렀다. 아, 해거름의 뱀사골이 그렇게 아름답고 감동적일 수가 없었다. 노래하는 그녀가 천사처럼 아름다운 여인으로 돌변했다. 그녀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왜 느닷없이 노래를 부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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