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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정진원의 지리산이야기

정진원 프로필 [moveon 프로필]
조회 수 195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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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신에서 벽소로 오르는 길은 알려진대로 군사도로 였던
흔적 때문에 차가 오르기엔 험하다.
길이 패이기도 하고,
도중에 높이 솟기도 해서 걷는 것 외에는 일반 승용차로
는 어림없고 마을의 작은 트럭들만이 오르고 마는 길.

웃 삼정까지 올라 갈 수 있었다.
의신에서 2.7킬로미터라는 그 길은 하산 때라면 너무나
낭만적인 길. . .
곁에 흐르는 화개계곡은 그 아름다움에 정평이 나 있고
계곡과 나란히 이미 차분한 가을을 마감한 산록은 바라
보아도 싫증 나지 않은 모습으로 내내 사람과 그 호흡을
같이 한다.

오늘은 오른다.
육중한 승차감으로 벌써 온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 차를
타고 [이런 일은 이번이 2번째] 오른다.
덜컥, 그리고  출렁.
갑자기 한번도 이런길을 달려 보지 않았을 車에 대해
한 없이 미안하지만 그래도 이 영원의 순간에 갈곳이
없어진 지리의 품안에 드는 길이 이것 말고 있을 것 같지
는 않다.

"한번 이런 종류의 차를 타고 올라 보고 싶은 길"
이라고 한마디 한것에 지리산은 처음이라는 벗이 선뜻 응
해 준 덕에 . .
높은 차체 덕분에 창가에 들어오는 풍광이 다른 것을
느낀다.[개인적으로 승용차들의 낮은 시각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상하다.
숲도 잠자고,
계곡도 숨죽인 곳에서. .
무엇인가 날 자극하는 다른 모습이 있음을 금새 알 수 있다.
맞다.
억새다.
키가 넘는다.

한번도 이 시기에 와보지 못한 것이 생각났다.
이래서 지리산은 늘상 그리움의 대상일 수 밖에 없다.

2.7킬로미터를 걷듯이 올랐다.
웃 삼정마을에 갈 동안 내내 우릴 호위하던 억새는 드디어
마을에 가까워지면서는 산 하나를, 마을 하나를 집어 삼키듯
에워 쌌다.
한창때를 지났을 모습이지만 해를 받아 빛나는 모습에는 화려
한 때가 아니어도 상관없이 당당함이 있다.
만복대의 질서정연한 억새 능선과 다른 풍성하고 어지럽고
너무나 감각적인 매력이 있다.
몇채의 집이 억새 숲에 감추어져 보인다.

억새들의 화장기 없는 얼굴 사이로는 흐르는 시간도 보인다.
경험되지 않은 미래의 전설 같은. .

이 길을 배낭을 힘겹게매고 올랐어도 오늘은 정말 마음 푸근한
걸음이었을 것 같아.
차~~~암 좋다.

이현상의 장소에 까지 오를 수 있는 지점에서 벗이 잠시 망설
인다. 통제 표시가 버젓이 있음에 바른생활 사나이는 과감히
돌아설것을 주장한다.
돌아서면서 보는 그곳에는 늦은 햇살이 지리의 異面을 핑크
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山빛이 각각으로 겹치는 시간이다.
무채색의 안온하고 편안함으로. .
어느 빛이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있으랴??????

돌아서 오는 길에 그 집에 들렀다.
觀香다원.
이번엔 화가 선생님의 깊은 마음이 담긴 방에 든다.
이 방은 그림들이 주인이다.
아궁이의 멋진 불길이 가슴을 갑자기 덥힌다.
개봉하지 않은 雨前을 새로 내어 놓는다.
쇼팽이 흐르는 방에서 2년전 뵈었던 춘곡선생의 화보집을
보면서 차를 만들 시기면 이 "목통골"에 거주, 제다에 참여
하신다는 그 모습이 적힌 장면에 다시 마음을 준다.

그림을 볼 줄 아는 벗이 있어 좋고..

참 멋진 곳이다.

茶食으로 말랑한 통곶감을 내어 놓았다.
천연의 단맛이 차맛을 상하지 않게 적당하다.
초로의 여인은 지리산을 어느새 닮아 가는 것 같다.

차를 만들줄 아는 여인.

茶具들의 총제적인 모습에는 다시 슬그머니 욕심이 생긴다.
茶爐가 정말 마음에 든다.

내 편견을 여지 없이 깨뜨린 차맛.
정말 좋~~~다.

"沈默은 言語의 여백"--그림의 주제다.

사립밖 까지 배웅 나와준 여인의 향기에 답한다.
"겨울에 한번 다시 오겠습니다"

  • ?
    parkjs38 2003.10.20 23:57
    목통골 觀香停.. 觀香다원... 또 숙제 하나 받아 들었다.. 이번에 다행이 겨울이다.. 후훗
  • ?
    길없는여행 2003.10.30 16:07
    "침묵은 언어의 여백" 그 그림 보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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