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149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6> 세월도 비껴가는 '봉명선인(鳳鳴仙人)'

불일평전 불일휴게소에서 20년 동안 사람들이 의자삼아 걸터앉고는 하던 통나무가 있었다. 귀목나무로 원래 바둑판을 만들려고 했으나 도끼날이 부러질 만큼 너무 단단하여 그냥 버려두었던 것이다. 한 젊은이가 1년 동안 이 나무를 쪼아 실물 크기의 한 도인을 새겨냈다. 이름하여 '봉명선인(鳳鳴仙人)'이다.(칼럼 제117호 참조)

지난해 불일평전 변규화님이 이 '봉명선인'의 얘기를 들려주는 사이 나는 그 어떤 '불가사의'를 느꼈다. 봉명선인 조각상이 변규화님을 너무나 빼닮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변규화님은 20년 전의 그 모습에서 조금도 변함이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나이를 먹지 않는 변규화님이야말로 정녕 신선(神仙)이 아닐까 하고 생각됐다.

80년 12월 불일암의 검정고무신 두 켤레를 본 그 날로 다시 되돌아간다. 나는 불일평전 오두막 앞으로 돌아나와 한동안 나무의자에 걸터앉아 방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나는 몇 차례 헛기침을 했다. 이윽고 수염을 기른 '노인 아닌 노인(?)'이 오두막에서 나왔다. 이른 아침 눈 덮인 불일평전에서 그림같은(?) 첫만남이 이뤄졌다.

그날 그 시각 그 곳에는 변규화님과 나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돌팍 위에 갈근차 한 잔씩을 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나는 회사 동료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불로주(不老酒)' 몇 병을 사들고 그이와 아쉬운 작별을 했다. 반시간 이상 단독대면이었으므로 변규화님과의 첫 만남은 지금까지도 기억이 아주 선명하게 남아있다.

나긋나긋하게 말하는 얘기하며, 부드러운 웃음하며, 해박한 지식하며...변규화님에게는 산에서 사는 사람 특유의 체취가 풍겼다. 그로부터 나는 한 해에도 몇 차례씩 불일평전을 찾게 됐고, 그곳에 갈 때마다 그이와 마음을 열어놓고 많은 얘기들을 나누었다. 뿐만아니라 그이가 부산까지 나들이를 나와 만났던 것도 꽤나 된다.

그런데 '봉명선인' 조각상을 보고 깨달은 것이지만, 참으로 불가사의가 아닐 수 없다. 변규화님의 모습은 80년 그 때나,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불일평전 '불로주'의 맛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듯이 그이는 나이를 결코 먹지 않는 모양이다. 지리산의 불가사의를 변규화님으로부터도 절감하게 된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0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1) 최화수 2002.09.08 4348
99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2) 최화수 2002.09.08 2742
98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3) 최화수 2002.09.08 2501
97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4) 최화수 2002.09.08 2020
96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5) 최화수 2002.09.08 2010
95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6) 최화수 2002.09.08 1935
94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7) 최화수 2002.09.08 1850
93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8) 최화수 2002.09.08 1994
92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9) 최화수 2002.09.08 2037
91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10) 최화수 2002.09.08 2267
90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11) 최화수 2002.09.08 1739
»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12) 최화수 2002.09.08 1495
88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13) 최화수 2002.09.08 1375
87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14) 최화수 2002.09.08 1358
86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15) 최화수 2002.09.08 1279
85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16) 최화수 2002.09.08 1292
84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17) 최화수 2002.09.08 1267
83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18) 최화수 2002.09.08 1245
82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19) 최화수 2002.09.08 1248
81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20) 최화수 2002.09.08 128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Next
/ 5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