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령의 전원주택
'계절의 여왕' 5월은 초록 향연이 한창인데,조대령의 전원주택은 원주 근교 섬강변에 있다.'섬강이 어디메뇨,치악이 여기로다'송강 정철의 관동별곡 한가락 생각나는 이곳은 원주에서 흘러오는 원주천과 횡성에서 내려오는 물의 합수(合水) 지점이라 백로가 많다.푸른 갈대밭에 앉았다가 훌쩍 날아서 바위 위에 앉았다가 물속을 성큼성큼 걸어다닌다.박홍식 군이 왔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물가에 낚시대 놓고 앉아 찌만 노려볼 그런 장소다.
우리가 도착하니 텃밭에 밀집모자 쓴 한 사내가 있다.그가 왕년에 공수부대를 지휘하던 조대령이다.산을 의지해 남향의 강 보이는 곳에 깔끔하고 작은 초옥 하나 짓고,그는 낮에는 텃밭 돌보고 밤에는 캔버스 펼쳐놓고 그림 그린다.
'산림에 숨어 살면서 청빈을 즐기고,들에서 농사 지으면서 천성을 간직하는 것은 세속을 벗어난 일민(逸民)의 생활이다.세속은 외물(外物)에 마음이 쏠리고 결국 고해(苦海)러니,차라리 산골짜기에 몸을 숨기고 마음의 깨끗함을 보전하느니만 못하니라'
'채근담'(菜根譚) 한구절같은 생활이다.
강정사장이 준비한 삼겹살과 상치와 마늘은 냉장고에 넣고 소주와 수박은 차그운 수돗가 물에 담가놓고,첫 번째 한 일은 산삼(山蔘) 심는 일이었다.
작년에 나는 이장군 동기인 조대령 은거(隱居)에서 하루밤 묵은 적 있다.술이 끝나고 두 군인은 바둑판 전쟁놀이에 몰두하는 새,나혼자 밖에 나가니,강물은 흐느끼며 흐르고,적막강산에 멀리 밤새는 우는데,달빛은 뜰에 교교히 내리고 있었다.이런 조용한 곳은 가을달 맑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밭을 산책하거나,창밖에 백설 만건곤(滿乾坤)한 겨울밤 홀로 와서 책 읽기 딱 좋은 곳이다.
그래 조대령 '귀거래사'를 찬미하는 뜻에서 내 여기에 수륙(水陸) 초목(草木) 중 신령스런 영초(靈草)인 삼(蔘) 심을 생각을 했던 것이다.
네 사람이 각자 호미 들고 산에 오르니,강변 벼랑 위 산흙은 낙엽 아래 검고 부드러운 부엽토라,삼(蔘) 심기에 딱 좋다.이런 곳에 심으면 삼은 금방 하얀 복륜의 꽃이 피고 빨간 열매 맺힌다.2-3년만 지나면 장뇌(樟腦)가 된다.그뿐인가?떨어진 열매는 싹이 나서 근처가 장뇌밭이 된다.
'잘만 커도라.내년 가을에 장뇌삼계탕 먹고 힘 좀 써보자!'
'장뇌 한뿌리 20만원한다.그런건 아무나 못먹는다.'
우리는 웃으며 산에서 내려와 이번에는 텃밭으로 갔다.잡초를 걷어내고 땀 흘리며 밭을 골랐다.거기에 내가 경동시장서 사온 고구마넝쿨 심고 취나물 씨를 뿌렸다.취나물은 숙근초라 한번 피어나면 매년 따먹을 수 있고,고구마는 땅이 모래땅이라 틀림없이 포실포실 밤고구마 될 것이다.밭둑에는 방아와 박하(薄荷)도 심었으니,방아는 생선 매운탕에 빠져서 안될 향료요,박하는 커피향과 섞으면 그 향기 또한 일품이다.
조대령이 준비한 땅콩과 호박씨까지 심고,강변 네그루 큰 버드나무 아래에 풍로를 놓고 참숯에 삼겹살을 구었다.밭일 하고 난 후땀 씻고 먹는 음식 보다 맛이 있는게 뭐 있는가?복분자술로 시작해서 소주로 이어지니,강바람은 나뭇잎에 시원히 불어오지,숯불에 노릇노릇 익는 삼겹살은 색깔도 곱지만 냄새도 쥑인다.
'이거 완전 신선노름이다.'
권커니 자커니 술잔 돌리다 실내에 들어가 그림을 감상한 후,두패로 바둑 두었다.
'오매 좋은 거!'
2승1패로 이긴 이군이 신나서 외친다.
지금 촉한의 유비가 오나라 육손에게 패했냐?선거에 패한 한나라당 이모씨가 검찰조사 받는 것이냐?
심각할 거 하나 없다.승패에 초연할 수 있는게 바둑이다.
'오매 져뿌럿따!'
나도 신나게 외쳤다.인생도 사실 이래야 한다.
밖에는 어느새 비가 내리고 있다.빗속 강변을 잠시 혼자 산책했다.이 비에 고구마 순들 잘도 크것다.강 건너 과수원 봄풀 더욱 푸르고,뜰의 사과나무 배나무 후박나무 잎이 빗속에 활짝 웃는다. 황량하던 전원이 점점 모습 잡혀가니,밭둑 여기저기 코스모스 싹이 나고,바람에 날려온 소사나무 씨도 싹을 틔워 빗속에 파릇파릇하다.
땅은 이렇게 만물을 키우고,비는 이렇게 생기를 준다.
대지는 은총 속에 있다.
