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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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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6 17:04

작은설날에 노천탕

조회 수 1506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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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엄천골에서 목욕은 어떻게 했을까?

목욕탕이 없었을 시기, 참 구차하게 목욕을 했던게 아주 옛날의 이야기같기도 하다. 소 죽을 끓이고 난 다음에 양동이로 물을 퍼다 다시 물을 데운 후 솥 안에 들어가 앉아 목욕을 했던 기억이 가물하다.

요즘처럼 샤워를 한다거나 하는것은 아예 꿈도 꾸지 못했던 시절이었으며 설이 다가 오면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꼭 목욕은 해야 한다는게 당시엔 정석적인 가치관이었으며 대개 집집마다 어떻게 하든 목욕은 했던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그해 그러니까 1976년 2월 음력 설 전날 난 예비고사를 치루고 본고사에 통과를 했다는 후련함에 나름대로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색다른 설맞이 목욕법을 생각해 낸 것이 있었다.

좁은 가마솥의 목욕법이 아닌 아주 큰 가마솥 목욕법이었다.

평촌 마을 뒤에는 창호지를 만들어 내는 지소가 있었고 해마다 이른 봄이 되면 그곳에서 창호지를 생산해 내는 공장이 있었는데 닥을 삶아서 섬유질을 부드럽게 하는 큰 가마솥이 있다는 것을 착안하였고 그곳에서 목욕을 한번 해 보기로 하였다. 원래 그 솥은 큰 드럼통 두개를 알맞게 펴서 용접을 하여 대형 가마솥으로 만든 것이었는데 용도는 닥을 삶아 내기 위한 그런 솥이었다.

오후에 평촌 마을 뒤의 지소로 가서 솥 안을 깨끗하게 청소를 한 후 물을 솥의 2/3 정도 차게 제법 가득 붓고서는 불을 지폈다. 목욕을 하기 위해서는 가시 나무도 한짐이 필요 했고 오전에는 목욕물을 데우기 위한 나무를 하는 시간으로, 오후에는 가마솥의 물을 데우기 위한 작업으로 한 나절을 보내는 기괴한 시간 때우기 작전이었다.

나름대로 고등학교 시절의 억눌림에서 해방이 되었다는 자유로움과 함께 이제부턴 청소년기가 아닌 청년기로 접어 들었다는 호기가 함께 발동이 되었던 것 같다.

그곳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길 옆에 있었고 노천 상태였기 때문에 낮에는 절대 알몸 상태로 목욕을 할 수 없었으며 한 밤중이 되어야만 아무도 모르게 목욕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저녁을 먹은 후 손전등 한개와 수건을 준비 한 후 지소의 큰 가마 솥을 향하여 설 맞이 목욕을 하러 갔었다.

때는 겨울이라 낮의 기온과는 아주 대조적으로 구시락재에서 불어 오는 찬 바람이 그대로 몰아치는 곳이라 밤중이 되니 엄청 찬 바람과 함께 날씨가 추웠다. 가만히 서 있기조차 힘이 드는 그런 찬 기운 때문에 목욕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하루 종일 목욕물을 준비한다고 고생을 했다는 것 때문에 다시금 용기를 내어 알몸 상태로 가마 솥 안으로 들어갈려 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을 했다. 오후에 데워 놓은 물은 저녁을 먹기 전보다 훨씬 더뜨거워 탕 안으로 들어 갈 수가 없었다. 단 1분도 그냥 지체하기가 어려운 살갗을 도려 내는 듯한 밤 바람 때문에 금세 옷 하나 걸치지 않은 온 몸의 살갗엔 소름이 돋아 나기 시작했다.

어쩌랴! 알 몸 상태로 솥에 다시 물을 서너 양동이 더 퍼서 물의 온도를 조절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뜨뜻한 물의 기운이 온 몸을 데워대기 시작했다.

아뿔사 또 문제가 하나 더 발생 했다. 열 전도율이 높은 드럼통의 솥 철 판 아랫 부분이 뜨거워서 발을 디딜 곳이 없어서 쩔쩔 맬 수 밖에 없었다.

