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 조정래
   
 
 
1943년 전남 승주군 선암사에서 출생
광주 서중학교와 서울 보성고등학교를 거쳐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70년<현대문학>추천으로 등단.

단편집: [어떤 전설] [20년을 비가 내리는 땅] [황토]
[恨,그 그늘의 자리]
중편집: [유형의 땅], 장편소설 [大藏經][불놀이]
대하소설: [太白山脈] [아리랑] 출간

<현대문학상><대한민국문학상><성옥문화상>
<동국문학상><소설문학작품상><단재문학상><노신문학상> 수상

     
   
     

작가의 변

이소설이 다루고 있는 시대를 흔히들 민족사의 매몰시대''현대사의 실종시대'라고 한다.
그것은 곧 그 시대가 그만큼 치열했고 격랑이 심했으며,분단사 속에서 또 그만큼 왜곡과 굴절이 심했음을 의미한다.
그 시대의 진실과 참모습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복원하고 되살리느냐가 바로 분단극복이고 통일지향일 것이다. 그 시대의 복원은 바로 오늘을 푸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작업을 위하여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여러 현장을 찾아 다녔다. 소설은 단순히 상상력의 산물일 수만은 없으며, 엄연한 역사 사실 앞에서 소설을 쓰는 자는 제멋대로 일 수가 없는 것이다.
<태백산맥>에 나오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그렇게 증언을 토대로 하고 확인을 거친 것들이다. 그 이야기들을 소설로 엮으면서 나는 시대정신에 냉정하고자 했고, 우리의 오늘을 투영하고자 했다.
 
 

태백산맥 줄거리

제1부 한의 모닥불 [1권~3권]

여순반란사건이 종결된 직후부터 1948년 12월 빨치산 부대가 율어지역을 해방구로 장악하는 데에까지의 과정이 그려져있다. 소석의 첫 장면은 1948년 10월 24일 밤이다. 여순 사건과 함께 좌익에 의해 장악되었던 벌교가 다시 진압세력인 군경의 수중에 들어가자, 좌익 반란군들은 산 속으로 퇴각한다. 이때 정하섭이 상부의 밀명을 받고 벌교로 잠입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마을에서 외따로 떨어진 현씨네 제각에서
살고 있는 무당딸 소화를 이용한다.

소화는 정하섭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며 감시를 피해 정하섭의 심부름꾼 노릇을 하게 된다. 그리고 둘 사이에 사랑이 싹튼다. 불과 나흘 전만 해도 벌교는 좌익의 수중에 들어 있었지만 여수에서 국군 14연대가 반란을 일으키자, 이를 거점으로 하여 좌익 반군들이 순천까지 그 세력이 확대하게 된다. 남로당 조직에 연결되어 있던 벌교 지역 좌익 세력들이 반군에 합세하여 벌교를 장악한 것은 1948년 10월 20일이다.
그러나 이들은 사흘을 견디지 못하고 군경 진압군에 의해 밀려서 벌교를 포기하고 산 속으로 퇴각하게 된 것이다.

벌교를 장악했던 군당 위원장 염상진은 하대치, 안창민등고 함께 조계산으로 쫓겨 가게 되었지만 진압군의 세력이 미치지 못하는 궁벽한 율어면을 점거한다. 그리고 그들은 이 지역에서 토지개혁을 실시한후 그곳을
해방구로 선포하고 조직과 세력을 정비하게 된다. 군경 진압군은 벌교를 장악했던 좌익 반국 세력을 몰아낸 후, 청년단의 도움으로 마을에 남아 있는 좌익 세력과 부역자들을 찾아 내기 위해 힘쓴다. 그바람에 마을에 남아 있던 사람들마저도 좌익과 우익으로 서로 갈라지고 원한이 겹쳐서, 반란군과 함께 산 속으로 가 버린 입산자 가족들은 온갖 곤욕울 치르게 된다. 벌교의 유지로서 주민들의 신망이 두터운 김범우는 무고한 사람들까지 처단되고 고문을 당하는 등 고통을 받게 되자 희생을 줄여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김범우의 개인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총살을 당한다.