5월18일
'계절의 여왕' 5월은 초록 향연이 한창인데,조대령의 전원주택은 원주 근교 섬강변에 있다.'섬강이 어디메뇨,치악이 여기로다'송강 정철의 관동별곡 한가락 생각나는 이곳은 원주에서 흘러오는 원주천과 횡성에서 내려오는 물의 합수(合水) 지점이라 백로가 많다.푸른 갈대밭에 앉았다가 훌쩍 날아서 바위 위에 앉았다가 물속을 성큼성큼 걸어다닌다.박홍식 군이 왔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물가에 낚시대 놓고 앉아 찌만 노려볼 그런 장소다.
우리가 도착하니 텃밭에 밀집모자 쓴 한 사내가 있다.그가 왕년에 공수부대를 지휘하던 조대령이다.산을 의지해 남향의 강 보이는 곳에 깔끔하고 작은 초옥 하나 짓고,그는 낮에는 텃밭 돌보고 밤에는 캔버스 펼쳐놓고 그림 그린다.
'산림에 숨어 살면서 청빈을 즐기고,들에서 농사 지으면서 천성을 간직하는 것은 세속을 벗어난 일민(逸民)의 생활이다.세속은 외물(外物)에 마음이 쏠리고 결국 고해(苦海)러니,차라리 산골짜기에 몸을 숨기고 마음의 깨끗함을 보전하느니만 못하니라'
'채근담'(菜根譚) 한구절같은 생활이다.
강정사장이 준비한 삼겹살과 상치와 마늘은 냉장고에 넣고 소주와 수박은 차그운 수돗가 물에 담가놓고,첫 번째 한 일은 산삼(山蔘) 심는 일이었다.
작년에 나는 이장군 동기인 조대령 은거(隱居)에서 하루밤 묵은 적 있다.술이 끝나고 두 군인은 바둑판 전쟁놀이에 몰두하는 새,나혼자 밖에 나가니,강물은 흐느끼며 흐르고,적막강산에 멀리 밤새는 우는데,달빛은 뜰에 교교히 내리고 있었다.이런 조용한 곳은 가을달 맑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밭을 산책하거나,창밖에 백설 만건곤(滿乾坤)한 겨울밤 홀로 와서 책 읽기 딱 좋은 곳이다.
그래 조대령 '귀거래사'를 찬미하는 뜻에서 내 여기에 수륙(水陸) 초목(草木) 중 신령스런 영초(靈草)인 삼(蔘) 심을 생각을 했던 것이다.
네 사람이 각자 호미 들고 산에 오르니,강변 벼랑 위 산흙은 낙엽 아래 검고 부드러운 부엽토라,삼(蔘) 심기에 딱 좋다.이런 곳에 심으면 삼은 금방 하얀 복륜의 꽃이 피고 빨간 열매 맺힌다.2-3년만 지나면 장뇌(樟腦)가 된다.그뿐인가?떨어진 열매는 싹이 나서 근처가 장뇌밭이 된다.
'잘만 커도라.내년 가을에 장뇌삼계탕 먹고 힘 좀 써보자!'
'장뇌 한뿌리 20만원한다.그런건 아무나 못먹는다.'
우리는 웃으며 산에서 내려와 이번에는 텃밭으로 갔다.잡초를 걷어내고 땀 흘리며 밭을 골랐다.거기에 내가 경동시장서 사온 고구마넝쿨 심고 취나물 씨를 뿌렸다.취나물은 숙근초라 한번 피어나면 매년 따먹을 수 있고,고구마는 땅이 모래땅이라 틀림없이 포실포실 밤고구마 될 것이다.밭둑에는 방아와 박하(薄荷)도 심었으니,방아는 생선 매운탕에 빠져서 안될 향료요,박하는 커피향과 섞으면 그 향기 또한 일품이다.
조대령이 준비한 땅콩과 호박씨까지 심고,강변 네그루 큰 버드나무 아래에 풍로를 놓고 참숯에 삼겹살을 구었다.밭일 하고 난 후땀 씻고 먹는 음식 보다 맛이 있는게 뭐 있는가?복분자술로 시작해서 소주로 이어지니,강바람은 나뭇잎에 시원히 불어오지,숯불에 노릇노릇 익는 삼겹살은 색깔도 곱지만 냄새도 쥑인다.
'이거 완전 신선노름이다.'
권커니 자커니 술잔 돌리다 실내에 들어가 그림을 감상한 후,두패로 바둑 두었다.
'오매 좋은 거!'
2승1패로 이긴 이군이 신나서 외친다.
지금 촉한의 유비가 오나라 육손에게 패했냐?선거에 패한 한나라당 이모씨가 검찰조사 받는 것이냐?
심각할 거 하나 없다.승패에 초연할 수 있는게 바둑이다.
'오매 져뿌럿따!'
나도 신나게 외쳤다.인생도 사실 이래야 한다.
밖에는 어느새 비가 내리고 있다.빗속 강변을 잠시 혼자 산책했다.이 비에 고구마 순들 잘도 크것다.강 건너 과수원 봄풀 더욱 푸르고,뜰의 사과나무 배나무 후박나무 잎이 빗속에 활짝 웃는다. 황량하던 전원이 점점 모습 잡혀가니,밭둑 여기저기 코스모스 싹이 나고,바람에 날려온 소사나무 씨도 싹을 틔워 빗속에 파릇파릇하다.
땅은 이렇게 만물을 키우고,비는 이렇게 생기를 준다.
대지는 은총 속에 있다.
5월18일
언젠가 제 인생도 그러하길 꿈꾸어 봅니다.
감사히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