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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사랑방>사랑방이야기

누구나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세요.

방송에서 요번 주 북한산 단풍이 절정이라 해서 그렇나? 산 전체가 인파로 덮였습니다. 아침에 비가 와 주츰하다 보니 늦게 출발해 모처럼 사람 구경 하게 생겼습니다. 비봉매표소 지날 때 엿들은 바로는 한 그룹의 인원이 200명이라나.. 누구 말 대로 북한산에도 신호등 설치해야 한다더니 ㅎㅎㅎ 이해가 갑니다.  근데 이상하게 난 사람 많은 것이 더 좋습니다. 워낙 혼자 산을 다녀 사람 그리워서 그러나 봅니다.

그래서 오늘 산행 주제를 '시선과 그 시공간'으로 정합니다. 그들의 시선과 그 표정들을 보시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시공간, 그들만의 우주에서의 이야기들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렇게 오늘 저기엔 수많은 그들만의 우주가 따로 존재했었습니다.

오늘 등장인물 전부 저와 관련 없습니다. 그들 몰래 순간적으로 셔터를 누르다 보니 엉성한 면이 많이 발견될 것입니다. 넓은 이해 바라며, 허락없이 사진을 찍은 것에 대해 저 분들께도 뒤늦은 양해를 구합니다.


오전 10:37, 사모바위에 앉아 저 아래 서울 시가지 바라보는 등산객들.. 저들.. 넋 놓고 앉아 무엇을 생각하는 것일까? 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저 아래 속세에 두고 온 여러 사연들을? 아님.. 저 아주머니의 재미난 이야기에 푹 빠진 것일까?

오늘 저 여성과 여러번 마주칩니다. 혼자 저리 오시는 분 발견하면 혹 ofof.net 가족 아닌가 하여 유심히 보게 됩니다. ㅎㅎㅎ 이상하게도 저는 저 분을 보는 순간, 많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야릇한 느낌을 가집니다. 아무 이야기도 없었지만..

이곳 저곳 더 둘러보며 몰래카메라(?) 막 찍어 댑니다. 사모바위 아래 옛 군부대 자리던 넓은 공터엔 수많은 이야기 피어 오르고, 즐거운 모습과 터져 나온 웃음이 저 하늘 높이 퍼져 나갑니다. 자! 승가봉으로 출발합니다.

오전 10:46, 승가봉입니다.

햇살 받으며 멍하니 태평로쪽 서울 시가기 바라보는 노부부.. 바쁜 숨 헐떡이며 바위에 걸터 앉은 30대 아저씨.. 그들을 옆에서 지긋이 지켜보는 보현봉.. 멍하니 그쪽 바라 보는 청년..

오늘 이 분주한 북한산에도 저런 한가함이 군데 군데 있었습니다.

한무리의 단체 등산객들, 이 조용한 승가봉 한가함 밀쳐 내고 일순간 감탄과 즐거운 이야기들로 채워 버립니다.

또 저 여성분.. 세차게 부는 바람에 조심하며 이 승가봉 내려갑니다. 무슨 생각 하며 저리 조용한 산행 이어 가는 것일까...

청수동암문으로 출발합니다. 아침 비 맞은 저 나무잎.. 가을햇살에 바짝 말랐습니다.




햇님이 만들어 낸 이 아름다운 빛 보십시오. 역광이 만들어 내는 이 찬란함, 우린 곧 잃게 될 것입니다. 저 잎들 윤회의 긴 과정 들어서면 말입니다.

청수동암문 오르는 것은 여럿에게 힘든 길인가 봅니다. 여기 저기서 '아니고~' 소리 터집니다.

저 여성분 힘겹게 오르고 있습니다. 인사도 안 건네고 무심하게 앞질러 온 것이 왠지 이 마음 쓸쓸하게 합니다.

오전 11:10 문수봉입니다. 노모와 같이 온 저 아들.. 양지 바른 곳에 앉아 노모가 깍아준 감을 먹고 있습니다.

멍하니 보현봉 바라 보고, 무슨 상념에 잠기며.. 저기엔 또 어떤 우주가 만들어져 저들을 둘러 싸고 있는 걸까요..

