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섬진나루>두레네이야기

두레네
/두레네(추풍령) /두레네(지리산) /두레네크리스마스이야기(지리산)

두레네 글방입니다.
조회 수 3601 댓글 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와 당 퉁탕!
양철지붕 위로 높이 솟은 나무에서 호두열매가 떨어집니다.
예전에 지리산 아래서 살 때는 감나무가 양철지붕 위로 있어 새벽잠을 놀라게 하더니
이곳에서는 호두나무가 바통을 체인지 했습니다.
잘못 지나다가 한 대 얻어맞으면 이마에 혹이 날지도 모르는 위력을 가졌습니다.
도시에서만 자라 호두열매가 나무에서 어떻게 열리는지를 모르는 이가 많더군요.
쉽게 설명하면 복숭아 과일 속에 씨앗이 있듯이
호두도 호두 열매 속에 있는 쭈글거린 씨앗입니다.
다만 복숭아는 과육을 먹고 씨는 버리지만 호두는 과육을 버리고 씨앗만 먹습니다.
호두의 경우 과육은 거의 없고 다람쥐도 먹지 않는 걸 보면 그다지 먹을만한 것은 아닌가봅니다.
은행열매도 과육은 흐믈어지도록 익혀 그 안의 씨만 먹듯이 호두도 과육을 삭힙니다.
사실 나무 위에서 잘 익은 호두는 껍질이 거의 벌어지며 떨어지지만
그때까지 익도록 내버려두면 사람 손에 오기 전에 모두 다람쥐나 청설모 심지어 들쥐나 까치까지도 달려들어 다 가져 가버리기 때문에 과육이 익어 벌어지기 전에 사람이 미리 따서 자루에 넣고 과육을 익혀버리는 것이 시골 농부들이 이 계절에 하는 일입니다.
다람쥐나 청설모가 달려들기 전에 나무둘레에 오르내리지 못하고 미끄러지도록 두루는 게 있는데 우리 동네에서는 나이롱 모기장을 둘러놓습니다.
누가 생각해 놓았는지 참 기발하지요?

지난주 중에 마을 길가에 심어놓은 호두나무를 터는 구)이장님이신 현씨 아저씨네를 보면서
아! 지금이 호두 터는 시기인가보다 하고 우리도 장대를 들고 나섰습니다.
열매를 수확할 목적을 가지고 심은 키 작은 호두나무와 달리
우리 집의 호두나무는 굉장히 키가 크고 높습니다.
사람이 나무가 더 이상 크지 않도록 성장점이 있는 주가지를 잘르지 않으면  
나무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수의 수확을 염두에 둔 나무는 주인의 손에 의해 묘목에서 이주심기를 할때에 주가지의 윗부분을 잘라 너무 크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집의 나무들은 학교의 조경수라서 그런 가지치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감나무며 호두나무며 모두 하늘 향해 우리 키를 서너 배나 넘게 솟구쳐 있습니다.
도저히 장대가 닿지 않는 곳에 매달린 것은 그냥 익도록 쳐다만 볼 수밖에 없고
우리 의도와 달리 결국 다람쥐 밥일 수밖에 없습니다.
안 떨어진 호두를 얻으려니 무리를 할 수밖에 없어 호두나무는 애꿎게 두들겨 맞습니다.
우지끈 잔가지가 부러지며 후두두득 호두알들이 떨어집니다.
나무도 약이 오르는지 혼자만 얻어맞는 것은 아닙니다.
어물쩡하게 바가지를 들고 서있던 두레엄마가 얻어 맞고는 바가지를 뒤집어씁니다.
어디로 호두가 튀었는지 아깝다고 배수구 구멍 사이로 들어갈까 틀어막습니다.
올해 호두 값이 겁나게 비싸다고 합니다. 우리 집이야 팔 것은 없고 우리 식구나 먹을 요량의 나무 두 그루가 있을 뿐입니다.
산자락에 붙은 다시 핀 호두나무에 가보니 역시나 올해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싹트기도 버거웠으니 얻어맞을 여유는 확실히 없는가 봅니다.
내년 봄에는 가을에 맞을만큼 기력을 회복하도록 거름을 주어야겠지요.

열매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나만 더 이야기한다면 살구는 과육도 먹고 그 씨앗도 약용으로 씁니다. 복숭아 씨앗도 흔히들 버리지만 잘 말려 망치로 두드리면 톡 하고 깨지는데 그 안에는 꼭 아몬드 같이 생긴 씨가 나옵니다. 이것을 잘 말려 볶으면 맛이 좋습니다. 수박 씨도 물론이고 호박씨는 말 할 것도 없으며 해바라기 씨는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저는 아직 실험을 안해보았는데 북미의 인디언들은 야생 나팔꽃의 씨앗도 약용으로 썼다는군요. 일종의 마취제로 썼다는데 아마도 마약의 일종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마를 헤시시로 이용한 것도 인디언들의 치료법이었는데
이를 엉뚱한데에 오용한 이들의 쾌락적 관능심이 문제이겠지요.
하여간에 사람은 육식동물도 채식동물도 아닌 과육동물이라 합니다.
대부분의 영장류가 다 그렇지만요.

