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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2008.09.23 10:57

물 게와 박달 게

조회 수 2704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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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게와 박달 게

수산시장에서 게를 샀습니다.
분명히 살아서 돌아다니고 겉모습이 먹음직스러웠음에도
속살이 별로였습니다.
그전에 까르프인가 이마트인가에서 파는 냉동 게를 사서 쪄먹었었는데
껍데기에 붙어있는 허망한 가시같은 살점의 황망스러운 기억이 떠올라
다시는 냉동 게를 안사먹겠다고 해서
살아있는 대게를 샀는데도 그 모양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러시아산 냉동 게를 샀었는데
이놈은 분명 냉동이었음에도 껍질 안에 살이 그득했습니다.
게 보는 눈이 없어 그러나...

예전에 남양만 바닷가 근처에서 살 때에
인근의 주곡리 어항에 배들어 올 때에 샀었던 속 살이 가득 찬 꽃게가 떠오릅니다.
집에 가 욕조에 넣고 소금만 풀어둔 물에 다시 넣어도
거품을 뽀글거리며 다리를 퍼덕이던 속 찬 놈은 쉽게 만나지지 않나 봅니다.

어제인가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베링 해에서 게 잡이 하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꼭 에이리언 새끼만한 대게들이 우글거리며 나옵니다.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해 이 책 저 책을 뒤지고 인터넷에서 게를 찾아보았습니다.
게와 새우 같은 갑각류나 곤충같이 외피(껍질)가 몸의 모양을 구축하는 생물은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탈피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합니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갑각류의 경우 7-9차례까지 허물을 벗고  
다시 속을 채우는 과장을 밟아나갑니다.

탈피 과정을 모두 마치지 않은 게는 아직 껍데기도 단단하지 않고
껍질을 더 단단히 채우기 위해 속살을 채울 여력이 떨어지는 것이지요.
최종 탈피과정을 끝내서 덩치는 웬만한 모양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아직 속이 덜 여물은 나이 어린 게를 흔히 물게라고 부릅니다.
박달 게는 탈피를 끝낸 지 오랜 게로 연륜이 흘러
겉과 속이 가득한 옹골진 게를 단단한 박달나무에 비유한 것이지요.

탈피를 마친 물게는 허우대는 멀쩡해도
껍질도 단단치 않고 근력도 떨어져서 완전히 성장할 때까지는
바위틈이나 모래 벌에 숨어서 자기 과시를 안 한다고 합니다.
문어라는 놈이 게를 좋아해서
특히나 껍질이 덜 여믄 물게는 그냥 문어 밥이지요.
.
한편 속이 가득 찬 대게라 하더라도
잡아서 수조에 오래 두게 되면 먹이 활동을 못하고 오래도록 안 팔리다 보니
제 안의 살을 쓰게 되어 껍질만 남고 속은 텅 비게 된다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게를 사도 쭉쟁이이고 냉동 게를 사도 쭉정이인 것은
물 게를 샀거나 안팔려 오래되어 저절로 다이어트를 성공한 게를 멋모르고 산 것이지요.


우리 주변에는 허우대만 멀쩡한 물 게 같은 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사람도 자라면서 탈피와 같은 현상이 있음을 알고는 있는지...
아마도 그런 현상이 있는지는 꿈에도 모를 것입니다.



제가 어느날 한자 생(生)에 대해 이런 저런 묵상을 해보았습니다.
사람 인(人)자에 작대기 세 개가 그어진 것이 날 생(生)이었습니다.
사람은 세 번 태어난다는 의미라고 여겨집니다.
어머니 배속에서 한번 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사람의 생각이 다시 나오는 것입니다.
흔히 ‘철났다’고 하지요.
우리가 흔히 철학(哲學)이라고 해서
인문학의 꽃으로 알고 있는 생각하는 그 철입니다.
아마도 생각할 철(哲)을 우리말에서
그리 이른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비로소 자기와 이웃을 헤아리는 사람이 된 것을 철났다고 하고
아직도 덜 여믈은 청년이 어느 시기에 이르러  
이 문제를 더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되면
이제 ‘철들었다’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철이 나고 시간이 되어 철이 드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 역시 몸은 다 자라 허우대는 멀쩡해보여도 실하지 않은 이들이 있습니다.
아직 학교나 사회의 보호를 받으며 더 성숙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지요.
기다리지 못하고 제 겉모습에 으스대면 바로 자기보다 강력한 자의 먹이일 뿐입니다.자신이 다 자랐다고 여겨도 계속해서 자기를 연마해 보충해주지 않으면
수조에 갇힌 헛껍데기 인생일 뿐입니다. 남을 실망시킬 뿐이지요.
겉모습은 그럴 듯 해도 그 내면을 알면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두 번만 제대로 나고 들어도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사람노릇 제대로 하고 사는 것입니다.

