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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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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조회 수 243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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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사무소에 들러 민원서류를 신청하다 귀퉁이에 있는 향토에 관한 책을 보았습니다.
시간도 있고 해서 의자에 앉아 천천히 보았는데 그냥 무심하게 산 것과는 달리
이 고개에 얽힌 옛사람들의 생활사를 은근히 떠올릴 수 있는 대목이 적지 않았습니다.
영남지역에서 중앙으로 올라오는 국토의 장애물은
다 아시다시피 백두대간의 험한 준령입니다.
이 백두대간을 넘는 고개들 가운데 대표적인 고개가
문경의 새재(조령)와 추풍령입니다.
그 외에도 여러 이름있는 고개가 꽤 많지만
나라에서 관리하는 고개는 이 두 고개길이었다는군요.

조령은 해발이 꽤 높은 곳입니다. 추풍령보다 두 배는 더 높은 고도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영남의 사림들이 이 고개를 이용한 이유는
낙동강의 뱃길로 문경까지 연결되어 이용이 편리했기 때문입니다.
조령을 넘어가면 충주에서 또 한강 뱃길을 탈수 있으니 더욱 그랬나 봅니다.
사실 조선시대에 육상교통 이라고 해봐야 말이나 나귀를 이용해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말 타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지금도 승마는 스포츠이고 힘과 기술을 요하듯
낙마해서 다치느니 차라리 걷는게 나을 수도 있고...
더욱이 돈 없는 민초들이 말을 부린다는게 가당치도 않을 터입니다.
그러니 사공에게 삯을 주어 얼마간이라도 배를 타고 편히 오르내릴 수 있다면
그게 훨씬 수월한 일 아닙니까?
그런 연유로 가장 낮은 추풍령보다도
훨씬 높고도 험한 새재길이 더 많은 통행량을 지녔다고 하는군요.
임진왜란 때 일본이 이 새재를 공략했던 이유도 대량운송의 장점이 있는 뱃길을 이용할 수 있어서입니다.

물론 사람 발과 말을 타고 달리는 관로로는 추풍령이 으뜸이었다고 합니다.
가장 편하고 잘 닦인 고개가 바로 이 곳이었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나라에서 관리하는 가장 좋고 편리한 고개임에도 과객들은 이용을 꺼려했다는군요.
이유는 이름 그대로 "추풍" 이라는 말이 시험을 치러 올라가는 이들에게는 재수옴이 붙을만한 말인 추풍낙엽(秋風落葉)이기에 올라 갈때는 이 길을 피해 그 옆의 더 험한 고개인 궤방령을 올랐다는군요. 더욱이 궤방령의 방자는 과거에 합격할 때 합격자를 관 밖에다 "방"을 붙인다는 바로 그 자와 일치하기 때문에 요새말로 징크스를 염려하는 과객들에게는 더없는 핑계거리로 작용했을 것 입니다. 하지만 과거에 급제해서는 관로인 이 추풍령으로 말을 타고 당당히 내려갔다는군요.

또 이 고개는 관로인 까닭에 포졸들이 엄한 경계를 핀 안전한 고개길이었습니다.
호랑이 같은 산짐승이나 산적의 피해가 없는 보장된 고개길이었죠.
그럼에도 가난한 장똘뱅이나 민초들은 이 길을 멀리 돌아 다른 고개를 이용했다는군요. 그 이유는 예나 지금이나 가진 것 없는 이들이 관아를 피해 멀리 다니는 이치와 같은 것입니다.
괜히 재수없게 나리들에게 걸리면 이유없이 피해를 본다는 심정이 있어서이지요.

국가의 정치가 문란하면 탐관오리가 들끓어 가당찮은 통행세를 요구했는가 봅니다.
관리들의 눈을 피해 힘들더라도 다른 고개길로 돌아들 갔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가슴을 아프게하는 역사입니다.
물론 지금도 사고가 나면 힘있는 자들의 법대로 약한 자가 뒤집어쓰는게 현실 아닙니까?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자조적인 말이 역사 속에서는 늘 진실이었으니 말입니다.
진리가 아닌게 진실이 되는 세상,
그 빈도 수가 절대로 많았던 우리의 역사를 애통해 할 뿐입니다.

