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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2006.09.14 00:43

처음 만난 지리산(1)

조회 수 3477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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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지리산 노래를 부르는 미라(여자친구)의 성화에 못이겨 지리산 등반을 결심한지 3개월이다. 종주는 무리일 듯 하여 당일코스 또는 1박2일 코스를 권하였지만, 미라의 고집을 더이상 꺾을 수는 없었다.
20대의 마지막 여름을 지리산에서 보내는 것 또한 나쁘지 않을 듯 하여, 철저한 준비와 절대 무리하지 않는 다는 조건을 달았다. 가장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오브넷을 찾아 모든 정보를 얻고(오브넷 여러분들께 너무 감사합니다) 초보자들에게 가장 적합하다는 종주코스인

성삼재-노고단-뱀사골대피소-연하천대피소-벽소령대피소(1박)
세석대피소-장터목대피소(2박)
천왕봉-장터목-중산리 하산
(8월 23일 밤 출발~ 8월26일)

의 코스를 계획하였다. 하산코스까지 약35km. 말이 초보코스라지만, 최근 등산경험이 전무한 우리에겐 결코 만만한 코스는 아니었다. 운동을 그만둔지 7년이 된 나도 몸이 불을대로 불어 있었다. 그 어떤 준비보다 체력적 준비가 우선인 듯 해서 근교에 있는 북한산,관악산,수리산 등의 산행을 하며 감각을 익혔고, 새 등산화도 적당히 길들여졌다. 여유있는 대피소를 이용해 예약 연습을 반복하여 그 어렵다는 벽소령,장터목 대피소의 예약까지 마쳤으니 웬만큼 자신감이 붙었다.

첫날.(8월24일)
3개월에 걸쳐 준비를 하고, 북한산,관악산,수리산 등.. 휴일마다 근교의 산행을 하면서 산행 감각을 익혔지만, 구례구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 안에서 단 한숨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우는 아이의 울음소리보다 더 긴장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나보다. 미라도 마찬가지였는지 뒤척임을 반복한다. 캔맥주 한 캔을 들이키며서, 삶은 계란은 역시 기차에서 먹는게 제일이라며 긴장을 풀어보지만 잠을 이룰 수 없다.



기차는 한참을 달려 아직도 어두운 시간인 3시 20분경, 약간 지연된 시간에 구례구역에 도착하였다. 너도나도 자기 몸뚱이보다 더 큰 베낭을 짊어지고 역사를 빠져나가는데 왠지모를 흥분때문인지 발걸음이 빨라진다.
호객행위를 하는 택시 기사들 틈사이를 빠른걸음으로 빠져나와 구례터미널-성삼재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만원버스다. 지리산커뮤니티에서 얻은 정보로 눈치껏 재빠르게 행동하지 못했더라면 무거운 베낭과 함께 성삼재까지 서서 이동할 뻔 했다. 미라는 좋은 정보를 얻어왔다며 칭찬해주었다. 으쓱해진다. ^^
구례터미널에 잠시 정차한 사이 간단히 요기라도 할까 생각했는데, 기차 안에서 먹은 삶은계란 탓인지 허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성삼재에서 노고단 대피소까지 금방이라니 요기를 건너 뛰기로 하였다.
애초에 스틱을 이용하지 않을것이라 생각하고 준비를 하지 않았다. 미라만 두개의 스틱을 준비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난주 북한산행 하산 때 무리를 했는지, 욱신거렸던 오른쪽 무릎 생각에 불안함이 떠나지 않았다. 5분정도 고민 끝에 구례터미널 매점에서 스틱 두자루와 1회용 우의, 아침으로 먹을 김밥 두줄과 생수 1.5리터 한통을 구입하였다. 스틱을 구입한 것은 종주 내내 잘한일이라 생각되었다.