벌교 지역에서는 흉흉해진 민심을 돌리고 혼란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수습위원회를 구성한다. 그리고 일제 시대에 친일파였고 해방 직후 제헌국회의원이 된 최익승을 수숩위원회 대표로 선임하게 된다. 김범우는 최익승을 찾아가 읍민들의 희생을 줄이도록 호소하였으나, 오히려 좌익을 두둔하는 빨갱이로 몰려 경찰서에 구속 되었다가 순천으로 송치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야기의 줄거리를 이루는 여러 가지 삽화 가운데 청년단 감찰부장이라는 감투를 쓰고, 양효석, 송성일,등 우익 희생자 아들들을 모아 이른바 멸공단을 조직, 밤이면 입산자 가족들을 찾아다니며, 부녀자, 노인을 가리지 아니하고 잔인한 보복을 한다. 이 과정에서 하대치의 아버지 판석 염감은 목숨을
잃는다. 정하섭이 좌익에 가담했기 때문에 좌익 세력이 벌교를 장악했을 때, 악덕 지주로 처단되지 않고 살아남았던 양조장 주인 정현동은 다시 군경찰이 들어오자 빨갱이로 몰려 경찰서에 갇힌다. 최익승은 정현동을 빼내주는 조건으로 양조장 지분 절반을 차지하고ㅡ 정현동은 벌교에 진주한 토벌대의 후원회 회장을 맡는다. 아들 김범우가 순천 경찰서로 송치되자 그의 부친 김사용은 김씨 문중의 힘을 빌려 아들을 석방시키고 경찰서장 남인태를 다른 지역으로 전출시킨다.

벌교가 수복되자 좌익 잔당이 처단되는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고 있는 것은 벌교를 중심으로 하여 이루어진 좌우익의 대립과 갈등이다.
일본인들에 의해 주도된 간척 사업으로 일찍부터 일제 자본이 침식한 이 지역은 토지를 둘러싸고 지주와 소작농 사이에 엄청난 갈등이 쌓였던 곳이다. 이런한 사회적 모순이 해방 직후 좌우익의 이념적 대립으로 치닫고 결국은 계급의 대립과 투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한국사회의 한 단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벌교를 당악했던 염상진을 중심으로 한 좌익 세력의 존재와 그 사회적인 실체가 드러나며, 이에 대응하는 토착지주와 자본가를 중심으로 하는 우익 세력이 군경의 힘을 업고 벌이는 여러 형태가 잘 그려져 있다.
이들 사이에 끼어 있는 비참한 입산자 가족들의 삶과 함께 중도적인 입장의 지식인 김범우 등의 활동은 대립과 갈등의 사태 해결을 위한 입장의 지식인 김범우 등의 활동은 대립과 갈등의 사태 해결을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되고 있다.

제2부 민중의 불꽃(4권~5권)

제 2부는 <민중의 불꽃>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여순 사건 이후 약10개월에 걸쳐 일어난 사건들이 1949년 1월의 소작농 봉기를 전후로 하여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제2부의 내용에서 핵심을 이루는 것은 토지의 소유와 연관된 농민들의 좌절과 분노이다. 벌교 지방은 농민이 젠체 주민의 8할에 해당한다. 그리고 대부분이 지주에게 목ㅇ르 매달고 있는 소작농이다. 농민들은 해방된 후 토지개혁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지만, 이승만 정권이 농지개혁을 하지 못하자 불만이 갈수록 높아만 간다. 북에서는 이미 농지개혁이 실시되엇다는 소식까지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지주들은 오히려 농지개혁 이전에 소유 농지를 처분하고자 한다.

소작인 모르게 논을 처분한 고흥 지주 서운상은 불만을 품은 소작인 강동기가 삽으로 내리찍은 바람에 중상을 입었고, 강동기는 그 길로 산으로 들어가 빨치산이 된다. 반면에 서민영은 지주로서 자기 소유의 논을 모두 소작인들과 공유하는 것으로 하여 협동농장을 운영하기도 하였고, 농지문제의 심각성 및 농민들의 참상을 국군 벌교 지구 사령관 심재모에게 들려주어 심재모로 하여금 농민들의 농지개혁 요구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하도록 한다.

