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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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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 20030215/16

# 오른 길 : 음정마을-군사작전도로-벽소령-장터목-중산마을

# 25L배낭속 : 지도,스틱,베개,4발아이젠,배낭커버,옷(바지1/ 반팔쿨맥스1),
                   양말2,비상약(소화제,밴드,맨소래담,진통제),필기구,엽서,
                   행동식(주먹밥5,몽쉘7,사탕,미숫가루,건오징어)


# 기억속으로..

<제 1일 20030215 보름달 뜨는 날>
12:40 함양시외버스터미널
저 멀리 지리산이 보인다. 반갑다좋다설렌다.
일행을 기다리는 한 여자분. 전혀 모르는 사람이지만 산행차림새라 반갑다.
앞뒤옆을 봐도 어르신들뿐. 시골의 고령화를 실감한다.

15:00 음정마을출발
잠시 길을 헤매고 다시 나선다. 지난번 왔음에도 이리 헛갈리다니..
아무도 없다. 누구라도 좀 있음 좋으련만 컹컹 개짖는 소리뿐.
아랫말이라 그런지 눈이 많이 녹아 질척여 발느낌이 꼭 똥밟는듯 물컹물컹..

눈길을 걸으며..
아득히 멀리멀리로 가야할 길이 보인다.
언제였음 겁부터 났을것이 왜그런지 콧노래가 나온다.
아이젠을 하지 않아도 갈 수 있을만큼 길이 괜찮다.
헌데, 힘이 많이 실려 무릎이 아파 결국엔 달고간다. 시간도 빠듯하고..
사각사각 뿌득뽀득 눈 밟는 소리가 넘 좋다. 가끔씩 날아와 내려앉는
이름모를 새들의 재잘거림이 귀를 즐겁게해준다.
한참을 가다가 왼편을 보니 와~ 증말 속이 다 시원할만치 확 트여있다.
능선에서 보는 골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중간중간 잠시 숨을 고르며 지나 온 길을 보니 사흔마냥 길게 구불텅.

산에서 걷는 동안 세운 규칙 하나, 자연의 소리를 들어라.
같은 바람인데도 가지의 자람에 따라 소리가 다르다.
흙밟는 소리도 좋고 잎이 떨어져 밟히는 소리도 그렇고.
함께하는 모든 것들이 천상의 화음을 낸다.

이쯤 오면 됐을거라 싶어 저 앞을 보니 이정표가 있다 '벽소령 300m'.
하하하^^은근한 오르막을 정리하고 급경사를 오르는 것이 이렇게 반가울수가..
정확하지 않은 가사를 대며 노랠 부르다가 목에 침이 걸려 켁..
눈물 쏙 빼며 기침을 하는데 나무 지붕이 보인다. 다왔다!!

17:55 벽소령/1박
<벽소령>하고 입안에 이름을 굴려보면 기분이 좋다.
'마하푸르니마' 인도語로 '대보름'이란다.
역시나 같은 의미로 달에게 이름을 붙여준 것인데도
인도語가 더 신비롭게 느껴지는 건 그 나라에 대한 환상의 편견일게다.
오늘이 바로 그 '마하푸르니마'.
벽소령은 깊고 푸른 밤도 좋지만, <벽소명월>로도 유명하단다.
그럼함을 아는지 야간 산행시 5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하는 중벌임을 알고도
점점 많아지는 사람들의 얼굴엔 뭔지 모를 기대같은 것이 있다.
모두의 바라기가 된 달은 쉬이 모습을 보이지 않고 그렇게 애만 태우려나..
짙푸르다 못해 먹먹한 하늘빛에 가려서인지 긴긴 시간을 기다리게 한뒤
잠깐잠깐 모습을 보이지만 감질나서 죽을 지경이다.
어느 허풍쟁이의 말장난에 놀아나 후다닥 밖으로 뛰쳐나갔지만
달은커녕 시커먼 구름들만 유유히 흐른다.
그러다가 그냥..밖으로 나갔는데 드뎌 달이 모습을 보여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 모든 사람들을 나오게 했다. 역시나 환호하는 사람들..
그 찰나를 놓칠새라 두 손모아 중얼중얼 소원을 비는 사람들을 남겨두고
달은 또 그렇게 숨어버린다. 순간, 왜그랬는지 가슴이 먹먹하여..
하많은 사람들의 바램을 담느라 정월의 달이 그리도 큰가보다.