몸에 물이 젖은 알 몸 상태에서 바깥으로 나와 큰 돌멩이 서너개를 솥의 밑 바닥 부분에 집어 넣어서 디딤돌을 만들어 놓아야만 했다. 제법 납작한 돌멩이 위에 발을 디디면서 몸을 담가야만 목욕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운물을 끼 얹은 알 몸 상태에서 다시 바깥으로 나와 돌멩이를 줏어 솥 안에 넣을 때 까지는 약 1분 동안이었지만 아주 고통스러울 정도의 차가움이 연속되었고 더운 물기는 금세 얼어버릴 정도의 영하의 온도가 계속되고 있었다. 한겨울의 구시락재에서 불어 쏟아지는 찬 바람을 그대로 맞으면서 완벽하게 목욕을 하기 위한 작업을 계속했다.

다시 몸을 통 안에 담궜다. 냉탕과 온탕 목욕을 계속 반복한 셈이다. 솥이 워낙 커서 통안에서 살 짝 앉으니 뜨뜻한 물이 목에까지 차 올랐다. 물을 알맞게 조절을 한 탓인지 처음에는 뜨거움을 많이 느껴졌어도 이내 온 몸은 물의 온도에 적응이 되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머리까지 물속에 담글 수가 었었다. 머리 부분은 한겨울의 찬 바람을 그대로 맞을 수 밖에 없었다. 차다 싶을 때는 더운 물을 얼굴부분에 수 없이 끼 얹었고 그렇게 근 한시간을 멋진 욕 탕에서 비벼 댈 수가 있었다. 하도 오랫만에 목욕을 한 탓에 통 안의 물은 금세 땟 물이 둥둥 떠 다녔다. 손전등으로 비춰 보니 말이다.

하늘에는 한겨울의 별빛이 유난히 반짝였다. 가끔 불어 대는 세찬 바람이 평촌마을의 한참 뒤편에 서 있는 우람한 당산 나무의 가지에 걸리는 듯 계속 휘휘 거렸다. 주변이 조용하다고 느꼈을 때 갑자기 귀신이 나올 것 같은 무서움도 함께 업습해 왔다. 아무리 자신 만만해 하던 청년기 시절의 나이라지만 어렸을 때부터 무서운 귀신이라는 이미지 속에서 자라 왔기에 산 아래의 이상 한 곳에 나 혼자만 있다는 생각을 했을 때 어느 순간엔가 무서운 기운이 주변을 많이 감돌아 댔다.

바깥으로 나오자 또 살을 에는듯한 찬 바람이 살갗에다가 소름을 갖다 붙혀 댔다. 살갗에다가 바늘로 콕콕 찔러 대는듯한 고통이 함께 수반되는 차가움이 살을 도려 내는것만 같았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엄동설한의 한기를 만끽 해 보는 그런 시간이기도 했다.

수건으로 대충 닦아 내고 얼른 옷을 줏어 입었다, 오랫만에 때를 벗겨 낸 이후였는지라 옷을 입고 난 후엔 몸이 아주 가뿐하였고 찬 겨울 바람도 그때는 별 것 아니었다.

옷을 입고 나니 감자기 온 몸에서 훈기가 감돌고 하늘로 날아갈 듯한 가벼움이 느껴졌다. 우연찮게 냉탕 온탕을 번갈아 맛 본 이유였을까?

두번 다시 그곳에서 목욕을 하지 않았고 그 이후에는 도시의 공중 목욕탕을 애용하는 소시민이 되었으며 엄천골에서 원시적인 목욕법은 아련한 기억 너머에서만 가물거렸다.

설이 다가오면 옛날에 이런 원시적인  목욕을 해 보았던 추억이 자주 떠 오르는 것은 나 만의 경험이었을까?
  • ?
    섬경 2007.02.18 05:02
    김용규님
    언제나 산골마을의 추억의 뜰안에서 아기자기한이야기들로
    한편의 단편소설처럼 늘 재미있게 잘보고있답니다
    기쁜명절 가족분들과 행복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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