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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2006.09.20 14:26

비바람속 당일종주

조회 수 2697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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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언제:2006.09.17
2.누구랑:본인포함3명(총4명)
3.산행:성삼재-천왕봉-백무동

당초 이런 산행은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딱 한번만 하자는 생각으로 지리당일종주를 하기로 한다. 비바람속에 버스는 산악회 회원 약30명을 시암재휴게소에 새벽3시에 내려 놓는다. 비를 피해 휴게소 처마 아래서 미역국과 김치에 밥말아 먹고 다시 버스는 성삼재로 올라서서 빗속에 산행객들을 떨쳐놓고.....

(03:40 성삼재출발)


모두의 얼굴에 걱정이 태산이다. 이 빗속에 과연 당일종주를 몇명이나 완주할 것인가?
우선 4팀으로 나누어 연하천,벽소령하산팀/세석하산팀/장터목하산팀/종주팀으로 구성하고 나는 종주팀에 끼어 오후6까지 산행을 마칠려는 부담에 평소보다 빨리가자는 생각으로 가다보니 어느새 선두팀(6명)과 합류되어 있었다. 짝퉁노고단04:20도착.
이제 선두팀은 어둠속을 헤치며 주능선길로 접어들고...임걸령까지 단숨에 달려간다.
샘터에서 비옷으로 갈아입고 영역표시도 하며 수통물 채우고 출발하려니 이미 출발하고 아무도 없다. 예정에 없던 야간홀로산행.. 밤눈까지 어두운데 비는 오고 랜턴빛도 희미하여 걸음이 더뎌진다. 노루목지나 반야봉쪽 힐끔 쳐다만 보고 삼도봉,화개재까지 내쳐달려보지만 선두는 보이지 않고 반대쪽 산행객들만 몇팀 지나가며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한다. 솔직히 나는 산행중 하는 인사가 아직 어색하다. "반갑습니다"하고 인사는 했지만 어색하긴 마찬가지. 산에서는 그냥 무생물이고 싶다. 그냥 산에 기생하는 움직이는 무생물.. 그냥 마음으로만 인사하면 안될까? 이기적인 생각일진 몰라도 산에서만이라도 홀로이고 싶고 외롭고 싶다.
내쳐 토끼봉까지 가 보지만 선두팀은 쉼없이 달려가고 없다. 이제 날은 밝았지만 안개와 비바람에 주변이 온통 어둡다.다행이 등로에 선체로 간식먹고 있는 선두팀과 다시 합류 배한조각,오이한조각 얻어먹고, 포도 한송이 허겁지겁 먹고나니 그제야 정신이 든다. 생각같아선 베낭속 사과도 하나 먹고 싶지만, 오늘 선두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아애 천왕봉까지 쉬지 않고 갈 기세...
베낭내릴 틈도 없이 연하천대피소 도착(07:33).
동호인 두분은 배가 고프다며 뭘 좀 먹고간다고 먼저 가란다. 기분좋게 한모금 물맛보고 이내 선두를 다시 쫓는다.

(형제봉에서 선두팀)


벽소령대피소에 도착하니 산행객은 없고 매표소직원만 물끄러미 우릴 쳐다본다. 디카밧데리 하나 사서 대피소 한장 찍고 시계를 보니 08:40.

(벽소령대피소)


취사장에서 요기하고 가자기에 내려가 보니 아무도 없다.
다시 또 쫓아가고.....연하천에서 요기하고 뒤따라온 동호인과 동행길.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 보니 이미 이분은 대간종주도 하셨고 지리당일종주도 하신 분이다.
'어째 연하천에서 빨리도 쫓아왔다' 했다. 그래도 오늘이 저번보다 힘들다며 세석에서 내려 간단다.
역시 영신봉오르는 계단엣 숨이 턱턱 막힌다. 더구나 비까지 쏟아지니 체력소모가 더 되는것 같다. 175계단, 몇개 차이는 있겠지만 그정도 되는것 같다.
영신봉에서 영신대 가는길과 주능선에 붙는 길 설명듣는 동안 동호인이 또 합류한다.
점심도 먹을겸 세석대피소로 내려간다(11:00). 오늘 처음으로 베낭을 내려 놓고 각자 도시락을 먹고, 나는 시루떡을 먹고 여벌옷과 양말 갈아신고 스패츠까지 차니 다들 부러워한다. 그도 그럴것이 땀이 식으니 비에 젖은 몸속으로 한기가 스민다.

