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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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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쌍계별장의 할머니(3)

내가 쌍계별장을 다시 찾은 것은 그로부터 4년이 더 지난 1980년 12월 말께였다. 하늘이 회색으로 무겁게 내려앉아 있는 주말이었다. 그날 나는 부산에서 혼자 배낭을 꾸려메고 무턱대고 지리산으로 찾아들었다. 갈 곳도 미리 정하지 않고 출발부터 하고 보았더니 나는 신혼여행 때의 길을 따라 쌍계별장으로 찾아들고 있었다.

그 사이 나는 산행은 어쩌다 부산 근교를 찾는 정도였다. 그 때까지 10년 가까이 테니스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산을 찾을 기회가 별로 없었다. 물론 신혼여행 이후 지리산을 찾지도 않았다. 내가 주말마다 찾아가던 테니스장을 등지고 라켓도 팽개치고 새 등산화의 끈을 조여매게 된 것은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일에서 시작됐다.

1980년 11월 언론통폐합으로 나는 부산일보사로 옮겨가야 했다. 그것이 나에게 얼마나 엄청난 충격이었는지, 어딘가로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기만 했었다. 그래서 녹슨 석유버너를 다시 닦고 배낭을 새로 꾸려 집을 나서게 된 것이다. 이 때부터 나는 혼자 산을 찾게 되었는데, 나도 모르게 발길이 쌍계별장에 닿았던 것이다.

4년 전 쌍계별장을 찾았을 때는 나는 할머니에 대해서 그냥 인자한 분으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가끔씩 생각이 날 때마다 단정한 모습이며, 기품이 있는 말씨하며 쌍계별장의 깔끔한 뜨락과 너무 잘 어울리는 할머니였다. 무엇보다 나에게 어머니처럼 따뜻하고 자상하게 넉넉한 인정을 베풀어주던 그 친절을 잊을 수가 없었다.

할머니는 4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나를 기억해 주었다. "왜 함께 오지 않구선?" 혼자 찾은 나에게 남향의 방을 내주었다. 나는 밥은 직접 해먹겠다고 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여행길에 피곤할 텐데, 우리가 먹는 밥 그냥 함께 먹자구!" 하며 기어이 저녁과 아침밥을 내주었다. 할머니의 그 친절과 인정은 신혼여행 '때와 똑같았다.

쌍계사 할머니, 그이가 부산에서 생활하다 어느날 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추하다고 느껴 물같이 바람같이 살고자 도원암이었던 암자에 찾아들었고, 하동군수 권유에 못 이겨 쌍계별장을 열게 된 사연은 그로부터 다시 10년이 지난 뒤 알게 됐다. 할머니의 생각과 삶의 자세를 깨우치는데 나는 무려 14년의 세월이 걸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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