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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마을>산마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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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4 10:46

간이화장실

조회 수 1278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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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피서철이 되었습니다.
지리산이 가까운 이곳 단성에도 피서차량으로 도로가 채워져 갑니다.
더불어 이글거리는 햇살과 줄줄 흐르는 땀방울..

한밤에도 더워서 잠을 쉽게 자지 못해 뒤척이고 선풍기를 돌려보지만 실내온도는 3~40도를 웃돌고 있습니다.
행여 더울세라 땀을 흘리고 자는 신랑 목덜미 한번 닦아주고,
새근 거리고 자는 한이랑 한빛도 한번씩 뒤척여 봅니다.ㅎㅎ


집터에 올라가 애들 덥다며 빨간 고무다라이에 물을 받아주는 신랑,
위아래 옷을 홀라당 벗고 물장난 하는 한빛,
팬티랑 런닝을 입고 들어가는 한이..
두녀석 통 안에서 잘도 놉니다. ㅋㅋ

일요일이 마침 중복이라 점심으로 준비한 닭백숙.
대파랑 깐마늘 듬뿍 넣어 푸욱 끓여 내었더니 어찌나 잘 먹는지요.^^
국물에 밥 말아 먹으며 한이가 하는말,,

"엄마 위에서 먹으니까 진짜 더 맛있네요. 왜 그럴까요?^^"

집터 옆 비닐하우스 위쪽으로 간이 화장실을 만들자는 신랑,
구멍 난 고무다라이를 검은 실리콘으로 땜하고 땅 속에 파 뭍고.
네 기둥 아래 주춧돌 하나씩 놓고 나무들로 기둥을 잡아봅니다.

제가 양손으로 잡고 있고 신랑은 지지대를 만들고 못으로 박고,
옆면은 얇은 합판으로 막고,,,

날이 어찌나 더운지 가만히 서서 잡고만 있어도 땀이 눈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땅 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며 작업하던 신랑도 땀을 줄줄 흘리며 자꾸만 각목을 길게 자르고 짧게 자르고,,
너무 더워서 방금 잰 수치를 자꾸 까먹는다고 이러다 사람 이상해 지겠답니다. ㅋㅋ

아직도 기저귀와 친한 한빛..
물놀이 하는 동안 벗겨 놓고는 쉬야나 응아하고 싶을 때 이야기 하라고 하니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거리긴 합니다.

조금 지나 해가 어스름 넘어가는데도 날씨는 덥기만 합니다.
물놀이를 마친 한빛에게 기저귀 없이 반바지만 입혀 놓았더니 모기들이 달려들고,,
덜 마른 긴바지를  하나 더 입혀주었습니다.

노느라 낮잠을 자지 않았던 한빛은 엄마 한쪽 다리 붙들고 '엄마 졸려요,, 한빛 졸려요' 하며 안아달라고 보챕니다.
지금 화장실 기둥 잡고 수평을 잡아줘야 하는데 말입니다.

옆에서 한이는 일이 되어가는 양을 보니 안되겠는지 쵸코파이로 동생을 꼬시고는 멀찌기 데려가서 놀아줍니다.^^

조금 있으려니 한빛녀석 다리가 아프다며 걸어오는 데 폼이 어정쩡합니다.
가만 보니 똥을 쌌는데 그것이 고만 한쪽 종아리에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바지에 걸려있는 겁니다.
ㅋㅋㅋ
말귀는 알아듣는 녀석이 아직은 똥오줌 가리기가 싫은가 봅니다.

네 기둥만 간신히 세우고 출입문 달고,,
오늘 지붕도 얹으면 좋겠는데 그건 신랑 몫으로 남았습니다.

경운기를 타고 내려오는 길,,
하늘에 손톱만한 초승달이 떠 있습니다. ^^

  • ?
    지나가다 2006.08.09 07:45
    가족분들 더위에 무탈하시길...
    신랑분님..가족들과 보금자리 마련하느라 진땀 흘리시는 모습,
    진정한 가장의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엄마 몫도 빈틈없이 해내시는 끼득님도 존경스럽구요..
  • ?
    오 해 봉 2006.08.09 09:38
    (^_^)-----(^_^),
    산청 단성 그집은 주연이 한이와 한빛이 커가는 실물인데.
  • ?
    야생마 2006.08.16 01:33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를 더운날 고생스럽기도 할텐데도
    가족분들의 모습 너무 예뻐서 그저 흐뭇한 느낌입니다.
    아름답습니다. 정말 존경스럽구요.
  • ?
    조은아 2006.08.26 10:37
    (^_^)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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