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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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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조회 수 165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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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섭아 당장 네 있는 곳으로 달려가고 싶은데
움직일 수 없는 힘없는 내 몸을 안타까이 여길 뿐이다.
신학교 다닐 때 내가 휴학1년 인가를 하고 복학해서
쓸쓸해 있을 때 네가 나를 찾아왔지...
그리고는 또 1년인가를 다니다 다시 휴학하고... 복학했을때도...
그리곤 우여곡절 끝에 졸업한지 10년이 훨씬 지나 신대원에 다닐때도
신기하게 너는 내가 신학을 다시 하고자 마음먹을 때마다
목회대학원에 다니며 나랑 놀아주었었지...
내가  시골 마을에서 공동체 생활하는 동안
친구들의 목양지를 찾아나선 유일한 곳이 너의 사역지였지...

난 참 더럽게도 잘난 척했어.
톰슨 성경, 오픈성경, 성서주석을 편집한다고 주접떨기도 했고,
월간목회 다니며 전국의 유명짜한 목사님들 만나고 다닌다며
이름없이 사역하는 목자들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못난 놈이었지,
공동체 산다며 네들은 참 사도행전적 초대교회를 못한다며
어줍잖은 자부심을 내보이는...

한마디로 지금생각하면
성령의 은혜를 몸과 혼과 영으로 온전하게 알지 못한 채
지혜와 지식으로 아는 체하는, 입으로만 예수님을 주로 고백하는
그리하여 결국은 주님이 모른다고 하는 바리새인이었지.

그런 내게 네는 목자의 고민을 은연중 보여준 몇안되는 친구였지.
그간 친구, 아니 도반의 귀중함을 모르던 내가
막상 너와 헤어질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갑자기 들었을 때,
하나님은 왜 내게 붙여진 천사들을 왜 자꾸 데려가시나 아쉬움이 남는구나...

개인적으로는 네게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지상에서의 할 일을 다하고 졸업하는 네게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지만,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할 너와 인연을 맺은 모든 이들(나를 포함하여)이
다시는 너를 볼 수없는 이생의 눈을 생각해야 하기에 착잡할 따름이구나.

“본 바요 만진 바요 들은 바라”

우리에게 예비된 하늘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직접 보고 들은 내입으로는 형용할 수 없으나
우리가 익히 알아 사모하는 그곳,
아니 이전에 이미 살았다가 지상살이에 지쳐,
기억 속에 잊어버린 그곳으로 가는 네게 부러워하는 마음이 앞서는구나.

지금 받는 육체의 고통에 대해 할 말이 없구나!
지난 4개월 전의 내가 생각난다.
너무나 고통스러워 할 수만 있다면 차라리 죽는게 났다는 고백을  했었었다.
그렇게 주변의 사람들이 병으로 죽어가는 목사의 삶을 염려하건 말건
차라리 죽는게 낫다고 여겼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사는 것은 나의 기도와 의지가 아니라
성도와 주변 지인의 향기로운 제물이었음을 이제사 고백한다.

내가 죽었다가 살아난 것은
이전에 내가 성령의 능력을 확신치 못했던 덜 깬 자요,
삯꾼 목자인 까닭에 다시 한 번 잘해보라는 기회주심을 알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내 짧은 생각에 동역자였던 송목사는 이미 죽었던 자요.
그 체험으로 주어진 달란트에 열심을 내어 그 수십 배를 남긴 것을 아시는 그분,
너의 달려갈 길을 다해 힘써 온 이라는 것을 아시는 그분,
이에 상급 주시려는 하나님의 이른 부름일지도 모른다고 여겨지는구나.

그럼에도 나는 욕심을 부리는구나!
하나님! 할 수만 있다면 창섭이와 저희가 이 세상 소풍 나온 길.
조금 더 즐겁게 더 있게 해주세요.
얼마 있으면 영원히 볼 수 있는 그곳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음에도
이왕나선 여행길이 더 지속되기를 원하는구나!

어릴 때 소풍의 즐거움이 생각나는구나
사이다와 삶은 계란, 그리고 김밥 재미난 오락시간에 수건돌리기를 했었지.
어쩌면 우리 동기가 수건돌리기를 하는 중일지도 몰라.
영금이가 먼저 술래를 돌다 친구 사랑하는 마음에 넘겨주지를 못하고
그만 열 바퀴를 다 돌고 종이 쳤단다.
그리곤 내가 술래가 되어 돌다가 숨이 턱밑에 가서야 쓰러지듯
수건을 네게 넘겨준 것만 같구나.
네가 열심히 뺑이를 치고 있는데
다음 술래를 찾아 주지 못하고 주어진 열 바퀴가 다가오는데...
네는 아직도 수건을 줄 줄을 모르고 계속 돌고 있구나.
창섭아 다음 술래도 몇 바퀴 돌다 다음 주자에게 넘겨 줄테니
네가 다 담당하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어쩌면 너는 성실히도 열 바퀴를 다 돌려고 하느냔 말이다.


우리가 함께 타고 가는 버스에서
자신이 내리는 목적지를 알고 내리려는 이를 한없이 잡을 수는 없겠지.
네가 사는 하늘나라의 번지수가 있는데
점점 더 먼 여행을 떠나야 하는 우리가 같이 놀아달라고 할 수는 없겠지,
자신이 내려야 할 목적지에 이르면 내려야 하는게 여행객 아니겠니.
먼저 우리의 새로운 터를 하늘에 마련하신 주님의 새로운 부름에 나서는 네게
우리는 육신의 손을 흔들 기회가 있을 따름이구나.