염상진 등 좌익 반란군은 율어 해방구에서 토지개혁을 실시하여 농민의 환영을 얻고, 그들의 지원으로 자신들이 내세운 혁명 과업을 수행한다.벌교의 농민들에게는 이러한 율어 지역의 변화가 오히려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염상진 빨치산 부대는 벌교읍을 습격하여 지주들로부터 쌀을 빼앗아 인민들에게 고루 나눠 먹도록 하기도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사령관 심재모는 용공 혐의로 서울로 압송되고 그 후임으로 백남식이라는 관동군 출신의 친일 경력을 지닌 인물이 등장한다. 벌교 지역 주둔군 사령관으로 새로 부임한 백남식은 하숙집 주인 과부 송씨와 그녀의 딸을 농락하고 토벌군이 철수하게 되자 송씨의 딸을 속여 끝내 결혼을 한다. 그는 송씨 재산 절반을 차지하고 그 돈으로 자신의 병과를 헌병으로 바꾸어 후방 근무를 택한다. 그의 행태는 당시 부패한 군의 실상과 그 비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때 벌교의 유지 김범우는 벌교를 떠나 서울에서 반민 특위 사건이나 백범 김구 암살 사건을 맞는다. 그리고 백범과 몽양이 이승만과 한민당을 위시한 친일 세력에 의해 암살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벌교 지역에서 지주들이 소작인 모르게 자기 땅을 팔아 먹거나 빼돌리는 일이 더룩 늘어나자, 농민들은 이에 분노하여 대규모 항의 시위를 일으킨다. 지주 졍현동은 멀쩡한 논에 바닷물을 끌여들여 염전을 만들겠다고하다가 이에 분개한 소작인의 낫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오히려 죽음을 맞은 것이다. 그런데 농지개혁법이 발표된다.
대부분의 소작농들은 토지의 무상몰수 무상분배가 아니라 유상몰수유상분배란 것을 알고는 더욱 분노하기 시작한다. 벌교에 주둔한 군경과 지역 청년단은 사태가 악화되자 농민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짓밟는다.

제3부 분단과 전쟁 (6권~7권)

제3부는 1949년 10월부터 1950년 12월까지의 6.25전쟁의 현장과 합께 이 전쟁의 성격을 소상하게 묘사하고 있다.
소설의 무대가 벌교 지역을 벗어나 전쟁의 현장을 따라 확대되고 있으며, 남과 북의 상황 변화와 미국의 개입 등이 비판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6.25의 발발과 함께 벌교는 다시 염상진 등에 의해 장악되고, 좌익 세력들은 인민의 해방을 감격스럽게 맞이한다.

그러나 경찰이 철수하기 직전에 미리 좌익 전향자들을 사살하였기 때문에 또다시 살육의 참상이 겪는다. 당시 군부의 모습은 벌교 지역 주둔군 사령관이었던 심재모를 통해 실감있게 묘사되고 있다. 심재모는 용공혐의로 서울로 압송되었다가 벌교 지역 주민들의 진정으로 풀려나서 군에 복귀하여 태백산 지구 공비 토벌 작전에 참가하고 있던 중 6.25전쟁을 맞는다.
그는 여러 부대를 옮겨다니며 6.25전쟁 당시 무방비 상태로 부패와 무능에 빠져 있던 군대의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피난 수도 부산의 모습도 이 부분에서 그려진다. 민간인들을 빨갱이로 몰아 살상하는 특무대원들의 횡포는 맹목적인 이념 전쟁의 단면을 보여준다.

특히 벌교의 최익승이 부산으로 피난와서도 군대와 짜고 군수품을 빼돌려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는 장면은 반민족적인 자본가들이 행태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3부의 내용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내용은 중도적인 입장을 고수하던 벌교 지역의 지식인 김범우와 손승호 등의 사상적인 선회이다.김범우는 임민군 치하에서 전북도당에 근무한다. 그러나 인민군이 패퇴하자 미군에게 붙들려 강제로 통역관이 된다. 그는 미군들이 자행한 강간, 살인, 방화 등 비인간적이고도 부도덕한 행태를 보면서 한국전쟁이 미군과 우리 민족의 싸움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김범우는 결국 미군 부대에서 탈출한 후에 공산주의 노선을 택하게 되며 인민군에 자진 입대한다. 손승호도 6.25전쟁 후 공산주의자의 길을 택한 후에 빨치산으로 입산한다. 이에 따라 벌교에서도 염상진 등은 다시 입산하게 된다. 이때 많은 농민, 곧 소작인들이 염상진을 따라 입산하고 있다.