국가가 안정적인 치세를 보일때는 험한 고개보다는
안정적인 고개가 흥청거리는 법입니다.
어디나 주막거리는 고개마루에 형성됩니다.
예부터 추풍령은 주막거리로 흥청이던 곳입니다.
언젠가 한창 국가의 물류가 왕성할 때는 경부고속도로 가운데
추풍령의 운전기사 식당이 최고였다는군요.
추풍면 일대는 과거부터 외지인의 비율이 높다는군요.
옛날처럼 주막거리는 오가는 뜨내기들이 머물기 좋은 곳인가 봅니다.

그런데 세상이 험난해지면 넘어서는 고개길도 험한 곳을 선택해야하고
살기도 안좋아지듯 요즘 이 동네는 좀 썰렁한 편이라 합니다.
말을 들어보니 휴게소측에서 운전기사들이 휴게소에 차를 세워두고 밖에서 사먹는 것을 통제하기 때문이라는군요.
이 곳 분들은 추풍령 고속도로 휴게소에 적잖은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예부터 추풍령은 고개마루에 위치한 쪽이 경계면 이 쪽이었는데
고속도로 휴게소를 건설하면서 경상도 사람인 박대통령이
경계만 살짝 넘어 경상도인 김천쪽에 휴게소를 만들어두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말만 추풍령이지 지역 사람 채용에서부터 세수나 도로공사 관할 등의
이익이 모두 이 고장이 아닌 김천으로 다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곳 분들 심정을 이해할만한 이유였습니다. 차라리 간판을 김천 휴게소라 해서 약이나 올리지 말지  유명한 이름은 따붙이고 실익은 엉뚱한 동네가 갖고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갖는 식이라는 겁니다.

옛부터 경계지는 분쟁지역이었습니다 알사스-로렌이 독일과 프랑스의 분쟁지역이듯 이 동네는 신라, 백제의 분쟁지역이었습니다.
어느 때는 백제가 어느 때는 신라가 차지한 지역이었습니다.
이곳 옆인 황간은 확실한 충청도이지만
이곳 추풍은 1950년대까지만 해도 경북 금릉군이었습니다.
행정지역이 오락가락한 셈입니다.
나이드신 분들은 김천지역 학교를 다녀 모두 경상도 정서를 갖고 있는데 반해
30대 이후는 돈 있고 악착같이 공부 좀 하면 평준화 미지역인 김천고가 명문이므로
주소지를 김천으로 옮겨 진학하고 학교라는게 그냥 그렇게 마찬가지라고 여기시는 분들은 충청도인 영동 지역의 학교를 다녀
장성한 이들은 애매모호한 향토정서를 갖고 있습니다.

그전에 우리가 살던 동네는 구례가 경계지라도 명확한 전라도 정서를 가져 오히려 편했는데, 여기서는 어느 당인지 분간할 수가 없어 정치 비슷한 이야기는 여간 조심스런게 아닙니다.
행정구분도 이렇고 지역정서도 그래서인지 충청도 영동에서는 이 동네에 별 신경을 안쓰는 모양 같습니다. 꼭 행정공백이 벌어지는 곳처럼  어이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니 말입니다.
정보화 시대에 피아골 산골짜기까지 초고속망이 깔리고 여기도 산 하나 넘어 더 오지인 경상도 상주면 모동에도 들어왔는데  이곳은 언제 생길지 물어보아도 담당자인 자기들도 알 수 없다는 소리나 하고, 이곳에 주소와 전화를 옮긴지 1년이 다되었는데 면사무소 직원은 주민카드도 다시 작성 안했는지 우리집 전화를 지역번호가 061(그전에 살던 전남 지역번호)로 다른 이들에게 알려주고...
정말 군(?)기가 빠져버린 이상한 일들도 종종 있습니다.

국가번영의 시대가 되어 모두가 흥청거리는 고개마루길이 되어
이런 잡다한 지역 이야기도
그 때는 그랬었지 하는 추억이 되어버렸으면 하네요.


  • ?
    부도옹 2004.09.01 01:14
    행정과 문화(?)의 死角地帶에 계시네요.
    그래도 자연과 함께 있으니 행복하시지요? ^^*
  • ?
    오 해 봉 2004.09.02 22:12
    조령3관문 앞에도 추풍낙엽 이야기가 돌로새겨져 있드군요,
    추풍령에대한 그런재미있는 이야기도 있었군요,
    두레네 모두 건강하시고 잘계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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