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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정진원의 지리산이야기

정진원 프로필 [moveon 프로필]
산 이야기
2001.11.06 15:59

여래의 눈

조회 수 2135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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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출산 기슭에 있는 높이 8미터의 거대 바위에 새겨진
        마애여래 좌상이다.

        2시간여만에 천황사에서 정상으로 올랐다.
        아찔한 낭떠러지를 잇는 구름다리 아래로는 피다만 선혈
        낭자한 단풍군락이 품을 벌리고 다가선다.
        호들갑 스러운 여인네들 소리에 갑자기 구토가 난다.
        가끔 산행을 하면서 나는 구토를 느끼곤 하는데 그날 컨
        디션면에서 실패를 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토하지는 말아야지.

        다섯시간정도 걷고, 한시간 휴식하고 걷다보면 능선과
        바위군락이 조화를 이루면서 한 구비 한 구비 엮어지는
        매력있는 작은 금강 월출산의 산행은 끝이 난다.
        그 마지막에 구정봉이라는 아홉개의 바위구멍을 지닌 암
        봉을 들리다 숨겨진 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산행
        의 마지막인데다가 지친 몸으로 다시 700여미터의 다른
        행로를 진행하기에는 무리인 그 지점에 그 여래 좌상은
        있다.

        온화한 미소 가녀린 허리선 그리고 어깨선에서 흐르는
        느낌으로 이어진 잘 뻗은 팔, 학자들이야 국보로 지정하
        면서도 조금은 불균형한 조화를 흠잡고 있지만 난 그 모습
        의 완벽함에서 감동을 받기 보다 오직 부처가 되겠다는
        혹은 성불하겠다는 한숨 한숨 , 한 소원 한 소원들의 손끝
        에서 이루어진 그 숨결을 통한 감동에 더 빠져드는 편이
        어서 늘 월출산 나들이에서 빼놓지 않고 보러 가곤한다.

        사랑하는 이[석가]를 위해 한땀 한땀 높은 바위에 목숨을
        수놓은 수행자의 천여년전의 모습을 보는 듯해서 가슴이
        터질듯 한데 아!!!! 그 온화한 미소속에 숨겨진 하나의
        비밀에 시선이 간다.

        
        늘 눈동자의 절반 이상을 가리운채인 여래의 눈.. . .
        인간의 오욕칠정에, 세상의 번뇌에서 시선을 거둬 버린 눈
        모든 욕망과 실상과 허상의 구분에서 떠나 버린 눈.
        빛도 시선도 가지지 않은 여래의 모습에선 그래서 늘 온화
        함과 정적이 감돌만큼의 평화를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모든 인간의 표정과 희노애락은 눈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나는 오늘 다시금 깨닫는다.
        총명한 눈을 혹은 무엇인가를 찾아 헤매는 듯한 빠른 움직
        임의 표정 있는 눈을 세상은 추구한다. 삶의 열정이 마치
        그 안에 있는 듯이. . . 그러나 먹이를 찾아 헤매는 대단한
        욕망의 창으로서 그렇게 우리의 눈이 변해 가는 것을 알지
        못한다. 어느 순간 싸움에 싫증내고, 세상의 표독한 굴레에
        한발 벗어던진 색다른 눈빛을 만나면 우리는 가끔 당황한다.

        그 색다른 안온한 눈을 나는 여래의 눈 속에서 만난다.
        그리하여 돌에 새긴 빛도 표정도 없이 다가서는 감촉을
        사랑하고 아낀다.
        무미하나 모든 맛이 들어있고, 무색하나 모든 색이 들어
        있는 그 모든것들 속에 내가 들어선다.
        대웅전 화려한 전각안에 황금 옷을 입은 대량 생산된 현대
        적 불상들에서 도저히 느끼지 못하던 갈증 같은 가슴아린
        절규를 화두로 들고. . .

        여의자. 모든것을 여의자.
        
        오늘 행복한 세상을 본다.
        
  • ?
    얼간이 2003.09.02 21:30
    나무 관세음보살~
  • ?
    길없는여행 2003.10.12 13:02
    참으로 애듯하고 해방된 시각입니다. 월출산 여래에 대한...
    참 좋습니다. 제 마음조차 흐뭇해집니다. ㅎㅎㅎ
  • ?
    parkjs38 2003.10.21 13:30
    "모든 인간의 표정과 희노애락은 눈에서 나온다는 사실.. 다시금 깨닫는다." 아! 그렇군요.. 그래요 맞습니다.. 정말 언어의 한계는 어디까지 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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