제4부 전쟁과 분단 (8권~10권)

제4부는 1950년 12월부터 1953년 7월 휴전 협정 직후까지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이 소설의 대미에 해당하는 지리산의 빨치산 투쟁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소설적 공간이 다시 벌교와 지리산 지역으로 고정된다. 6.25전쟁은 유엔군의 참전과 중국의 개입으로 교착 상태에 빠지고, 전선은 38선 부근에서 대치 상태가 지속된다. 퇴로가 막힌 인민군과 빨치산 세력이 지리산 일대에 근거지를 두고 무장 투쟁을 게속한다.

그러나 군겨의 진압 작정에 따라 이들의 투쟁은 점차 무력해진다. 특히 박현영 등 남로당 계열이 전쟁의 실패와 함께 숙청되었다는 소문이 전해지자 패배감과 남패에 빠져들지만, 역사 선택의 기로에서 항전의 결의를 가다듬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투쟁과 죽음이 역사 투쟁으로의 전환임을 인식하고 대부분 강렬한 최후를 맞는다. 한편 인민군에 입대했던 김범우는 포로가 되어 거제도 수용소에 갇힌다. 그는 뜻밖에도 거기서 제자 정하섭을 만난다.

두 사람은 6.25전쟁을 민족해방전쟁이라고 믿고 있다. 이들의 눈을 통해 거제포로수용소의 실상이 속속들이 파헤져진다. 포로 석방 때에 정하섭은 북으로 가고 김범우는 반공 포로로 위장,석방되어 고향에 돌아온다. 그는 정하섭으로부터 남에 남아 거점을 구축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지리산에 근거했던 빨치산 세력은 군경의 터벌 작전으로 모두 와해된다. 이름없는 숱한 빨치산 전사들과 함께 손승호도, 독립투사요 인민군 소장인 김범준도 토벌군의 총탄에 스러진다. 염상진이 이끄는 빨치산 부대는 군경과 수많은 전투를 하였으나 패퇴를 거듭한다.
염상진은 퇴로가 막히자 부하들과 함께 수류탄으로 자폭한다. 그리고 그의 목이 벌교 읍내에 내걸린다. 염상진이 염원했던 <인민해방>은 실패로 끝나지만, 염상진을 추종했던 하대치 등이 살아남아 염상진의 무덤 앞에서 새로운 투쟁에의결의를 다지고 어둠속으로 사라져간다

 

 
백산맥에 나오는 지리산 '피아골' 이야기 한토막

(.........)
골짜기마다 단풍이 흐드러지고 자지러지지 않은 데가 없었지만 피아골은 특히나 유별났다. 피아골에는
금방 뿌려놓은 핏빛 같은 선홍의 단풍들이 다른 골짜기에 비해 유독 많았다. 그 새빨간 단풍들은 계곡의
물까지 붉게 물들였다. 주황빛이나 주홍빛의 단풍들사이에서 핏빚 선연한 그 단풍들은 수탉의 붉은 볏처럼
싱싱하게 돋아 보였다. 피아골을 단풍으로 유명하게 만들어 지리산 십경 중에 하나로 끼이게 한 그 나무는
바로 단풍나무였다. 피아골에는 단풍나무가 다른 계곡에보다 많아 단풍이 빨리 들면서도 그 곱기가 빼어나
다른 계곡을 앞지르고 있었다.그러나 피아골 단풍이 그리도 고운 것은 그럴 만한 까닭이 있다고 했다.

먼 옛날로부터 그 골짜기에서 수없이 죽어간 사람들의 원혼이 그렇게 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떠도는 말은, 연곡사 아래서부터 섬진강 어름까지 물줄기를 따라가며 양쪽 비탈을 일구어낸 다랑이
논마저 바깥세상 지주들에게 빼앗기고 굶어죽은 원혼들이 그렇게 환생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바람이듯
떠돌며 전해져오는 그 두가지 이야기를 아니라고 부인하고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옛날부터 피아골
에서 는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던 것이고, 바깥세상에서는 살 길이 없어 이 지리산 골짜기로 파고들어
비탈에다가 층층이 돌을 쌓아 올려 땅뙈기를 만들어내 연명해가던 사람들은 여러 곡절 끝에 그것마저 빼앗
기고 굶어죽는 일들이 분명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잊지 않고 아래로 아래로 전하는 것은 원혼들이 단풍으로 환생했다는 신기함 때문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거기서 많은 목숨들이 억울하게 죽었다는 사실 자체를 알려오고 있었던것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바람처럼 떠도는 그 이야기는 바로 사람들의 삶을 엮어놓은 역사였던 것이다.