(세석대피소)


(대피소안에서 점심준비)


헌데... 돌발상황 발생!!! 태풍주의보로 주능선길 통제. 무조건 하산하라는 방송이 들린다. 직원까지 취사장으로 내려와 하산을 독려한다.
이제 하산방향을 결정할 때. 동호인 두분은 어짜피 내려갈 생각이었으나 나머지 3명은 그럴 생각이 없다. 핸드폰으로 후미와 연락해 보니 벽소령에서 통제되어 모두 하산중이란다. 이제 우리만 남은 것이다. 어쨋건 장터목까지는 가기로 하고 금줄을 건넌다.
(관리공단 여러분께는 대단히 죄송하나 이 빗속에 세석까지 와서 종주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의견일치를 봄) 동호인 두분도 장터목에서 내려가기로 하고 따라 나선다.
장터목 가기전 뒤쳐진 일행 1명 마저 합류. 아마 이분은 세석에서 우리가 점심먹는 동안 식사도 안하고 우릴 찾는다고 계속 진행했나 보다. 이를 어쩌나.  

(삼신봉 가기전 목장길 꽃밭.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만발하였으나 조망이 좋지 않다)


이제 서서히 체력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하고.... 동호인 한분이 발목이 안좋다고 하여 내스틱을 건네주니 한번도 써보니 않았단다. 이런...... 그래도 백무동 하산길에 도움을 줄거라고 하니 받아든다. (나중에 하산해서 스틱 없었으면 못내려올 뻔했다고 감사하단 인사를 했음)
그렇게 널널하던 세석에서 연하봉지나 장터목가는 길도 오늘은 힘에 부친다.
비바람은 계속하여 갈길을 방해하고 이미 몸과 발은 비에 젖은지 오래다.

장터목대피소 도착(12:42)


이제 동호인 두사람은 더이상 진행이 힘들듯....백무동으로 하산하고....

천왕봉가는길은 통제중... 이제 4명만 남았다.
다시 한번 죄송한 마음으로 금줄을 넘어 냅다 달린다.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장터목에서 제석봉 가는길은 온몸이 천근만근이다. 걷는다기 보다 발을 끌고 간다.
한걸음..한걸음..내딛고 허리한번 펴고...숨한번 고르기를 수차례..
천왕봉이 보일듯 하다가도 숨고 하기를 또 몇차례.. 이렇게 멀었던가?
통천문을 올라채니 비바람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힘풀린 다리는 바람에 휘청거린다.
그래도 간다. 여기까지 버텨왔는데...가자..가자..

드디어 천왕봉! 아무도 없다. 우리 뿐이다. 아니 나 뿐이다.
천왕봉의 젖은 이마에 성스러운(?) 입맞춤을 한다.(13:30)
어느 여인의 입술이 이보다 달콤할쏘냐?

(천왕봉...)



이제 하산길.... 싫다. 내려서기가 싫다. 아니 그래서는 안될 것같다.
지리에만 오면 하산길이 싫다. 여기가 결코 끝이 아닐 것같은...더 가야만 하는..

하지만 어쩌노.. 또 다른 길도 있는데...

(하산길....)


비에 젖은 백무동 바윗길이 부담스럽다. 쵸콜렛으로 피로를 달래며 백무동 산악인쉼터
도착(16:10)

(백무동 산악인의쉼터)


끝났는가? 아니다......아니다... 다시 시작되는 느낌.....언제 조금이나마 정리가 될지?

(추신: 태풍주의보 속에 강행한 산행 이자리를 빌어 관리공단께 죄송하단 말씀드리고 거듭 사죄드립니다)

목포에서 어린백성.
  • ?
    이현용 2006.09.20 17:48
    박선생님 좀 무리한산행을 하셨군요
    산은 늘 그자리에 있겠지요 그러나 그자리에 있게하기 위해서는 규칙과 질서의 테두리 않에서만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감히 말씀 드리네요 아무튼 고생하셨읍니다
  • ?
    어린백성 2006.09.20 19:33
    다시한번 지리를 사랑하는 모든 분께 거듭 사과드립니다.
  • ?
    오 해 봉 2006.09.20 22:42
    " 천왕봉의 젖은 이마에"
    군대 실전훈련같은 재미있는 산행기 미소지으며 잘 보았습니다,
    어린백성님 비맞으며 수고 많으셨습니다.
  • ?
    송선희 2006.09.21 10:59
    무사히 산행을 마치셨으니 다행이지만 읽는 사람도 걱정하게 만드시네요...^^
    무엇보다 안전!!!
  • ?
    임예진 2006.09.21 16:13
    우와 혹시 산에서 뛰어가셨나요? 거리가 상당하던데 노고단에서 새벽에 출발해서 세석에 11시도착이라니 놀랍네요. 축지법이라도 쓰시나? 2박3일 예상하고 스케줄 잡고 있다가 1박2일로 수정해야되겠네요
  • ?
    파랑 2006.09.23 00:04
    임예진선생님 저도 예전에 박선생님처럼 산행을 했었습니다.
    무리하지 마세요 2박3일이 맞습니다. 산도 좀봐야지요
    군대서도 그런 무리는 않합니다. 저 좀그런 군대 나왔거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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