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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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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천왕봉과의 첫 만남(3)

내가 천왕봉에 머문 것은 채 1분도 되지 않았다. 난생 처음 천왕봉에 올라 고작 생각한 것은 일망무제(一望無際), 아득히 멀고 넓어 끝이 없다는 순간적인 그 느낌 하나였을 뿐이다. 그와 동시에 몸을 가누기조차 어렵게 하는 지독한 강풍에 덜컥 두려움이 앞섰던 것이다. 서둘러 내려오느라 천왕봉을 찾은 목적조차 잊어먹었다.

회사에선 나를 천왕봉에 올라 새해부터 시작하는 '산' 시리즈의 도입부 글을 어떻게 쓸 것인지 생각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사진기자와 함께 지리산에 출장을 보낸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을 법계사 초막으로 되돌아갈 때까지 한번도 떠올려보지 않았다. 엎어지고 넘어지고 하면서 초막으로 내려가는 것에도 정신이 없었다.

사방이 깜깜해진 뒤 겨우 초막에 닿았다. 사진기자 선배는 어두워도 내가 내려오지 않자 중년사나이와 찾아나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초막의 남자는 쌀밥에 시락국과 동치미김치의 아주 맛난 저녁상을 내주었다. 철딱서니가 없었던 나는 그이는 손님에게 의례 그렇게 해주는 줄로만 알았고, 그와는 별다른 얘기조차 나누지 않았다.

저녁을 먹고 밖으로 나가니 숨이 막힐 듯 추웠다. 급히 방안으로 들어가려고 문고리를 잡으니 손이 쩍 달라붙었다. 그래도 방안은 따뜻하여 편안하게 자리를 깔고 누울 수 있었다. 잠이 드는가 했는데 치통이 발작을 일으켰다. 진통제를 거푸 먹었지만 심한 통증이 계속됐다. 그렇게 고통을 감내하다 어찌어찌 눈을 붙일 수 있었다.

우리가 잠들 때는 선배와 나, 초막의 남자까지 세 사람밖에 없었다. 그런데 잠자는 사이 산꾼들이 꾸역꾸역 밀고 들어와 어느 사이에 방안에는 빈틈이 없어졌다. 새벽녘에는 방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이 부엌에서 선 채로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부엌 바닥에 서있는 사람들 가운데는 여성도 상당수가 포함돼 있어 놀랍기도 했다.

한밤중에 굳이 법계사 초막까지 올라오는 산꾼들이 나로선 신기하게 보였다. 중산리 민가에서 편안하게 자고 아침에 나서도 될 텐데! 하지만 그들은 내가 자리에서 채 일어나기도 전에 모두 떠나갔다. 그들은 천왕일출을 보고자 만난을 무릅쓰고 법계사 초막까지 오른 것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산꾼들의 열정은 다를 바가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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