우리가 먹는 곡식인 씨앗과 과육이 주 에너지원이고 야채와 고기는 보조 식품일 뿐입니다.
요즘 사람들이 주식과 보조식을 잘못 헤아려 건강을 해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야채 고기는 주식이 아닌 영양균형을 위한 보조식이고 씨앗이 주에너지원이라는 것입니다.
옛말에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고기로만 배를 채우는 사람, 다이어트 한다고 과일만 먹으려는 사람 등
사람으로서의 생체리듬을 벗어난 잘못된 습관으로 결국 질병을 피할 수 없는 방식일 뿐입니다. 한국인은 수 천년을 농경문화 하에 있었고 결국 우리 몸은 전형적인 농산물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며 그 특유의 소화기능을 유전적으로 발전시켜왔다고 합니다. 때문에 육식 위주의 서양인과 다른 먹거리 문화를 가진 셈입니다. 그럼에도 서구문화의 홍수같은 유입과 더불어 식단 차림은 우리 몸과는 다른 구조로 급작스레 바꾸어 버렸습니다.
경유로 가는 자동차에 휘발유를 집어넣어 고장난 것처럼 위험한 경우입니다.
전통식에서 멀어져 가는 한국 성인의 몸은 그 거리만큼 심하게 망가져 가고 있다고 합니다. 기름진 음식에 취약한 소화구조를 유전적으로 가진 우리들이 장시간 이런 위험에 노출되어있는 셈입니다(이는 당뇨에 무척이나 고생하는 우리 집안의 병이기도 합니다).
가을, 우리가 잊고 있는 음식을 더욱 더 생각나게 하는 계절입니다
물론 호두가 쌀이나 통밀 가루처럼 주곡은 아니지만
이제 막 나오기 시작하는 호두, 밤, 잣, 검은 콩 넣어 제 철인 가을에 먹을 수 있는 뜨끈한 찰밥 약식 한 덩이.
찬바람 들기 시작하는 이 계절 최고의 제 철 보양식이 아닐런지요.


  • ?
    아낙네s 2004.09.14 10:53
    따듯한 찰밥 한공기에 고소함이 가득 식욕을 돋구네요
    어렸을땐 밥위에 콩들만 골라내어 편식을 하곤했었는데
    그때의 편식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이젠 흰쌀밥은 심심해서
    못넘기겠더라구요
    아마도 제몸이 몸에 좋은것을 좀 아는가 봅니다 ^^""
  • ?
    부도옹 2004.09.15 00:45
    아.... 이번에 내려가면 엄마한테 약식을 해달라고 해야겠다. ^^*
    저녁에 보리밥을 먹었드니 배가 고파지네요.
  • ?
    산유화 2004.09.18 11:01
    푸르딩딩 아직 털 때가 안된 거 같았는데 벌써 흔드셨다고요.
    나무 아래 바가지를 뒤집어 쓰신 두레엄마 모습이 그려지네요.
    호두, 밤, 잣, 검은 콩 넣어 만든 뜨끈한 찰밥 약식 한 덩이,.꿀꺽^^
  • ?
    두레네집 2004.09.20 08:45
    호두의 과육껍질을 맨손으로 까면 어떻게 될까요?
    지난번에 제가 맨손으로 과육껍데기를 벗겼는데
    열흘 가까이 지나도록 시커먼 물이 든게 지워지지 않는군요.
    작년에 두레엄마도 물이 들어 어디가서 손도 못내놨다고 하는군요.
    시도 때도 없이 닦아대는 손에 이 정도로 물을 들여 놓을 정도라면
    천연 염색 재료로 최적일것 깉은 생각이 드는군요.
    어쨌든 뽀얀 손을 유지하고픈 어여쁜 여성글은
    시골에 가서 맨손으로 호두 외피 벗기지 마세요.
  • ?
    솔메 2004.09.20 11:55
    맞아요!
    호두피 깠던 손은 어디다 함부로 못내밉니다.
    특히 여성분들은 要 조심!!
  • ?
    보성유기농참다래 2012.01.26 12:55
    호두를 들짐승들에게 빼앗기지 않을려고 노력을 많이 하시였습니다
    그래도 호두를 수확하고남거나 자연스럽게 벌어져서 터러진것은 줍지않으면 쥐.청설모가 맛있게 먹게 되겠습니다
    그들이 먹는 모습 보면 참으로 신기하지요
    많은 노력 하시어 많은 수확 하십시요 -----보성유기농참다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4 다시 낙엽을 찾아 나서다 4 file 두레네집 2011.10.27 1511
133 물 게와 박달 게 5 두레네집 2008.09.23 2704
132 도둑이야! 두레네집 2008.09.01 2131
131 욕심낼만한 것을 찾다 두레네집 2008.08.21 2125
130 살던 곳을 벗어나려는 일탈의 꿈 두레네집 2008.08.12 1861
129 두레와 자전거 두레네집 2008.08.01 1621
128 죽이지 마세요 1 두레네집 2008.07.31 1606
127 천사 두레의 말씀 2 두레네집 2008.07.25 1739
126 섬진강 빠가사리 두레네집 2008.07.19 1870
125 다시 쓰는 나의 이야기 1 두레네집 2008.07.12 1526
124 이 세상을 떠나가는 친구에게 1 두레네집 2008.07.11 1651
123 고사리를 뜯으며 4 두레네집 2008.07.08 1555
122 비오는 날의 그리움-2(두레아빠 편) 8 두레네집 2007.05.25 2765
121 내 살던 터에 대한 그리움 9 두레네집 2007.05.17 2229
120 회관 앞의 관광버스(두레엄마) 6 두레네집 2004.12.11 2551
» 해 마다 얻어맞는 호두나무 6 두레네집 2004.09.14 3601
118 백설왕자가 된 두레. 4 두레네집 2004.09.07 2102
117 추풍령 고개마루를 찾아 2 두레네집 2004.08.31 2935
116 태풍이 지나간 후 5 두레네집 2004.08.29 1711
115 별똥별을 찾아서 7 두레네집 2004.08.22 161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