하지만 두 번 만 나은 사람의 인생은 늘 피곤합니다.
아무리 채우려고 해도 제 몸과 마음이 채워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늘 조바심내고 뭔가에 쫓기듯 인생을 살다가
“이것이 인생인가? 허무하구나! ”
하고는 탄식으로 몸부림치며 인생을 마치는 것이 대부분의 우리네 사람들입니다.
바로 자기가 한 번 더 태어나야 하는 인생인줄을 깨닫고 살아야
마침내 사람이 태어난 목적을 알고 다 이루는 것인데
그 이치를 모른 채하기 때문인 것입니다.

세 번 나은 인생의 완성이 궁금하십니까?
바로 하늘을 아는 것입니다. 거듭나야 하는 것입니다.
성경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너희 속에 하나님을 알만한 것을 이미 주었다
그럼에도 너희는 애써 부인한다’ 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마음속에 이미 알고 있습니다.
“나는 이렇게 살면 안돼!, 돌아가고 싶어!”
자기 스스로 내가 알지 못하는 두려움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늘 백성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을 늘 마음속에 그리워하면서도
애써 그 인간 본연의 마음을 부인하며 살아가는 탈피 못한 물 게 인생인 것입니다.
알면서도 모르는 채, 알 필요 없다는 듯이,
또 알면 다쳐, 그걸 알면 미친놈이지 식으로 속이려는 이들이
바로 그대 인생을 헛걸음치게 만드는 마군(혹은 사단)이올시다.

공개된 비밀 하나 알려드릴까요?
사실 세 번 나아도 세상 사람에게는 별 도움이 안됩니다.
세상 살아가는 돈 버는 일에 별 보탬이 없기에
돈 버는 일에 골몰하는 이들이 허다한
이 땅의 사람가운데서는 찾는 이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공개된 비밀인데도 그 비밀을 풀기가 여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말도 성경에 있지요?

“들을 귀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




  • ?
    어제대접받은이 2008.11.26 12:09
    목사님~
    글 자주 써주세요^^ 읽다보니 딱딱하고 강팍했던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녹아드는 느낌이에여...ㅎㅎㅎ
  • ?
    울산사람 2009.11.07 09:28
    두레아빠!
    너무 오랜만에 이렇게 기인 터널을 통과하신 후에
    당당한? 모습으로 나타나셨군요.
    2001년8월초 여름휴가차 지리산 두레네집에 저희
    식구들 모두가 찾아갔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2박3일간 느꼈던 찐한 감동이 8년이나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나의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사시나 많이 궁금했습니다.
    건강을 다시 되찾으시고 목회일도 하신다하니
    무척이나 반갑습디다.

    자주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사모님,두레,이레 모두 보고 싶습니다.

    행복하시길....

    울산사람 드림.
  • ?
    두레엄마 2009.11.16 15:00
    어머 안녕하세요? 오전중에 두레아빠와 한강변의 둔치를 산책하다가 이야기 듣고 아렇게 소식을 전합니다. 아이이름으로 오셨던거 같은데요. 그간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잘지내셨지요? 저희는 이곳 구리에서 열심히 사역 잘감당하고 있습니다.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지금 이곳에 이렇게 서있네요. 두레와 이레도 많이커서 두레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복지관 다니고 있구요, 이레는 올해 수능을 봤지요. 조만간 저희 사는 이야기들을 예전처럼 올리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락주셔요. 정말 반갑습니다. 두레아빠 메일은요, dooraea@hanamail.net 입니다.
  • ?
    최화수 2009.11.24 18:06
    안녕하세요, 최화수입니다.
    오랜만에 이곳에서 안부를 확인하고 참으로 기쁩니다.
    두레아빠 건강하게 일 잘하고 계신다니 무엇보다 반갑습니다.
    두레도 복지관에 다니고, 이레가 수능을 보았다니 축하합니다.

    예전처럼 '두레네집' 이야기 올려주세요.
    글을 통해 늘 만나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나도 그 사이 집을 아파트로 옮겼습니다.
    혹시라도 부산 올 일 있으면 꼭 알려주세요.
  • ?
    두레아빠 2009.11.25 13:00
    네 최 선생님. 그렇게 노력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영성적인 일 그러니까... 사역 하다보니
    자꾸 다른 心事에 전념하게 되네요.
    에전에 生活卽道인데,
    생활이야기를 하늘과 관련하여 이야기하다보면...
    낯설게 여기게되는 분들의 심정을 헤아리게 되고...
    그러다보니 써둔것도 시간을 두고 살피다보면
    시기를 놓쳐 묵혀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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