사람들의 한맺힌 죽음은 임진왜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왕조라는 것이 한심하고, 거기서 붙어서 일신의 영화나 누리자고 도모하는 벼슬아치들 또한 한심하여 왜놈들이 쳐들어와 막아낼 도리가 없었다. 왜놈들은 방화와 약탈과 살인을 일삼으며 경상도 지방을 휩쓸고, 전라도 땅도 더럽히려고 들었다. 그런데 그놈들이 섬진강을 따라 전라도땅으로 들어오는 외길목이 바로 피아골 입구였던 것이다. 그 길목에서 왜놈들을 막아내지 못하면 전라남도 내륙땅은 그대로 내줄 수밖에 없었다. 관군은 이미 있으나마나한 상태라서 백성들은 의병을 일으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거기에 승려들도 합세하여 연곡사에 군량미를 쌓고 지휘본부를 만들었다. 의병들은 밀려드는 왜놈들에 맞서서 싸웠지만 무기부터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의병들은 섬진강 상류를 피로 물들이며 죽어갔고, 힘이 모자라게 된 그들은 피아골로 밀리게 되었다. 싸우며, 죽으며, 밀리며를 되풀이하면서 의병들은 연곡사도 빼앗기고 자꾸 피아골 깊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왜놈들은 결박한 의병들을 바위에 세워 일일이 목을 쳐죽였다. 칼을 내려칠 때마다 목 따로, 몸뚱이 따로 계곡물에 곤두박혔다. 삼흥소가 시체로 넘치고, 거기서부터 피로 물든 계곡물이 이십리를 넘게 흘러 강에까지 닿았다.

그리고, 갑오년에 일어난 농민전쟁으로 또 피아골의 물은 피로 물들었다. 그때도 농민들은 목이 뎅겅뎅겅 잘리며 계곡물에 곤두박혀 온몸의 피를 남김없이 쏟아내고 죽어가야 했다. 알량한 왕조는 왜놈들을 불러들여 청부살인권을 주었던 것이다. 그다음으로, 왜놈들의 노골적인 식민지화에 저항아여 한일협약을 계기로 도처에서 의병이 일어났다. 그때 전남의병은 몰리고 몰리다 그 최후를 피아골에서 맞았던 것이다. 그리고 여순사건 때도 많은 사람들이 섬진강을 건너 피아골로 쫓겨 들어와 피를 뿌렸던 것이다.

(.......)


목차 - 한눈에 보기

1권
작가의 말
1. 일출 없는 새벽
2. 가슴으로 이어진 물줄기
3. 민족의 발견
4. 소화, 하얀 꽃이라는 이름의 무당
5. 조계산 숯막
6. 나라가 공산당 맹글고 지주가 빨갱이 맹근당께요
7. 그리고 청년단
8. 이념 이전의 인간
9. 문딩이 가시내, 팔자도 참 험허게 변했다.
10. 암약

2권
11. 체포
12. 구만리 장천을 떠도는 구름
13. 냉철한 비판을 생리로 가진 역사의 정체는 무엇인가
14. 까마귀떼
15. 기습이다!
16. 감꽃은 먹을 수 있는 꽃
17. 배고픔과 동물과 인간
18. 수혈
19. 새가 창공에 그 발자국을 새기지 못하듯이 인간사 그 무엇이 영겁 속에 남음이 있으랴
20. 토벌대 물러가라!

