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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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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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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이 끝 모르게 펼쳐진 오후입니다.
길을 걷다보니 길 끝나는 산 아래까지 오고 말았습니다.

"길을 겉었지 누군가 곁에 있다고..."

임지훈이라는 가수의 노랫말을 흥얼거리며 걷게 되더군요.
낙엽을 줏었습니다. 예전에 총각시절 지금의 두레엄마에게 예쁜 엽서를 보낸다고 강화도 어딘가 산기슭을 헤매고 다닌 적이 있었는데...잠자리 날개도 붙이고 코스모스 꽃잎도 8개 붙이고 그 꼴갑에 두레엄마도 넘어가고...
하여간에 그 청춘이후 낙엽을 제가 다시 줏은 겁니다. 내가 청춘은 아닌데...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묘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낙엽의 바스락거림을 잠깐 손으로 느꼈지요. 
 
얼마 전 Tv의 청춘합창단이라는 프로에 김태원이라는 분이 이런 말을 했는데 그 말이 내게  의미있게 들린 적이 있었습니다.
"청춘이란 지나간 것이 아니라 그 이름을 불러지면 청춘이 시작되는것"이라고...
꼭 김춘수 시인의 <꽃>을 부르는 뉘앙스와 같은 의미이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낙엽을 다시 줏어 둔 순간 난 청춘인 것을...

아래의 사진은 어제 챙겨놓은 은행잎과 단풍잎입니다.
저 스스로도 떨어진 낙엽이 마음을 움직여 일부러 찾아 다닌게 언제인가?... 따져보니 청춘의 시절 대학 다니던 80년대였던 것 같습니다.

80년대 우리가 보냈던 대학시절에는 참 우울한 날도 많았습니다. 전두환 정권 시절이었는데, 광화문 지나 경복궁 옆길로 해서 정독도서관으로 가는 길은 은행나무가 가득한 길이었는데, 글쎄 그 아름다운 길과는 사뭇 다른 시퍼런 경관들이 득실대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그들도 경비업무라 시키는대로 하기에 원하지 않는 일이었지만, 하여튼 그러한 만남은 서글픈 일이지요. 아마도 그 길을 걷노라면 기본적으로 두세 번은 가방을 검문당합니다. 이봉창 의사가 다시 날 일도 아닌데, 도시락 통까지 뒤지는 오바하는 전경도 부지기수였지요.

그 즈음의 가을은 저에게는 은행잎이 도끼처럼 단풍잎은 삼지창처럼 내 어깨틑 찍어내는 것처럼 느낀 시절이었습니다. 그만큼 잔혹하게 느껴진 시절이었습니다.

스스로 백성을 적으로 돌리는 정부에 대한 반감이 절정에 달한 열혈청년기였지요. 당시 제 논문 제목이 <성서에 기록된 혁명의 연구>였을 정도로 뒤집어엎는 게 최상으로 여겼더랬습니다. 신학생 치고는 고약한 현실주의자였던 셈입니다. 하도 목소리만 높이면 잡아가던 때였으니까  친구와 둘이서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전두환 각하를 사랑합니다,> 라고 쓴 피켓을 들고
“우리 종로서적 앞을 왔다갔다 해보자.”
“물론 빤스만 입고 맨발로 다니자,”
“야 임마, 그러면 집시법이 아니라 경범죄로 들어가잖아”
“그건 더 쪽(얼굴)팔리는 일이니 웃기잖아? ”
하고 웃었더랬습니다.