차갑지만, 신선한 바람.. 햇살이 만들어 낸 열기 식힙니다. 이 따뜻한 햇살 받으며 눈 감고 한가해져 봅니다. 시간이 흐릅니다. 바람이 붑니다.

요란했던 청수동암문 분위기.. 여기까지 올라왔습니다. 이곳도 복잡해집니다. 어느 회사에서 야유회 왔나 봅니다. '이럴 수가! 야호~~' 하며 난립니다.

또 조용해집니다. 그들도 이 가을 정감에 취해 멍하니 그 모든 것 구경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시선은 지금 거기에 맞춰져 있습니다. 서로 팔짱끼고 아무말 없이 말입니다.

문수봉 위의 저 등산객의 두팔 벌린 폼에 사람들 환호성 보냅니다. 지금 그들의 시선은 저 등산객입니다.

흰 옷 입은 저이의 표정과 시선은 저 곳에 관심없습니다.

그렇죠.. 이 좁은 곳에서도 서로 다른 우주 여럿 각자 바삐 돌아가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올라오다니.. 더군다나 낭떠러지 옆에 서서도 겁내 하지 않는군요.. 저 꼬마 대단합니다. ㅎㅎㅎ

저 꼬마에겐 경치는 관심없습니다. 먹을 것.. 이 곳을 내려가 아빠로부터 얻어 낼 그 무엇... ㅎㅎㅎ 다 그런 시절을 거쳐왔잖습니까?

저 꼬마도 좀 더 자라면 아래 사진의 청년들과 같이 되겠죠? 그래요.. 저 꼬마의 미래는 저들이요, 저들의 과거는 저 꼬마였겠죠...

젊은 시절, 누구나 꿈도 많고.. 그러나 갈등도 많고.. 방황도 여러번.. 미약한 자신.. 희망으로만 채워졌었는데.. 갈수록 커져만 가는 불안감.. 어찌 살아야 하나.. 그들은 말이 없습니다. 한참을 저러고 있습니다.

우리 기성 세대.. 저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요.. 저들이 꿈과 희망만으로 미래를 바라볼 수 있도록 우린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요.. 무엇을..

승가봉서 본 저 노부부 좀 같이 가까이 서서 저 아름다운 경치 구경하시지.. 경치 구경하시는 것인가.. 상념에 드신 것인가.. 오시다 두 분 다투셨나? 뒤선 걱정없는 젊은 숙녀들 이 세상, 이 젊음 찬미하는데...

하여튼 우리의 선배들은.. 쯔~ 네? 저의 미래라구요? 쩝~ 그럴까요? 허긴 저 노부부는 둘인데.. 전 혼자니.. 에구! 남 걱정할 때가 아니네요...

와! 많다! 등산 복장과 배낭만 아니면 무슨 장터 같습니다. 시끌.. 시끌.. 하하.. 호호.. 오전 11:45 대남문 정경입니다.

사진 찍는 이들.. 점심 먹을 곳 찾는 이들, 같이 온 일행 찾는 이들.. 바쁘고, 즐겁고, 편한 정오입니다.사람 구경 절정에 달합니다.

그들은 무엇을 보는 것일까요.. 그들은 무엇을 생각하는 것일까요.. 거기엔 무슨 이야기 있을까요..

오전 11:56 대남문 아치 아래 어떤 아주머니의 재미있는 만담, 산 찾은 어린이들 시선 몽땅 움켜쥐셨다. 조금 있으니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 아치공간 가득 채웁니다. 바로 그 소리 멀리 퍼집니다.

S천사님은 저보구 '카메라 바이러스'라 합니다. 사진 찍을 때 전혀 웃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평소에는 웃음이 헤퍼 웃음 짓는 것에 대해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그래서 그랬나 봅니다. 저런 해맑은 웃음을 보면 항상 부러운 생각이 든 이유가 말입니다.


 

오후12:02, 이젠 구기매표소 쪽으로 내려갑니다. 근데 갑자기 뒤에서 와!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얼른 그 표정부터 담습니다. 성공했습니다. 대성공입니다. 저 자연스런 표정.. 저 순간에의 몰입.. 맑은 하늘.. 시원한 바람.. 따뜻한 햇살.. 근데 무엇이냐구요?

