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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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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에 안터진 총알이 있더라!"

" 진짜? 에이 거짓 말 하지 마라. 임마. 진짜 안 터진 총알은 우리가 구경을 할 수 없다는 걸 몰라? 진짜 웃긴다."

" 진짜 우리 집에 안 터진 총알 있는 것을 내 눈으로 봤단 말이야."

" 또 거짓말 하네!"

" 엿 사먹는 탄피 말고 쭈삣한 총알이 박혀 있는 탄피를 진짜 봤단 말이야."

  세 살 위의 우리 동네 영태 형에게 그 동안 나만 알고 있던 비밀 하나를 발설하고야 말았다. 

 평상시에 문을 꼭꼭 잠궈 놓고 창고처럼 쓰는 작은 방의 고물 상자 같은 곳에서 난 이상한 물건 하나를 어머니 몰래 꺼내 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제법 크고 쇠로 된 박스 안에 다시 8발 묶음의 다발로 되어 있는 M1 소총 탄알 두 묶음(12발)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문제의 총알이란 6.25 당시 우리 국군들이 사용했던 M1 소총의 탄창 집에 넣을 수 있는 8발의 탄창이었다.

후엔 빨치산들도 인근의 경찰서에서 노획하여 M1 소총을 사용하였다.

지리산을 끼고 있는 엄천골에서 6.25는 그야말로 처참한 나날이었다고 한다. 빨치산들에게, 국군 양쪽으로부터 주민들은 온전할 수 없었고 그 유명한 산청 함양 양민학살사건의 진원지인 산청 방곡 ,가현과 함양의 점촌 , 서주 마을이었다. 이중 점촌 마을은 정확한 행정 구역상 함양군 휴천면 동강리 점촌 마을이 된다. 바로 내가 우리집 작은 방에서 발견을 한 M1 소총 탄창 집을 발견한 곳과 같은 동강리가 된다.

빨치산 소탕전을 펼치려 엄천골로 진주한 국군 2개 소대중 한 소대는 가현- 방곡-서주- 거창 신원으로 가서 유명한 양민 학살 문제를 일으켰지만 또 다른 부대는 동강- 문정- 남호 마을 사람들을 모아 놓고 방곡 사건과 같은 일을 저지르려 했으나 당시 휴천면장을 비롯한 또 한명의 분이 ' 이곳은 모두 순진한 양민 뿐이라는 역설과 함께 소대장을 설득시킨 결과로 엄천골 사람들은 모두 무사할 수 있었던 역사적 아이러니가 있었던 그 고을의 이야기로 연결 되는 곳이다.


  문제는 총알이 박혀 있는 진짜 탄알은 당시의 나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총알이 박혀있지 않은 탄피라면 엿을 사 먹을 수도 있고, 장난감 화약 총도 만들 수 있지만 사용되지 않은 탄알이라면 아무런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동네에서 항상 놀이 대장이었고 아는 것이 많은 영태 형에게 그 동안 많이도 참아 왔던 탄알에 대한 비밀을 발설하고 만 것이다.

  1966이었으니까 6.25  전쟁이 끝난지 10여 년이 흐른 뒤니까 전쟁의 소품들이 남아 있음직도 했다.

  전쟁 당시엔 내가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어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방곡 양민 학살 사건, 빨치산 진주 사건, 마을 아주머니들이 고사리를 꺾으로 가서 죽창에 찔려 죽은 사람의 시체를 본 이야기, 우리 집 작은방이 빨치산 대대 본부였다는 이야기, 국군이 빨치산 소탕전 때 곶감을 훔쳐 가지고 도망을 가다가 뒷집 밭에서 국군에게 총을 맞아 죽은 빨치산의 이야기, 뒷동산 어귀에 있는 돌멩이 무덤이 빨갱이(빨치산) 무덤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그곳엔 귀신이 자주 나온다는 입 소문들은 참으로 어린 나에게 기기묘묘한 것으로만 들릴 수 밖에 없었다. 아득한 먼 옛날에 있었던 엄천 골의 전설로만 알았는데 당시의 나에게 터지지 않은 M1 소총 탄알 뭉치의 발견은 실로 놀라운 일일 수밖에 없었다.

