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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일기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2003.03.07 20:15

'지리산 일기'(8)

조회 수 1655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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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새를 조롱 속에 키우겠다니...!
                   (3월4일)

'엊그제 겨울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도리행화(挑李杏花)는 석양리(夕陽裏)에 피여 있고
녹양방초(綠楊芳草)는 세우(細雨) 중에 푸르도다
칼로 말아 낸가 붓으로 그려 낸가
조화신공(造花神功)이 물물(物物)마다 헌사롭다
수풀에 우는 새는 춘기(春氣)를 못내 겨워 소리마다 교태로다
물아일체(物我一體)이니 흥인들 다를소냐.'
                             <丁克仁/상춘곡>

'바위로 집을 삼고 폭포로 술을 빚어
송풍(松風)이 거문고 되며 조성(鳥聲)이 노래로다
아이야 술 부어라 여산동취(與山同醉)'
                          <張顯光>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절로
산절로 수절로 산수간에 나도 절로
그 중에 절로 자란 몸이니 늙기도 절로절로 하리라.'
                         <金麟厚/자연가>

'꽃이 화분 속에 있으면 생기가 없고
새가 조롱 속에 들면 천연의 묘취(妙趣)가 없다.
산 속의 꽃과 새는 여러 가지로 어울려
아름다운 문채(文彩)를 짜 내고
마음대로 날아다니나니 한없는 묘미를 깨닫는다.'
                         <菜根譚>

3월2일 화장산~수양산 종주산행을 하고 '소리당' 골짜기로 내려오던 나는 충격을 받았다.
가파른 산등성이까지 나무를 베내고 꼬불꼬불 산판도로를 내놓은 것은 그 시작에 불과했다.
골짜기 이곳 저곳에 들어선 집집마다 어지럽게 도로가 이어져 있다.

이것은 아늑한 지리산 골짜기가 아니었다.
비포장 산판도로가 칼자국처럼 흉물스럽다.
그 때문일까, 무슨 광산 때문인지 마을 앞으로 흐르는 계곡물이 지리산 계류가 아니다. 광물질이 섞여 있는 듯 뿌옇게 흐려져 있다.

'소리당'이란 마을이름이 아름답다.
하지만 그 골짜기에서 자연을 함부로 깔아뭉개고 지어놓은 집을 보았다.
자연이 좋아 자연 속으로 들어온 사람이 너무 반자연적으로 집을 지었다.

3월4일 화요일, 하루 휴가를 내고 또 지리산으로 들어갔다.
소리당 골짜기의 떨떠름한 기분을 떨쳐내기가 어려웠던 때문일까, 또 덕산으로 발길이 향했다.

이번에는 내원사(內院寺)로 간다.
내가 원래 오두막을 꿈꾸었던 대포리를 찾은 김에 맑은 물을 찾아 내원사에 들렀다.

"아, 왜 또 여기는 왔을까!?"
나는 또 한번 심한 충격과 자괴감에 가슴이 쓰렸다.
절 뜨락이 큰 불사로 어지럽다.
엄청나게 큰 법당 불사도 벌이고 있었다.

지난해 가을에 실망했던 것은 실망도 아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꿈꾸는 듯하던 그 산사는 사라지고 없었다.

아, 사람의 욕심을 참으로 알다가도 모르겠다.
꽃을 화분 속에서,
새를 조롱 속에서 키우려고 하다니!
  • ?
    섬호정 2007.08.02 04:37
    큰 대작불사를 하는 사찰의 모습에서 신심이 깊어져야 옳을 것이지만..
    얼마전 찾아간 함양의 장춘사에서 일주문도 없이 몇무더기 대 숲에 얼켜 서있는 소소한 옛 고가의 대문 삽작같은 모습이 참으로 마음을 편하게 하였습니다 그 안에서 12년을 국보 약사보살님을 수호하는 시인 법연스님에도, 시인승려 참 모습에 경건한 합장이 울어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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