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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2008.08.01 11:36

두레와 자전거

조회 수 119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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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가 자전거 타령을 한지 세 달 만에 마련해 주었습니다.
두레는 웬간하면 물건에 대해 욕심을 내거나 조르지 않습니다.
먹는 것 아니면 물건에 대해 필요성을 몰라 무덤덤하게 여기는지라
오히려 우리가 두레에게 필요한 것이다 싶으면 가져다 주는데,
한번 써보고는 그냥 구석에 내버려 둡니다.
그 나이 또래의 필수품인 카메라, 핸드폰, 엠피쓰리는 물론
메이커있는 운동화나 티셔츠도 지가 편하지 않으면 구석에 쳐박아 둡니다.
당연히 두레에게 돈 들어 갈 일이 없으니 부모로서는 부담이 적은데
아직도 몸의 생각은 유아틱하여 먹는 음식에만 관심이 많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집집마다 들어오는 상가들의 홍보용 안내책자는
두레의 눈과 손을 정신없게 만드는 베스트 도서입니다.
동네 피자집과 치킨집이며, 족발과 탕수육이 즐비한 그림책을 두레는 “시켜먹는 책”이라 부릅니다. 도시에 와서 새로이 배운 말이 “시키자”이지요.

먹기도 잘 먹고 시골과 달리 학교는 집에서 가깝고
한창때인 청소년기가 지나가는 두레의 몸은 75kg가 넘어 가나 싶더니
우리 부부가 중국에 있는 동안 먹는 것을 통제 못하는 바람에 지금은 85kg의
헤비급 밑의 체급이 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운동을 해야 하지요.
두레가 잘하는 운동은 자전거 타기입니다. 늘 교회와 집, 구리역과 집을
정해진 코스처럼 반복하며 오가는 입력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레가 자전거를 지리산 아래 초등학교 때에 배웠으니 이제는 제법 잘 탑니다.
할아버지 때부터  자전거 잘 타는 피는 타고났나 봅니다.
그간 자전거도 꽤 많이 생겼는데 부서지고 잃어버린 숫자를 헤아려보니 7대나 됩니다.
시골서는 험하게 타 부셔졌지만 도시에 와서는 지난 2년에만 무려 4대에 이릅니다.

두레가 장애가 있다 보니 동네 뒷골목에서 맞아가며 뺏기는 경우도 있고
타고 다니다 가게나 지하철 앞에 두었는데 잠금장치 째로 도난당하는 경우며
심지어 어떤 친구가 가져갔는데 그 친구는 안그랬다고 하고
두레 말을 들으면 거짓말 못하는 두레의 말을 믿어야 하는데
오리발 내미는 친구를 증거도 없이 몰아세울 수도 없고 해서 없어지니
이제는 두레에게 새 자전거를 사주는 게 망설여 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운 여름 방학이라고 집에만 있는데 안되겠다 싶어
두레를 데리고 자전거 대리점에 가서 사정을 이야기 하고
좋은 자전거, 남들이 탐나는 자전거보다 허름한 중고 자전거를 구한다고 했습니다.
요즘 장물이 많아 괜히 중고팔고 이리저리 시달리느니 아예 취급 안한다는 말을 하더군요.
중국산 때문에 실제 가격차이도 없다고 합니다. 오히려 고물상에 가보라고 합니다.
고물상이 도시 복판에 어디 있는지 알 길이 없지요.

두레를 데리고 이리저리 자전거 가게마다 다니고 재활용센터에도 들러보았지만
정작 원하는 탐심 안나는 수수한 자전거는 없었습니다.
모두 최하 기어12단에서 24단이니 어쩌니 하며 두레는 그 기능을 쓰지도 못하는
값나가 보이는 것들만 보며 반나절을 헤맸습니다.

얼핏 생각해도 참 우리나라가 잘사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분명히 길에서 보면 고장 나 버려져있는 자전거를 숱하게 보았는데
그거 가져다 연장있고 기술있는 아저씨가 닦고 조이고 기름치면 다시 쓸 수 있는게 있을텐데, 어찌 이렇게 중고 자전거 구하기가 힘이든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저는 잘산다는 의미가 rich의 의미가 아니라 well의 의미로 쓰여졌으면 합니다.

찾아 헤매다 보니 역시 길은 있더군요.
동네 상가가 활성화되지 않은 곳에 자리잡은 자전거포가 보였습니다.
들어가니 구부정한 할아버지가 혼자 낮잠을 주무시다가 일어나십니다.
사정을 이야기 하니 구석에서 한 10년 전에나 유행했을 가수 이름이 붙은 자전거를 꺼내 주십니다.(지금은 해체된 핑클) 겉은 그래도 말끔히 수리해서 괜찮다고 하며 “고장나서 가져오면 그냥 고쳐줄께” 하십니다.

자전거를 건네 받은 두레가 안녕계세요 말과 함께 저만치 사라집니다.
아버지도 버리고 제가 좋아하는 오가는 코스가 그리워서인지 휑 하니 가버립니다.
그럴 때는 이 녀석 왜 키우나 싶다가도 아들이 좋아하는 것만 보아도
기분 좋아하는 나를 발견하고는 참 희한한 아이러니구나 하고 웃습니다.

작년에 중국에 수술받기 위해 잠시 머물렀을 때,
수술 전 이런 저런 검사 후 대기 시간 두 주 동안 중국거리를 돌아다녔습니다.
여기저기 길가에 점포도 없이 자전거 수리로 먹고사는 사람이 무척 많이 눈에 띠었습니다.
길에 서서 가만히 구경하다 보면 재미도 있습니다.
부속도 없이 쇠줄로 갈아서 톱니를 맞추는 정도이니 재활용의 극치입니다.
예전 60년대 우리 살던 서울 거리가 거기 그냥 그렇게 있었습니다.
미군 부대 사이다 깡통 두드려 연탄 아궁이 불구멍 만들고
맥주깡통 오려서 애들 끌고 다니는 장난감 바람개비 만들던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이...

잘 사는 것은 풍요에 겨워 한번 쓰고 버리고
또 새로 사는 일회용품의 범람만 불러오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도무지 버린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하던 사람들, 버리는 것이 더러움으로 알던 시대에서
버리는 게 깨끗한 것으로 아는 시대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이를 보고 문명의 진보라 발전이라고 한다면 좋고 나쁨의 근본이 바뀐 것이지요.

하늘에서 보면 이 몹쓸 사람들을 버려야
제대로 된 깨끗한 세상이 올 것 같다고 여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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