그럼에도 나는 욕심을 부리는구나! 주님 나는 이제 눈이 떠
나보다 먼저 눈이 떴었던 내 친구를 좀 더 내 곁에 두고
그 사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나는 세상에 사는 동안 도를 깨우친 도반(道伴)이 필요해요.
제 기도가 하나님께 드릴 향기로운 제물이기를,
의인의 기도는 역사하는 힘이 크다고 하셨는데...
하지만 “선생께서 쓰시겠다”고 하시면 어쩌나...
너의 육신의 장막을 거두심으로
세상에 더 많은 하나님의 일을 보이시려는 그분의 뜻이 있다면...
송목사가 살아왔던 삶을 돌아보며
우리가 주님께 더많은 하늘의 은혜를 주시고자 한다면...
송목사의 몸으로 세상을 이겨내고
담대한 믿음의 눈을 뜨게 하여 가족과 친구에게 증거로 삼으려는
하나님의 의지가 있다면...
우리는 하나님의 하시려는 영광된 일을 위해 기도해야 하겠지,
그것이 지상에서 부름 받은 사명자들의 일이겠지.

창섭아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해
내 몸을 무기로 사탄과 한번 맞짱 떠보는 싸움이 흥미진진할지도 모른다고...
물론 이미 한번 죽은 우리가 이길게 뻔한 싸움인데도
미련한 이놈들은 꼭 최후의 승부를 걸어오지.
욥의 몸에 고통을 주듯 네 육체를 해하려는 놈들의 전략은
육체를 입은 우리로서는 사실 두려워,
하지만 네 영혼을 건드리지 못하는 놈들에게 끝내 이길 너를 생각한다.
마지막 승리의 쾌감을 만끽하길 바란다.



친구들이여! 가족과 이웃들이여!
우리는 이미 한번 죽었던 자들이요. 그러하기를 바랍니다.
혹 아직도 죄에 대해, 이 세상의 삶에 대해 죽지 못해  
인간적으로 본 목자로서의 생의 마지막을 슬퍼하는 이들이 있다면
속히 눈이 떠져 송목사의 이별여행을 기쁨으로 보기를 바랍니다.

목자로서 온 송목사의 음성에 귀에 익숙한 양들에게 무한한 위로의 말을 드립니다.
송목사는 강인한 사냥꾼으로
세상을 떠돌며 삼킬 자를 찾는 울부짖는 사자를 막아낼
성령의 검과 기도의 방패를 갖춘 목자이온데
이제 그 음성을 듣고 달려갈 목장이 허전할지도 모를 일입니다만,
그가 몸을 드려 바칠 마지막 희생의 제물로 이겨내시기를 바랍니다.
제대로 그 예배를 받으시고 영원한 제사장이신 예수 앞에 나가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 은혜의 일로 인해 참다운 영생의 길을 찾으시기를 바랍니다.
할 수 있다면 양의 목소리를 들으시는 대제사장이신 주님의 은혜로
우리의 기도가 세상에서도 이루어져
그의 몸이 다시 일어서는 이적의 삶속에 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송목사가 떠남은 그의 기도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할 일을 다한 그를 우리에게 더 있게 하기를 간구하는,
그래서 더욱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나가야만 하는
우리 남은 자들의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쩌면 그가 남아서 일하는 것보다 그가 없어야 부족한 것을 느끼고
그를 생각하며 하늘 일하는 것에 더 힘을 내어 살아갈지도 모를,
우리를 위한 주의 역사하는 힘일지도 모릅니다.

창섭아! 우리 남은 자를 위해
네게 남겨진 마지막 비장의 무기를 들고 나선 네게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까지 살아온 날들이 남아있는 날보다 많다고 여기는 나로서는
또 한발 앞서가는 네가 복된 삶을 산다고 확신한다.

그럼에도 나는 욕심을 부리는구나!
주님 할 수만 있다면
창섭이에게 주어지는 잔을 넘어가게 해주옵소서!






추신 : 친구는 두 군데의 농촌 교회를 섬기다
교회를 건축하고는 또 다른 곳에 교회를 개척하곤 했습니다.
삶에 여유가 있어지면 그 자리를 비어놓는
어찌 보면 지혜롭지 못한 인생처럼 보였지만
자기는 그렇게 부름을 받았노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암을 발견하고 1달 후에 하늘로 갔지만
투병 중에도 늘 웃음으로 친구를 맞이했습니다.
그런 그가 딸 아이를 보면 눈물을 삼키는 것을 보았습니다.
삼 년전 늦둥이를 보고
그렇게 삶에 활력을 준 아이였는데 말입니다.

자신의 삶에 임한 하늘의 소망을 알지만
세상에 남겨진 가족과의 이별에 애통해한 친구였습니다.
이제 그리움만 남기고 빈자리만 있지만
그로 인해 참 소망을 보게 되었습니다.

애통하는 자에게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의 것임이라.


  • ?
    두레네집 2008.07.11 18:30
    같이 보면 좋은 성구

    요한1서 1장1절:우리가 들은 바요, 눈으로 본 바요, 우리의 손으로 만진 바라

    베드로전서5장8절:마귀가 우는 사자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

    에베소서 6장17절 이하:성령의 검 곧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와 간구로 ...항상 힘쓰며 성도를 위하여 구하라

    마태복음 5장4절: 애통하는 자에게는 복이 있나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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