<제 2일 20030216 함께하는 즐거움>
07:45 벽소령 나서다
1차 목적지는 세석. 잠시 쉴 생각도 없이 그냥 지나치기만 할테다.
여서부터 장터목까지는 걷기가 좋다. 길도 잘 나있고.
능선을 따라 역시나 좇고 있는 봉우리 하나 <반야봉>.
처음인 것 같다 반야봉을 계속 보며 걷기는.
매번 보였을 것인데도 관심밖이었던지 특정 장소에서의 모습만 기억할 뿐.
몇 번인가 갔는데도 그득한 가스만 보았더랬다. 운해가 죽인다는데..
숨막히는 계단들을 보니 세석이 가까워져 오는 것 같다.
계획대로 지나치려는데 좀 아쉬워 서서 숨고르기를 하며 산장을 박는다 찰칵~
한참을 걷다가 멋들어진 고사목을 보고 당연 걷기를 멈춰 감탄에 감탄을 한다.
이 고사목은,많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추억으로 남겨져있는 훌륭한 모델이다.
세석에서 장터목으로 가본 사람은 한번쯤 비스듬히 기대어 찍어 본 경험이 있을게다.

저게 뭐더라..하고 있는데 이제야 생각난다 <일출봉>.
이제 정말 다 왔다. 30분정도만 가면 장터목. 갑자기 배가 고파 못 견디겠다.
물로 갈증만 가시게 하고 비척비척 삐끄덕 하며 걷는다.

11:55 장터목
일요일 오전인데 산장 중앙홀에 널부러져 자는 사람들이 많다.
쉬며 밥을 먹고 잠시 얘길 하고 이번엔 혼자가 아닌 여섯이다.

14:10 중산마을로 가는 길
1km가 넘게 어설프게 녹는 눈길여서 미끄럽기 그지이를데 없다 한다.
하..다리에 또 쥐가 나겠구만..
그런 나를 보란듯이 죽죽 미끄럼타며 즐겨가는 한 여자.
난 무서워 죽겠고만 뭐가 그리 재밌는지 모두에게 한 번 해보라한다.
그러한 잠시, 발이 미끄러짐과 동시에 30m정도를 쭈욱~ 내려간다 앉아서.
첨엔 놀랐는데 재밌어 깔깔대고 웃는다. 비니루가 생각난다.
역시나 뒤를 돌며 멀리 능선을 본다. 아쉬우면서도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는건..

나를 제외한 다섯이 대구사람들. 그래, 말이 너무 재밌다.
같은 얘긴대도 어쩜그리 재미난지..배꼽이 제대로 붙어있는 게 용타 증말.
"니그들 서울말 할 줄 아나??"
"그럼요, 이거 드세.."
"댓다, 고마차라!!"
웃으려고 한 얘기지만 푸하하
또, 성질에 못 이겨 꿍시렁이던 누가 발목을 다쳐 아파 죽겠다는대도
"니, 연기 잘 하네?! 근데, 어색하데이~"

이렇게 슬슬 걷기는 처음이다. 싫지않다.
또 입안을 도는 노래 하나..'~소리없이녹아내려자취없어라..'
우격다짐 일것만 같은 사람이 외려 따슷함을 알고는 새삼 놀란다.
그래,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 얼나마 많은 잘 못 된 생각을 하고 있는지..

16:40 중산매표소/하산완료
해가 지는 하늘은 보니 맑다. 어쩜 어제 못 본 달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푸짐한 상앞에 앉으니 달은 생각도 안 난다. 하이고 맛나다..
배가 차올라 밖을보니 어!! 달떳네?! 달빛에 가려 별은 없다.
촌시럽게 후다닥 나가 한참을 올려보고 나도 중얼중얼 소원을 빈다.
무슨 병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또 먹먹해지는지..
자리로 돌아가려는데 아주머니들께서 손 모아 부비며 애절한 몸짓을 하신다 꾸벅..


# 산행을 마치며..
작년 겨울이 올 즈음부터 시작되어 잦아진 혼자 걷는 연습은
스스로에게 끝없이 부어대는 질문들로 버겁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론 많이 생각하고 날 바꿀 수 있게 되어
내가 알지 못 하던 또 다른 나를 알아가는 시작을 열어주었다.
헌데, 내가 내안에서 허우적이는 동안 함께하는 즐거움을 잊고 있었다 잠시..
그래, 더불어 산다 하는가보다. 여럿이 함께..
짧은 만남 긴 여운이 있었던 정말 즐거운 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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