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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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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잊지 못할 그녀의 그 노래(2)

82년그 무렵에는 '뱀사골' 이름에 대해 뱀이 많기 때문이냐고 묻는 사람이 많았을 정도였다. 뱀사골에 한번 다녀오기도 어려웠고, 뱀사골을 잘 알고 있는 이들도 드물었다. 또 뱀사골 계곡으로 오르는 길이 얼마나 순탄한 지도 잘 몰랐었다. 누구 한 사람이라도 길을 알고 있었다면 적어도 간장소까지는 다녀왔을 것이다.

뱀사골은 뱀이 많은 곳인가? 계곡 입구의 땅집들이 '뱀탕' 간판을 달고 있는 것을 보면 뱀이 많은 골짜기일 듯도 했다. 사실은 그 당시만 해도 뱀이 많지 않은 골짜기는 없었다. 뱀사골은 배암사란 절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 훨씬 뒤였다. 어쨌든 풀섶에 앉아 강의를 들을 때도 뱀이 나올까봐 겁이 났었다.

그 날 내가 먼 길을 오랜 시간이 걸려 찾아왔으면서도 실망이 컸던 것도 끔찍이도 두려워하는 뱀에 대한 공포심리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반선마을의 계곡 가에서 느닷없이 듣게 된 한 아주머니의 노래는 그 때까지의 지루하고 짜증나던 마음을 일순간에 씻어줄 만큼 감동적이었다. 노래 솜씨가 워낙 뛰어났던 것이다.

문학단체의 지리산 기행에 혼자 참가한 아주머니,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누구와 얘기도 나누지 않은 채 외톨이로 있기만 했었다. 누군가가 그녀에게 노래 부를 것을 강요를 한다해도 전혀 노래를 할 것 같지 않던 그녀가 어째서 느닷없이 소프라노 솔로를 열창했을까? 그 때는 물론 '열린 음악회'란 말도 없었던 시대였는데...

"왜 갑자기 노래를?" 하지만 내가 그녀에게 고작 건넨 말은 이 한마디였다. 그러자 그녀는 나를 이상한 놈이라 여겨지는지 한동안 눈알을 크게 뜨고 건네다보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저 푸르른 녹음, 맑디맑은 계류, 얼마나 감동적이예요? 너무너무 아름다운 지리산이 나도 모르게 저절로 노래를 부르게 하네요."

나는 그만 얼굴을 붉혔다. 그렇다. 그녀는 뱀사골 길을 많이 올랐든, 짧게 갔든 관계없이 눈앞에 펼쳐진 지리산의 경이의 자연세계에 감동한 것이다. 그녀는 그 자연세계에 흠뻑 빠져 있었다. 그런데 나는 산행을 하지 않는다고 불만스러워 하느라 자연의 아름다움도 미처 보지 못한 것이다. 나의 부끄러움을 비로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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