상상해 보십시오. 그들의 시선과 그 순간의 시공간, 바로 그들만의 우주를 말입니다.

꼬마 녀석.. 엄마와 다정히 앉아 이 오후를 엮어 가고 있네요..

저 검은 옷 여성.. 바위 위 올라 누굴 기다리시나? 아님, 晩秋 햇살을 받으며 단풍 감상하시나.. 여인의 뒷모습은 항상 많은 상상을 하게 합니다.

단풍잎이 만들어 준 그늘 아래 저 넓직한 바위.. 그 위의 저 편안함.. 부부간에 무슨 이야기 저리 오순도순  나누고 계신지....

그렇게.. 그렇게.. 해도 조금씩 기울고 있습니다.

꼬마 숙녀 두 분.. 나들이 하셨네.. 각 자의 손엔 과자 봉지 하나씩 들고 이야기 삼매경 드셨네.. 조잘 조잘 ㅎㅎㅎ

이제 갓 졸업한 청년 3명.. 어디에 취직을 해야 하는지.. 막막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네요.. 대기업이어야 하는지, 중소기업이어야 하는지.. 할 수 있을 것인지...

어르신 두 분.. 다정히 앉으셔서 이 가을의 시간을 조금씩 흘리시고 계시네요...

가을이 많이 깊었습니다...

저의 내일일까요? 아님 우리 모두의 내일일까요.. 할아버님, 건강하십시오..

바쁜 매표원 아가씨.. 그래요 내일이면 거의 마무리 될 것 같군요.. 이 가을의 북적댐이..

하늘색과 노란색의 조화.. 그것이 산이어서 가능한 것인가..

상점앞의 호기심.. 뒷짐진 아저씨.. 물건 설명에 바쁜 점원..

하산길 뒷모습이 아름다운 여인...


그렇습니다..
오늘 북한산에는 우리의 어제, 오늘, 내일이 함께 있었습니다....
(끝)

 


복숭아 - 햇님 (신중현 헌정 앨범중)

  • ?
    오 해 봉 2003.10.25 22:46
    북한산의 이곳저곳 구경 잘 했습니다.신호등을 설치해야 할것같다는 이야기에 공감이갑니다.한가지청은 사진을 좀더크게 올려주셨으면 더욱 좋을것 같습니다.
  • ?
    허허바다 2003.10.25 22:50
    아! 오 해 봉님.. 읽기 편하게 하기 위해 그랬습니다... 긁적긁적.. 사진원판을 보시려면 해당 사진에 마우스 갔다 대시고 오른쪽 버튼 눌러 '다른이름으로 그림저장' 하신후 그것을 보시면 아주 큼지막한 사진이..
  • ?
    moveon 2003.10.25 23:11
    아!!멋집니다. 사람들의 다양한 포즈와 표정들. . .역시 무엇보다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 ?
    산유화 2003.10.26 19:39
    바다님 혹시 비봉 매표소 어떻게 찾아가는지 대략 설명좀 해주세요. 주차 해놓을만한 장소가 있는지도. 비봉 능선 길을 참 좋아하는데 너무 오래 안가봤네요. 하산은 하겠는데 등산 시작점은 못 찾겠습니다.;
  • ?
    허허바다 2003.10.26 19:57
    143-1 종점 하차 > 이북5도청 > 청운양로원 왼쪽 큰길 > 큰길 끝에서 왼쪽 > 시멘트길 갈림길에서 오른쪽 (연화사, 금선사 쪽)
  • ?
    허허바다 2003.10.26 20:41
    리플로 다시 달겠습니다
  • ?
    솔메 2003.10.27 11:38
    가을북한산을 안방에 앉아서 유람 잘 했네요..... 티없는 싱그런운 웃음까지 모두를...
  • ?
    지나가다. 2003.10.27 14:40
    우와...넘 멋저요. 저또한 생각하는 많은사람들을 보고 저들은....한적도 있었느네데. 북한산...아프지않게 잘 보존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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