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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삶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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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동천 '달빛초당' (1)

 

 

 청학동 원묵계 마을 성낙건 시인의 찻집 '다오실'은 그 깊은 산중인데도 손님이 많다. 벽에 쭈욱 진열한 중국과 티벹 오지에서 수집한 찻잔과 자연 반 인공 반으로 만들어진 부드러운 나무가지 차숟가락 천천히 감상하면서 차 한잔 마시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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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시인이 티벳과 중국 오지에서 수집한 찻주전자와 찻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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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골짜기 나무토막으로 다듬은 찻수저

 

'혹시 김필곤 시인 '달빛초당' 위치 아십니까?'

'네, 그 분은 향기가 나는 분입니다. 쌍계사에서 신흥마을 쪽으로 올라가면 나옵니다.'

 

 

 꽁지머리 성낙건님과 헤어져 화개동 '달빛초당'에 닿은 시각은 하루가 거의 기운 시각이었다. 섬진강은 밀가루처럼 고운 백사장 옆으로 강물이 거울같이 빤짝이며 흐르고, 푸른 대숲은 멀리 웅장한 지리연봉 붉은 노을과 함께 황혼의 노래를 속삭이는 그런 시각이었다. 이 시간은 바로 서울로 차를 몰아도 늦은 시간인데, 생면부지 '달빛초당' 주인 김필곤 시인 찾아간 것이다.

 

 화개동천은 언제부터인가 논밭 산중 길가 할것없이 차밭으로 변해있다. 봄 되면 천지를 꽃향기로 덮을 벛나무 가로수 하나하나 눈길로 쓰다듬으며 올라가니. 길가 한 낡고 초라한 한 지붕 위에서 허공으로 피어오르는 하얀 저녂연기가 오랜만에 매캐한 냄새로 후각을 자극한다. 얼핏보니 여기 보일동말똥 '달빛초당'이란 글귀 보인다.

 인적은 없고,마당가에 정결하게 쌓아놓은 향기로운 장작냄새만 풍긴다. 손바닥만한 뜰을 살펴보니, 작은 돌확에 끌어온 샘물 떨어지는 소리 가늘게 울리고, 마당 바로 밑 바위 사이로 흐르는 계류성이  자연의 심포니 울리는데, 주인이 심은 듯 춘란이 바위 틈에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실례합니다'

이렇게 김시인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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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까지 데리고 초면에 염치없이 방에 들어가니, 갑자기 산속에서 향기로운 난초를 발견한 기분이 든다. 선풍도골(仙風道骨). 김시인 모습도 그렇거니와 누옥(陋屋) 속의 방안 풍경도 선비 거처답다.

'누추하지만 좀 앉으세요.'

 군불 지핀 방바닥 뜨껀뜨껀한 구들에 엉덩이 붙이고 눈으로 방안을 둘러보니, 낡은 벽지 도배된 방안엔 아무것도 없고, 벽에 나란히 책 몇권 세워놓았고, 작은 상 위에 펼쳐진 고서 한권과 안경만 보인다. 불시에 들어닥쳤으니, 평소에 이렇게 깔끔히 정돈해놓고 독서삼매 빠지는 습관 아니면 이리 될 수 없다.

'이 초옥에 눈이라도 내리면 신선이 따로 없것습니다!'

'사람 인(人) 변에 멧 산 자 붙이면 신선 선(仙) 자 아닙니까?'

'오용민님 지리산싸이트에서 최화수 기자님 글 읽고 진주 온 김에 불시에 여길 찾아온 것입니다. 결례라 미안합니다.'

'찾아올 인물도 못되는데 제가 도리혀 미안합니다.'

'창 밖 바위틈에 대원군의 석파란(蘭)처럼 실물 난초가 저렇게 자연 그대로 싱싱해서 정말 부럽군요.'

'봄이면 춘란 향기가  온통 집 안팍을 덮습니다.'

그 소리에 놀래버렸다. 그 공기 맑은 곳의 바위에 싱싱하게 자란 춘란이 향기 풍기면 정말 장관이겠다. 

'춘란도 향기가 있나요?'

'흔히 춘란은 향기가 없다고 잘못 아시는데, 향기가 기막힙니다'

'꽃은 언제 핍니까?'

'춘분 전후지요.'

      

 이렇게 김시인과 말문 트고 산가(山家) 일사(逸事)를 주고받던 중에, 부인이 차를 내놓는다. 김필곤 시인은 원래 부산에서 차 잡지를 만들었다 한다. 그 맛은 불문가지(不問可知). 전문가가 만든 차가 평범하겠는가?

'아프리카 명품 루이보스 차 같네요.'

아내가 감탄 겸 품평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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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결가부좌. 삼십여 분 참선 명상.

맑게 비인 목탁 울려 도량경을 읽고 나면

춘란꽃 고즈넉한 아침이 오두막에 와 열린다.

 

 

한나절은 차밭일 하고 한나절은 시를 쓰며

달 뜨면 노송 아래서 차도 한잔 끓여본다

아득한 삶의 심연에 낚시줄도 던져본다.

 

 

 그가 싸인하고 증정해준 '산거(山居)일기'에  실린 시다.

그는 문덕산(文德山) 기슭에 높이 5.5미터의 은하폭포가 있다고 한다. 나는 강남에 빌딍 가진 사람은 부럽잖아도 산에 폭포 가진 사람은 부럽다.

'춘분에 연락합시다. 내 그때 춘란 향기 한번 작정하고 마셔볼랍니다. 폭포 옆에 인삼도 좀 심어드리고. 인삼을 흔히 산천초목 중 으뜸가는  영초(靈草)라지 않습디까?'

 인삼 이야기에 시인이 반색을 한다.

'그 말씀 신선의 계시처럼 반가운 말씀입니다. 소찬이지만 괜찮으시면 여기서 저녁 함께 하고 가시지요.'

그 말에 아내는 질겁을 한다. 그러나 인생에 어디 뜻 맞는 지기(知己) 만나기 쉽던가?

'이왕 폐 끼친 김에 저녁도 신세 좀 지겠습니다.'

나는 단호히 버티고 앉아 상을 받았다.

 

  절집 공양처럼 채소만 올려진 선식(仙食) 이었다. 상을 비우고 마당에 나가 산에 걸린 맑은 달 한참 구경했다. 그리고 남해서 가져온 민어 한마리 선물하고, 차가운 약수 한 병 병에 채운 후 떠났다.

'약주 담가놓을테니 춘분 때 꼭 오세요.'

 등 뒤로 김시인 당부 들으며 서울로 출발한 시간은 밤 7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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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해봉 2021.03.05 23:39
    다오실 성낙건님 이야기
    달빛초당 김필곤 시인님 이야기
    참 반가운 지리산 산골정담 이네요
    다오실은 성낙건님이 건강이 나빠지면서 다른 사람에게
    매매하고 진주로 이사갔어도
    차타고 지나가면서 보면 벽에는 크게 나무로만든 다오실이
    그대로 박혀 있답니다
    사모님 말씀으로는 히말라야와 티벳 중국 오지등에서 이것저것
    오래된 차들을 무조건 좋아하면서 수십년간 먹어버린게 원인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소뇌가 자꾸 오무라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 검증이 안된 이런저런 차때문에 건강이 나빠졌다고 했습니다
    그럴수도 있다는 의사인 중봉 공용철님의 이야기를 듣고
    저도 집에있는 오래된 녹차나 보이차등을 전부 버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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