세월이 지나고 끓는 물처럼 요동치던 시대도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아직도 그시대를 연장선으로 보고 주제를 바꿔 그러한 일에 집념을 가진 이들도 아직 여전히 계십니다. 나이 들어서도 평생 그 일로 소일하는 이를 보면 공감하는 분들은 ‘젊은 열정의 소유자’라고들 하지요. 하지만 저는 그 분들이 아직도 젊어 청춘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보겠지만 인생의 전환기에 판단을 유보한 과거지향의 순정남이라고 여깁니다. 밖에서는 의리의 사나이처럼 보이지만 변절하지 않는 뚝심으로 보이지만 그 중 많은 분들은 지혜롭지 못한 분으로 보여집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는 지혜는 사람의 처세술이 아니라 하나님의 경륜을 의미합니다. 또 어쩌면 세상의 아들들이 뱀처럼 지혜로움에도 미치지 못하는(성경의 상징용어이니 이해되지 않는 분은 그냥 지나가셔도 됩니다), 그리하여 경제적으로는 실패한 투자자라고 불리어도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 분들은 신앙의 확신이 강한 목사, 신부나 종교인으로 먹고 사는 일에 인생의 주제로 두지 않는 분들이 대부분이시지요. 그럼 저는 뭐냐구요? 내가 고민을 접을 무렵에는 저는 확신이 강하지 못한 , 즉 하나님이 제게 대한 계획을 깨닫지 못한 돌팔이 였었거든요.(아 슬퍼! 과거는 묻지 마세요...)

지금은 제 서재에서도 치워버려 아마도 창고 구석 책 박스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예전 그 시대에 줄쳐가며 읽던 김학준 교수가 편저자로 된 <러시아 혁명사>서문에 이런 글귀가 생각납니다.
“혁명이란 나무는 젊은이의 피를 마시고 자란다.”
그 젊음의 시기에 그 말이 그렇게 가슴을 울려댔습니다. 아직도 그 말이 기억나는 것을 보니 참 위력있던 멘트인 셈입니다. 조금 더 이성적이 되면 그 때 그 감정을 자극했던 그 말에 그렇게 마음을 많이 할애하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인호가 소설로 쓰고 강석우가 주연을 한 영화 <겨울나그네>가 있습니다. 의대생이었던 꿈 많은 주인공이 훗날 망쳐버린 자기 인생을 돌이키며 죽음의 비장함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다" 는 독백을 하지요. 하긴 설경구 주연의 영화 <박하사탕>. 기억나시죠. 거기에서도 우리 시대가 낳은 아들의 최후가 담담히 영상물로 다가섭니다. 철길에서 "다시 돌아가고 싶어"를 외치며 자살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모두 시대의 비극이 유발한 장면들이지요.

낙엽을 보다 제 청춘의 열혈기를 떠올렸군요.
하나님을 만나 신앙으로 추스르지 않았더라면 지금 촛불 들고 앞서는 중년의 아저씨일지도 모르겠구나, 집에서는 욕이나 처드시는 순정남일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에게 좋게 보이려고  하나님을 몰라라하는 허망한 인생을 살았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 글을 보고는 또 어떤 이들은 저의 정치적 성향을 따져 묻는 흑백 구분의 마법에 걸릴지도 모르겠군요. 그 질문의 답은 텔레비전의 코메디언들이 더 뛰어난 답변을 하곤 하지요. “개그는 개그일 뿐 오바하지 말자”

낙엽이 놓여 진 찬송가는 413장 <내 평생에 가는 길>입니다.
“내 평생에 가는 길 순탄하여
늘 잔잔한 강 같든지
큰 풍파로 무섭고 어렵든지...끝내 싸워 이기겠네...
내 영혼 평안해 내 영혼 내 영혼 늘 평안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 인생은 순탄한 강물보다는 큰 풍파가 더 많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지금 돌이켜 생각하니 참 강물같이 흘러갔구나 싶어집니다,
성경은 잠언 4장10-27절이구요.
  • ?
    끼득이 2011.11.08 17:36
    반갑습니다.
    이쁜 낙엽과 함께 돌아오셨네요.^^
    두루 건강하시지요?
  • ?
    두레아빠 2011.11.09 19:34
    평안하시지요? 지리산 자락에도 서서히 찬바람이 불겠고요. 요즈음 저도 다시 시골로 가고 싶은 생각이 들때가 있어요. 혹 아래지방에 가게되면 연락 드릴께요.
  • ?
    자유부인 2011.11.10 16:38
    예쁜 가을빛처럼 많이 반갑습니다.
    두 분 모두 건강은 괜찮으신거죠? ^^
  • ?
    ... 2011.12.31 12:43
    해가 바뀌기 전에 댓글을 달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가족 모두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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