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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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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30 18:28

짓궂은 장난

조회 수 127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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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엄천강을 가로 지르는 다리가 참 많기도 하다. 마천에 두개, 용유교, 문정앞에 다리와 한남다리, 동강다리, 유림과 화계를 잇는 다리가 있다.

시멘트로 만들어진 현대적 다리가 없었을 시기, 그러니까 60년대엔 그 어느 곳도 현대적인 교각은 없었고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징검다리나 나무나 뗏장을 입혀 만든 다리를 이용하기도 했고 대부분은 나룻배를 이용했다.

그러니까 우리 동네와 강 건너 절터를 오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나룻배를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징검다리를 이용하려면 강의 윗쪽으로 한참이나 걸어 올라가서 강을 건너야 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강과 절터 마을 사이에 있는 나룻배를 이용하게 되었다.

새마을 운동 이후로 길을 넓혀 놓아서 쉽게 차량이 오고가는 시대이지만 70년도 이전엔 시골길은 모두 오솔길 뿐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우리 또래 꼬마들의 놀이터는 대부분 강가의 넓은 공지가 될 수 밖에 없었고 그곳에서 많은 역사들이 창조되기도 했다.

자주 이용되었던 놀이는 다리 떠 내려 보내기 놀이였다.

두 팀을 나누어 한팀은 도랑물을 막는 댐 공사 놀이팀이고, 한 팀은 나무가지로 얼기설기 엮어서 튼튼한 다리를 만드는 놀이 팀으로 구성되어서 시합을 하게 되는 것이다.

댐을 만드는 팀은 많은 물을 가두어 단번에 댐을 망가뜨려서 그 물의 힘으로 다리를 떠 내려 가게하면 이기는 게임이 되고 물의 힘에 견디어 내는 다리를 만들면 다리공사 팀이 이기는 그야말로 흥미진진한 게임이 자주 있었다.

소 꼴을 베다가 놀이를 하기도 했고, 소를 강가에 매어 놓고 풀을 뜯기게 하고서는 그 놀이에 열중하기도 했으니까 거의 매일 강가에서 놀았던 기억으로 생생하다.

그런 놀이도 두어 번 하고 나면 금세 싫증이 난다. 그럴 때면 또다른 짓궂은 재미를 찾게 되는데 우리는 한동안 허방 놀이에 또 열중하기 시작했다.

허방 놀이란 오솔길에 고챙이로 땅을 깊게 파서 그속에 물을 넣고는 그 위에 나무 막대기로 얼기설기 얹어 놓고서는 풀과 강 흙으로 덮어 놓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헛 디디게 하는 다시말하자면 함정에 빠지게 하는 놀이었다.

강 건너의 절터 마을에서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 오는 사람들은 논 아랫쪽에 있는 오솔길로 걸어 올 수 밖에 없었으며, 빤하게 길이 닦여진 길로 걸어가던 사람 누군가가 빠지게 하자는데 목표의 주안점을 두었다.

땅을 파는 도구는 물론 나무 고챙이었다. 강 주변의 흙은 가는 모래였기 때문에 작은 힘으로도 땅 바닥이 잘 파여졌다.

지름이 약 50cm 정도 되게 파 내고는 그 속에 고무신으로 강 물을 퍼 담았다. 깊이도 약 50cm 였으니 웬만한 사람은 거의 모두가 빠질 수밖에 없는 수준의 대 공사를 자주 하곤 했다.

소를 먹이는 오후 내내 공사를 했으니 그럴듯한 공사였다.

오솔길 군데군데 그런 허방을 놓아 두었다. 그중 내가 한 허방 공사가 제법 그럴듯했다. 상당히 컸으니까 말이다.

물을 제법 채워 놓은 다음 정교하게 나무 막대기를 여러개 이리저리 걸쳐 놓는다. 그런 다음 모래가 새어 나가지 않게 하기 위하여 주변의 풀을 뜯어다가 그 위에 고루고루 얹혀서 다시 그 위에 고운 모래를 살며시 깔아 놓았다. 길의 모양과 꼭 같게 하기 위하여 손으로 다독거렸다. 파 낸 모래 흙은 멀찌감치 치웠다.

길을 가는 누군가가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친구들은 일을 진행하다가 다 완성을 하지 못했는지 하던 공사를 발로 짓뭉개 버렸다.

내것은 완전히 성공을 하였다. 누군가가 함정에 빠지는 장면을 목격해야 수고를 한 보람이 있는데 날이 어둑해지자 아쉬운 마음을 접고 소를 몰고 집으로 가야만 했다.

그 날 이후로 그 일은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사흘 후에야 오솔길의 함정 사건에 대한 소문이 흘러 들어왔다.

절터에서 나룻배를 타고 와서 점촌으로 가려 했던 어떤 할아버지께서 고운 한복 두루마기르 입은 채, 어떤 못된 아이놈이 만들어 놓은 함정에 빠져 옷을 다 버렸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 영감님이 조금 다쳤다는둥, 고운 두루마기까지 다 물에 흠뻑젖었다는둥 하는 이야기가 들려 왔다.

" 어떤 못된 놈이 그랬을까이~"

" 요새 애들, 참 별 희한한 놈들이야!"

동네 아줌마들 사이에 이런 이야기가 오고 가고 할 때 난 얼굴이 화끈거렸다.

" 너 임마 이젠 죽었다!"

동네 친구들 사이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오고 갔다.

마실 갔다온 우리 어머니께서도 그 이야기가 나왔다. 나쁜 애들이 참 많다는 것이었다.

우리네 친구들 중에 그 사건의 주인공 이야기는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이야기를 발설하는 순간 나는 죽은 목숨이 되는 것이다.

" 혹시 그 무서운 순사가 잡으로 온다면!"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일이었다. 난 나쁜 일을 한 것은 분명한데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까 하고 며칠 동안 죄인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

" 너는 이제부터 강으로 소를 먹이러 가지 말아라! 괜히 착한 너까지 욕 얻어 먹을라."

그 뒤로부터는 산으로 혼자서 소를 먹일 수 밖에 없었고 혼자서 전전긍긍해 했다.

죄를 짓는 다는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그 때 벌써 인지를 한 사건이었다.

시간이 약이었는지 완전 범죄는 어느 시기엔가 자연스럽게 일단락 지었다.

" 까불면 내가 일러 줘 버린다!"

" 으 ~ 응."

나는 친구들 한테까지 한동안 짓눌려 살았던 톡톡한 기억 하나가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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