4시20분. 성삼재를 향한 버스가 출발한다. 만원승객과 그만큼의 짐을 실은 버스는 힘겨웠는지 에어컨을 끈다. 다섯시가 조금 못된 시간 성삼재에 도착한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주섬주섬 헤드랜턴을 찾기 시작했다. 미라는 한기를 느꼈는지 방풍자켓을 꺼내어 입었다. 하지만 불과 10분 후 땀이 나기 시작하자 금세 벗어버렸다.
충고를 무시하더니만....
노고단대피소까지 가는 길 중턱에 있는 전망대에 서니 운무가 펼쳐졌다. 감동의 시작이었다. 오르는 사람 모두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없었다. 땀도 식힐 겸 사진도 찍고 잠깐의 휴식을 취했다. 옆에서 누군가가 이야기 한다. 종주 내내 저런 운무를 계속해서 보게 될 것이라는......
그런데 그곳에서 사진찍기에 바빴던 초보티를 팍팍내는 우리에게 첫번째 분실물이 발생한 것이다. 헤드랜턴을 배낭허리벨트에 묶어놓고는 배낭을 벗어 내려놓을때 바닥에 떨어진줄도 모르고, 그냥 짊어지고 노고단 대피소까지 올라온 것이다. 대피소에서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내려갔다 왔을 것인데, 삼도봉에 도착해서야 그 사실을 알았으니 한심할 뿐이었다. 보조 손전등을 가져와서 다행이었지만, 새것이었기 때문에 아까운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노고단 고개에 올라

김밥과 라면으로 아침을 때우고, 7시에 대피소를 출발, 노고단 고개에 올라 본격적인 종주를 시작하는 기념촬영을 하였다. 두근두근 설렌다. 미라는 상기된 기운이 역력하다. 나도 걱정인데 잘 해낼 수 있을런지...
이번 종주의 테마는 절대여유라고 정했다. 고집을 피우는 미라를 설득시켜 반야봉을 포기하였다. 처음인 만큼 천천히 걷고 많이 쉬는 대신 조금 늦게 도착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다 전날저녁까지 일하고 한숨도 못잔터라 엄청난 피로감이 느껴졌다. 게다가 삼도봉에 오르다 바위에 머리를 부딪혀 얼떨떨 하였다.
외상은 없었지만 그 순간 통증이 심했기 때문에 피로감과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한게 그 즈음이었나 보다.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오늘 벽소령까지 갈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미라가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후회되었다. 내색을 하는 것이 아닌데... 나만 믿고 종주를 하는 여자친구에게 첫날부터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창피하기도 하였다.
지도에 표기된 시간보다 늦은 걸음으로 임걸령,삼도봉을 지나 화개재를 거쳐 뱀사골 대피소에에 도착 시간이 11시30분 정도 되었다.

햇반과 3분카레로 점심을 때웠다. 식사를 마치고 잠시 앉아 휴식을 취했다. 미라는 벽소령에 조금 늦게 도착하더라도 이곳에서 많이 쉬어가자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 배려에 은근히 고움이 느껴진다.  
자리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산장지기분께 흡연구역을 물으니 취사장 이외 아무곳에서나 피우고 꽁초만 버리지 말라신다. 담배연기에 노곤한 기운이 감돌았다. 금연을 다짐했었지만 또다시 나약해진 의지에 나 자신도 미라도 실망. ㅜㅜ
식사와 휴식을 갖아서 그런지, 기운이 솟았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다람쥐 녀석들에게 행동식으로 준비해간 아몬드와 땅콩을 건네 보기로 하였다. 성공이다^^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라는 미라의 말에 그러기로 하고 취사테이블에 엎드려 잠을 청하고 잠들어갈 무렵 겁없는 다람쥐 녀석이 나의 허벅지를 타고 올라왔다. 잠결에 기겁을 하고 놀라 자빠질 뻔 했는데 더 놀란건 잠에서 깬 그 다음이었다. 저만치에서 미라와 함께 어떤남자가 나란히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안경을 쓰지 않아 어렴풋이 보이는 그 남자는, 다름아닌 우리 커플이 속해있고 만나게 된 계기가 된 포크음악동호회의 절친한 문식형이었다.
지리산 간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우연히 만나지다니 너무 신기하고 반가웠다.
문식형은 전날 밤에 도착하여 뱀사골 민박집에서 1박을 하고 7시쯤 출발하여 올라가던 중이라고 했다. 미라는 인연도 보통인연이 아니라고 호들갑을 떨며 좋아했다. 오붓한 둘만의 산행을 포기하고 지리산 경험이 있는 문식형과 동행하기로 했다. 경험자가 있으니 마음이 한결놓인건 당연하다.