  소총 탄알 집과 두 묶음의 소총 탄알을 발견한 작은 방은 말 그대로 빨치산의 대대 본부였으며, 국군의 소탕 작전 때 작은 방에 기거를 하고 있던 빨치산 대대장과 여자 비서는 황급히 도망을 가 버리고 그네들이 사용하던 탄알 집은 그대로 다른 잡동사니 속에 자연스럽게 숨겨져 있었으리라.
  결국 호기심이 많은 나의 눈에 띄었고, 결국 또 다른 호기심의 대장인 영태 형에게 까지 알려지게 된 것이다.

" 네 말을 들으니까 진짜 같네!"

" 진짜라니까!"

" 그러면 그 총알 하나면 빼어 와 봐. 내가 직접 확인을 할 테니까."

  우리 대장의 명령이었다. 아무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나 혼자만 가지고 있으니까 이 기회에 대장 영태 형에게 아주 잘 보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물론 이런 사실들이 어머니에게 들키는 날이면 모든 일이 허사로 돌아간다. 어쨌건 모든 일을 어른들이 몰라야 한다는 것이다.

  영태 형에게 아직도 녹슬지 않은 싱싱한 탄알 하나를 가져오는 문제는 극비 사항이었고, 집안의 동태를 살핀 연후에  작은 방의 문을 열고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M1 탄창집에서 소총 탄알 하나를 어렵게 꺼내 들었다.

  다시 원 상태대로 정리를 해 둔 다음 우리의 아지터인 강가로 달렸다.

" 야! 진짜 총알이네! 이런 게 여러 개 있다는 말이지?"

" 응 "

" 그러면 이것 두 개 더 가져 와 봐. 돌집을 만든 후에 불을 놓고 그 위에 총알을 집어 넣은 후 다시 납작한 돌 판을 얹어 놓으면 총알은 빠져나가고 탄피만 멋지게 사용을 할 수 있단다."

" ! "

"  우리 삼촌에 전에 그렇게 하는 것을 직접 보았거던.  내가 불을 피워 총알을 빼 내어 네가 쓸 수 있게 해 줄게. 대신 탄피 하나는 내 꺼야"

  자기의 수고 대가를 미리 예약까지 해 놓는 치밀함에 오히려 영태 형에게 강한 신뢰감을 느낀 나는 다시 집으로 달려 두 개의 탄알을 가져오는 수고를 아주 즐겁게 행했다.

  옆에는 영태형만 있는 게 아니었다. 태조, 윤호, 위춘이 모두 다섯은 탄알에서 총알을 분리시키는 대대적인 작업에 착수를 했다.

  강에 가서 납작한 돌판을 여러개 줏어 모았다. 작업 장소는 엄천강가의 논두렁 밑이었다. 그래야만 나중에 우리들이 총알을 피할 수 있다는 영태형의 치밀한 작업 계획 때문이었다. 예전에 자기 삼촌과 함께 그런 일을 해 보았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 것 같았다.

  납작한 돌 판을 사각형으로 세웠다. 그 안엔 강가에서 줏어 온 나무 꼬챙이들을 차곡차곡 쌓아 나갔다.
  한 참후에 작업 완료란 말이 떨어졌고 영태형의 손에서부터 불이 지펴졌다. 작게 만들어진 돌팍 안에서 모닥불이 활활 타고 있었다.

" 야 너거들은 논두렁 아래에 납작하게 엎드려라. 내 지시가 있을 때까지 절대 고개를 들면 안 돼! "

  영태 형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탄알 세 개를 불이 지펴지고 있는 불 구덩이 속에 던지고는 재빠른 동작으로 그 위에 미리 준비한 납작한 돌 판을 얹어 놓고서는  우리가 엎드려 있는 논두렁 아래로 뛰어 내려와서는 자기도 역시 납작하게 엎드렸다.

" 조금 있으면 꽝 하고 탄피가 터질거야. 잘못하면 귀가 먹을 수 있으니 귀를 단단히 막아야 할거야."

