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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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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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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에 욕심을 내라

욕심이라는 말이 세상사에서는 참으로 부정적인 말입니다.
기도라는 선한 열매에 잘 매치되지 않는 이 말을 왜 붙이게 된 것인지?
이에 대해서는 저도 잘 설명할 수 없습니다마는
어쩐지 이게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주일전 두레교회에서 사랑부(지체장애인부서임)를 섬기시는
전국재 목사님 댁을 찾아갔습니다.
전목사님이 남양주 인근에 몇 년의 준비 끝에 직접 지은 집에 초대한 것입니다.
사실 건축가도 아니고 평범한 사람이 자기 살 집을 손수 짓는다는 것은
평생에 그리움으로만 남아있을 못 이룰 꿈입니다.

저도 잠시 시골(추풍령)에 머물러 있을 때
5평 남짓하는 조그만 나무집을 만든 적이 있었는데,
사실 판자집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는 방 한 칸짜리입니다.
기초공사를 하는데 땅을 고르는 삽질과 리어커로 날라댄 자갈과 모래만으로도 힘이 들어
집어치울까 하는 유혹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바닥에 보일러 까는 일이며 미장까지 마치고는 몇 주를 그 상태로 두기도 했습니다.
이후 나무를 자르느라 톱질, 망치질, 끌질에 대패질까지,
거기에 더해 창호까지 직접 나무로 틀을 짜보기도 하고
일끝마다 질러야 하는 마무리가 너무 힘들어
장마 끝나고 시작한 일이 겨울 초입에 이르러서야 갈무리가 되었습니다.
비록 지붕은 제일 값싸게 먹히는 함석으로 해 빛나는 햇살에 번쩍이는 양철지붕이었지만
그래도 내실 천정은 합판을 붙였습니다(일본말로 ‘덴조’라고 하나?).
마지막 한 장을 붙이고 도배만 하면 끝인데
아뿔싸 그날 저녁 발등의 뼈가 접질려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반년을 기다리다 지친 두레엄마가 열이 받아 빽 소리를 지르고는 혼자 도배를 했다는
자기만의 무용담을 지금도 날 궂으면 가끔하곤 합니다.

그런데 전목사님은 가서 보니 엄청난 일을 벌린 것입니다.
그간 땅을 사고 진입로를 내는데 소비한 행정력과 이웃과의 관계가 더 지치게 했다고 하시며, 정작 집짓는 노동은 아주 즐거웠다고 하십니다.
일을 해보신 남자라면 아시겠지만 집안에 마련한 공구가 너무 탐이 날만큼 좋았습니다.
타카나 집안 내장을 위한 콤퓨레샤는 물론 와이어 톱에 전문 목수가 지니고 있는 전동공구까지 다 마련하셔서 직접 다 하셨다는 것입니다.
우와 각 방마다 다녀보니 구석구석 미친 손길이 절로 탄복이 나옵니다. 그간 해외 공동체를 다니시며 배운 눈썰미로 직접 하셨다는데, 온 가족이 여력 미치는데로 하셨다는데, 정말 사람의 정성이 깃든 내가 살 집은 남이 지어준 집에 몸이 들어가 사는 집과는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는 기운이 확 다가옵니다.
톱질 하나에 배어든 땀내가 있을 것입니다.
잘못 튕그러진 망치질에 손가락이 찌어댄 아픔도 있을 것입니다.
더욱이 기다림이라는 소망은 더욱 절절이 배어있을 것입니다.
잘 배치된 이층구조의 각 방마다 어쩜 그리 고른 햇살이 비쳐대는지...

육신의 장막이 거처하는 집에도 이리 정성이 들어가면 아름다운 것입니다.
저야 시골생활을 정리하며 집짓기를 이제는 기대하지 않지만
최근 은혜아래 거하면서 내 육신에 거할 성령님을 위해
내 몸을 잘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넘쳐나게 되었습니다.

밖에 나오니 햇살아래 전목사님의 아버님이신 전택부 장로님이 앉아계십니다.
한국 교회사의 산증인이시자 한국 YMCA를 이끄신 분이십니다.
그 분의 저작물은 매우 많습니다.
한국교회사 자료집 가운데 이름만 되면 지금도 언급되는 중요자료가 많습니다.
그 가운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 있습니다.
기독교서회에서 나온 <토박이 신앙산맥>이라고 전체 3권으로 지어진 책입니다.
이 땅의 신앙이라는 산맥 가운데 우뚝우뚝 솟아있는 큰 산 같은 인물도 있지만
또한 낮은 구릉도 있어 자기 자리를 말없이 지켜온 우리의 선배들에 관한 잔잔한 글입니다.
초기 100년간의 한국교회의 증인으로서 장로님의 글은 사료로 길이 남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분이 저희 어린 목사님들을 보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 저와 이 집을 위해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제 방에 들어오셔서 축복해 주십시오.”
저희보다 살아온 내력이 깊으신 분이 오히려 머리를 낮추시는 것입니다.
단지 주의 종들이기에 육신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하나님의 영이 거하는 사자라고 보시는 것입니다.
그 어른의 그러한 겸손한 삶의 모습에서
그분에게 임한 우리 주님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순간 저의 머리에서 작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그래 기도에는 욕심이 있어야겠구나! ”
이생과 내생의 복을 비는 통로의 길은 기회가 닿는 대로 사모해야 하는 것이구나!

구하는 대로 구하라
도움이 있으리라
자비는 멀지 않으며
의인의 길을 걷는 자로
열심으로 주를 바라보며
매일 매일 간구하는 자에게 임하리로다.

‘구도자의 열매’는 하늘이 절로 맺게 해주십니다.
그분과 목사님의 가정을 위해 기도하는 중에 지저귀는 새소리가 들려옵니다.
창밖을 여미며 비집고 들어오는 저녁놀의 잔상과 함께
시원하게 들려지는 새소리는 새 방언입니다. 바로 하늘 소리입니다.
“복있는 사람은 오만한 자리에 앉지 않고
주야로 주의 말씀을 묵상하는 자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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