*뱀사골 대피소의 다람쥐

13시 30분.
뱀사골 대피소를 출발하여 화개재에 올라 사진을 찍기로 하였다. 문식형의 사진찍는 재주가 요긴하게 쓰인다. ㅋㅋㅋ 그런데, 날씨가 어수선 하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하다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서둘러 우의를 입고 우중산행을 시작하였다. 문식형이 앞장서고 뒤따라 가는데 자꾸만 처지는 미라는 가운데 세웠다. 진작에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제법 묵직하고 고급스런(?) 문식형의 카메라에 물이라도 스며들까봐 걱정이었다. 좋은 사진 한컷 남길 수 있다는 기대가 사라져 버리는 순간이었다. 지나가는 소나기로만 생각했던 비는 그칠줄은 몰랐다.
젖은 바닥에 앉기도 불편하고 바닥에 배낭을 내려놓기도 곤란하여 휴식시간을 줄여 예상보다 20여분 빨리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하였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비를 피해 북적이고 있었지만, 취사장을 이리저리 비집고 들어가 구석자리에 배낭을 내려놓고 물을 끓여 따듯하게 커피를 한잔씩 하기로 하였다. 땀이 식고 약간은 한기가 감돌았지만, 따듯한 커피한잔에 그 기운도 금세 수그러들었다.

북적대는 연하천대피소를 떠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마도 내리는 비가 조금은 수그러들기를 바라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내 출발 결심을 하고 물을 가득 채웠다. 벽소령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할 것 같았다.
또다시 우중산행이 시작되었고, 체력은 금방이라도 고갈될 듯 힘들어졌다. 늦게 도착하더라도 경치도 감상하고 천천히, 안전하게 산행을 하기로 한 결심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바닥만 보인다. 미라의 표정이 많이 지쳐보이는데 마주오는 일행에게 물으니 벽소령까지는 아직도 한시간은 더 가야한단다. 다섯시가 지나자 이젠 어두워지고 화개재 즈음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혼자 온 아저씨는 이미 우리를 앞질러간지 한참이다.
고어텍스라는 등산화는 다리에서 부터 흘러들어간 빗물로 이미 안쪽까지 흥건히 젖어있었다. 찝찝하여 짜증나는 생각이 사라진지는 이미 오래다. 앞장서있는 나도 집중력이 흐려져 미끄러짐을 반복하였지만 다행히도 부상은 없었다.
마음속으로 화이팅을 외치며 몸을 이끌어 벽소령 대피소를 보는 순간이란, 힘든 산행을 결심을 했던 것을 후회하는 나를 꾸짖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샘터로 내려가기 전에 비내리는 하늘에 쌍무지개가 떴다. 아주 어릴적 시골동네에서 보고 기억조차 희미한 무지개였다. 감동의 순간이었다. 지리산에 오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되뇌이며 오삼불고기와 소주를 곁들인 저녁식사를 마쳤다.
비도 내려 대피소 내에는 사람들로 붐비던 터라, 갑작스런 산행이 되어버린 문식형은 대피소예약을 하지못해 걱정되었다. 다행히 한쪽에 자리 배정을 받아 우리 일행 셋은 첫날 일정을 모두 마치고 따듯한 캔커피를 한잔씩 한 후 각자의 침소로 굿바이하였다.
옆사람들과 인사를 할 겨를도 없이 침낭에 등을 대자마자 잠이 쏟아진다. 이러면 코를 골텐데... 주위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었다.


*벽소령에 뜬 쌍무지개 (사진기가 좋지 않아 한개만 보인다)
  • ?
    부도옹 2006.09.14 19:36
    종주중에 두시간동안이나 점심시간을 갖다니.... ^^
    다람쥐와의 놀이, 쌍무지개 모두 좋습니다.
    차분함이 느껴지는 산행기입니다.
    2편 기다린다는 것 아시죠? ^^*
  • ?
    오 해 봉 2006.09.15 00:59
    여자친구와 좋은 추억의 지리산행 미소지으며 잘 읽었답니다,
    배낭도 복장도 사진도 젊어 보입니다,
    뎅국님 대피소에서 코는 조금골아도 너그럽게 이해들 하드군요.
  • ?
    지리별 2006.09.15 18:46
    2편이 기대 됩니다.
    생생한 종주기,........젊음,..
    피가 끓는군요...
  • ?
    루야 2006.09.20 14:55
    저기 왼쪽 가방 저랑 같은 거라 은근 반가운데요. 여자친구분 옷도 그렇고. 저는 저번주 금요일 망설이고 망설이다 결국 산행을 포기했습니다. 태풍이 온다고 해서. 짐은 풀지도 않고 상할 것 같은 음식들은 소주를 벗삼아 회사에서 동료들과 나눠 먹구요. 이번주에 다시 출발할 예정이예요. 물론 종주는 아니지만 무척 기대되요. 첫 산행을 무사히 다녀오셨다니 축하드립니다.
  • ?
    송선희 2006.09.21 11:02
    저도 짝이 생기면 -_- 꼭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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