  참으로 기기묘묘한 실험이었다. 장난감 화약 총소리만 들어 왔던 차에 진짜 총알이 터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니 한편으로는 공포와 함께 스릴까지 넘치고 있었다.
  참으로 긴장이 되는 순간이었다. 숨소리까지 곱게 쉬지 못하고 한참동안이나 논두렁 아래에서 납작하게 엎드려 있었다. 10여분이 지났을까 역시 아무런 기척도 없었고 아무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살그머니 고개를 내민 영태 형의 입에서 작은 신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에이 실패닷. 불까지 꺼져 버렸네!"

  아니나 다를까 모락모락 피어올라야 할 연기가 전혀 피어오르지 않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우리들은 계속 납작하게 엎드려 귀를 막고 있었다. 그 사이에 총알이 꽝하고 터지는 날엔 엄청난 소리에 귀를 먹을 수도 있다니까 두려움과 함께 계속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20여분이 지났어도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그 사이에 불은 완전히 꺼져 불 기운조차 없는 것 같았다.

한참이나 긴장을 하고 있던 우리들 사이에서 조금씩 동요가 일어났다.

" 불이 꺼져 버렸으니 총알이 안 터지잖아! "

  태조가 벌떡 일어났다. 영태형의 만류에도 아랑 곳 하지 않고 그는 작업장의 돌판까지 다가가서 돌판을 밀어버렸다. 그래도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 진짜 실패인가 봐!"

우리 모두는 함께 일어섰다.
  잠시 후 천지가 진동하는 것 같은  폭음이 엄천 골짜기를 가득 메웠다.
  
" 꽝 "

  멀리 왕산까지 폭음의 메아리의 울림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우리는 혼비백산이 되어 다시 논두렁 아래로 납작하게 엎드렸다. 진짜 큰 폭음이었다.

  잠시 후에 연달아 꽝 꽝하는 소리가 귓전에 요동쳤다. 실로 엄청남 폭음이었다. 천지가 진동하는 것 같은 울림이었다.
  영태 형의 이마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맺혀져 있었다. 한동안 우리 다섯은 아무 말이 없었다. 모두 넋을 잃은 얼굴 표정이었다.

  " 세 발 다 터졌지?"

  영태형의 입에서 말이 새어 나오자 우리 모두는 약간의 긴장을 풀어진 듯 대답 대신에 고개만 끄덕여 주었다.

그제서야 완전 작업 완료가 되었다는 확신을 하며 우리 모두는 땀방울의 댓가인 탄알의 표피인 탄피를 찾기 시작했다. 모닥불의 잿더미 속에서 우리는 꼬챙이로 뒤적였다.
  총알은 어디로 날아가 버리고 갈기갈기 찢어져 버린 탄피 세 개를 찾아냈다.

" 탄피가 다 찢어져 버렸네! "

  우리는 많은 실망을 했다.
  그렇게 보물 1호로 취급되어지는 귀한 탄피가 온전하지 못하고 찢어진 채 우리에게 발견되어진 탓이었다.

  그날 저녁 내내 다섯명의 악동들은 마을 어른들의 심한 꾸지람과 함께 동네 가운데서  큰 사고를 저지런 죄인 취급을 당하며 기합을 받고 있었다.

큰 사고가 안 나기 천만 다행이라는 동네 어른들의 푸념을 귓전으로 스치며
'집에 어찌 들어가야 하나?' 하는 고민 속에 그날 하루는 톡톡한 기합을 받은 기억만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골똘하게 추억으로만 남아 있다.

  • ?
    섬호정 2006.07.02 18:01
    하~ 6.25 직후 학교 교실에선 탄피를 종종 책상위 필통속에서도 봅니다 짦은 연필에 끼워서 쓰는 애들이 있었거던요...
    탄피 따먹기 놀이하는 머슴애들은 그게 뭐 그리 재미있었는지...
    그게 엿장수, 강냉이장수에게 용돈 역할을 톡톡히 한 때문이었었나...
    아마도 지금은 상상도 안되는 그 시절 현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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