3권
21. 탈주제보
22. 병원사건
23. 계엄군 주둔
24. 분노의 소작인
25. 농민, 그 사무치는 설움
26. 겨울달빛 실린 고샅길
27. 우리의 국토를 양단시킴으로써 민족을 분열시키어 동족상잔의 비극을 초래하려 한다 - 백범 김구
28. 아부지는 얼굴도 몸도 뻘건디는 하나또 웂는디 워째 사람들은 아부지보고 빨갱이라고 헐까?
29. 대나무 전설
30. 전라도
31. 읍내를 에워싼 불길

4권
작가의 말
1. 피할 수 없는 맞섬
2. 그것은 이긴 싸움
3. 평행선
4. 야학의 여선생
5. 누가 묵어도 묵을 떡인디
6. 술찌기를 먹고 취한 아이
7. 쑥떡뿐인 설
8. 어두운 정월 대보름
9. 머시여, 벌거지!
10.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11. 미운 진달래
12. 율어의 왕복길

5권
13. 빨갱이와 내통한 좌익분자
14. 물과 기름
15. 어으허으 어어허야 어얼럴러 어으허야
16. 당신을 용공행위로 체포하겠소!
17. 새로 부는 바람
18. 반민족행위자특별조사위원회 습격
19. 그리고 , 친일파·민족반역자들의 승리
20. 백범 김구를 죽인 네 발의 총알
21. 거꾸로 흐르기 시작한 역사의 물줄기
22. 팔월의 들녁
23. 자유민주주의라는 허울
24. 일어서는 산

6권
작가의 말
1. 니만 사람이냐!
2. 접선 실패
3. 두 형제의 야행
4. 태백산맥에 내린 소개령
5. 소화의 씻김굿
6. 산중의 엄동설한
7. 소작인의 의지
8. 어떤 여자빨치산의 죽음
9. 민중의 승리, 2대 국회의원 선거
10. 아,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이다
11. 1950년 6월 25일
12. 산골짜기를 울리는 한밤중의 총소리들
13. 사회주의 리얼리즘

7권
14. 살아서 돌아온 그들
15. 김범준의 귀향
16. 양쪽을 다 미워하는 아이
17. 무상몰수 무상분배
18. 워메, 논두렁 콩알꺼지 시고, 울안 감나무 감꺼지 시는 저런 법은 워디서 나온 법이드랑가!
19. 고구마똥
20. 소용돌이
21. 구빨치 그리고 신빨치
22. 너희들을 위한 전쟁
23. 몸씻기 마을굿
24. 냄편이고 아덜이고 열썩이라도 못당허겄다, 요런 징글징글헌 눔에 시상!
25. 우리 아부지가 하대치요
26. 압록강의 물을 마시며
27. 똥냄새 김치냄새의 나라

8권
작가의 말
1. 백두산 천지, 한라산 백록담
2. 아시아인은 미국인과 동등하지 않다. 아시아인은 인간이 아니며, 인간 이하의 존재다
3. 탈출
4. 죽음의 대열, 해골의 대열
5. 1951년 1월 4일
6. 거창, 그 오지의 낮과 밤
7. 빨치산, 그 이름 없는 사람들의 진정성
8. 천점바구와 외서댁
9. 다시 삼팔선 전선
10. 세상을 떠난 김사용
11. 재귀열이란 돌림병
12. 싸울 수밖에 없는 싸움

9권
13. 위대한 전사 조원제
14. 덕유산의 비밀회의
15. 사형 대신 써야 하는 수기
16. 항미소년돌격대
17. 장마와 함께 온 휴전회담 소식
18. 새로 생겨나는 반공세력
19. 어차피 한번 죽는다
20. 포로의 섬, 거제도
21. 빼앗겨가는 해방구
22. 호산댁
23. 이동 준비
24. 지리산

10권
25. 피아골
26. 새로운 전술
27. 고향에서 몰려나기 시작하는 사람들
28. 지리산 동계대공세
29. 각 도당 동계대공세
30. 각 도당과 지리산의 전면공세
31. 또 하나의 전쟁터, 포로수용소
32. 천점바구의 죽음과 동계대공세 종료
33. 오이년 오·일오 결정
34. 제5지구당 결성
35. 현실투쟁에서 역사투쟁으로
36. 감옥살이도 역사투쟁이다
37. 겨울과 함께 떠난 영웅 이태식
38. 휴전선으로 변한 삼팔선

(목차 자료/ 리브로)

 
* 전10권 출간 1986~1989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