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일 (일출,하산길)
결국 어제밤도 뒤척거리다 깜박 잠든것 같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니 모두들 출발 준비다.
01:30분이다. 애구 부지런도 하셔라.. 평소에도 좀 그리 부지런 좀 해보지.
배낭꾸려 메고 나오다 보니 복도, 구석할 것 없이 자리만 있으면 모두들 잠을 자고 있다.
밖으로 나와 보니, 안에서 끼어 자는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다.
식탁 밑, 취사장 할 것없이 새우잠 자느라...
집에서 편이들 자지 뭔 사서 고생이람..
날씨는 생각보다 그리 춥진 않다. 춥다고 옷 잔뜩 가져 왔는디.
코끗을 스치는 새벽바람도, 손에 닿을 듯하게 떠있는 하늘의 별들도
모두다 정겹기만 하다.
코펠바닥에 묻어 있는 밥풀때기 몇 알에다 물 붓고 끓여, 한 숫갈씩 나눠 먹고.
있는 커피 몽땅 집어 넣고 팍팍 끓어, 무슨 보약이나 되는듯 사이 좋게 나누어 먹는다.
아직 비몽사몽이다. 그래도 어쩌나 천왕봉에서 일출 보려면 출발해야지.
02:40 출발이다.
칠흙같이 어두운데 돌밭을 후레쉬 하나에 의지하고,
무슨 돈이라도 주을 일 있나 머리는 땅에다 쳐박고서 꼬리를 물고 걷는다.
길이 좀 험난하다.
아니 근데 이게 왠 지랄..
한 20분이나 지났나 했더니 휘레쉬 불이 흐릿해지기 시작한다.
아~이ㅆ 어제 산장에서 건전지 하나 사 두는건데. 그래도 오늘까진 버틸 줄 알았는디..
어쩌랴. 이미 때는 늦었는디 (여러분, 배낭이 쪼매 무겁더라도 여분은 꼭 챙겨야 험니다.)
앞에서 뒤에서 비춰주는 불빛에 의지하자니 신경이 곤두선다.
길바닥의 돌덩어리들은 정렬할 줄도 모르나 다들 지 맴대로다.
선 놈, 누운 놈, 비스듬한 놈, 뒤집어진 놈..
걷다가 네 발로 기다가... 이게 뭔 짓이랴.
쩝, 집에 있으면 따끈한 침대속에서 꿈나라 헤맬 시간인디...
오메! 드뎌 일터졌네.
지난 겨울 산행에서 다친 오른쪽 도가니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쩔~뚝 쩔~뚝, 대장 배낭에 꼿여 있는 스틱(실은 대열에서 처지는 사람 때린다고
가져온것이란다. 윗~기고 있네, 이 나이에 그걸로 얻어 맏게) 뽑아들고
스틱에 의지하기로 했다. 힘이 배는 더드는것 같다.
그 와중에도 5초 예고 제, 깨~쓰. 뿡. ㅎㅎ
뒤 사람 누군지 몰라도 코 썩것구~먼.
아! 어제 그 냄새. 그런 냄새가 나는 나무가 있단다. - 지리산 관리공단 아찌의 말씀이랍니다.
03:55 연하봉이다
왼쪽 저 아래 불 무더기가 보인다.
청학동인가?
댕기묵고 사는 동네에 전기가 들어 오냐?
저 앞에 장터목산장의 불빛이 보인다. 대충 다 와 가나보다.
04:15 장터목 도착.
이곳에 도착하니 천왕봉 오르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일부는 벌써 오르고들 있다.
일렬도 이어지는 휘레쉬불도 볼만 허구 먼.
적당한곳 찾아서 배낭들 쌓아놓고(천왕봉 갔다 내려올껑게),
담배 한 개피 피워 물고.. (이노메 담배, 피고나면 숨이 더 헥헥 거리는데 뭬가 조타고.. )
무릅팍에 맨소래담 쳐 발라보지만, 좀 힘이든다.
04:35 청왕봉으로 추~울발.
깍아 지른듯한 계단길은 쩔둑 쩔둑, 애~고 힘들어.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니 하늘로 통한다는 통천문이다. 좁다란 바위틈을 지나
05:45 천왕봉(1,915.4M) 정상에 올라왔다.
사방은 아직 어둠이지만, 이미와서 자리잡고 있는 사람들이 5~60명은 족히되는것 같다.
바람이 속살까지 파고 드는것 같다.
장난이 아니구먼....
적당한 자리 찾아 엉덩이 걸치니 대빵이 바위 건너편에 좋은 장소 있다고
따라 오란다. (대빵은 올 여름에 한 번 다녀 감. 긍께 대빵이지)
최고 정상에 올랐다 생각하니 맥이 쭉 빠져 만사가 귀찮다.
안 따라온다고 때빵이 신갱질이다.
이 ㅆ, 사람 죽는줄도 모르고.
앞이 팍 트인곳에 자리잡고 정상주라고 쐬주가 한 순배씩 돈다.
새벽 6시부터 술 퍼먹냐? 주당들.. 지금까지 먹은 술이 얼마큼인디.
모두들 일출 기다리며 엎드려 절하는 분, 염주 돌리는 분. 비나이다 비나이다.
그 중에 젤 부러운 사람이 보인다.
배낭을 베개 삼아 침낭 속에서 일출 기다리는 분. 존경합니다. 부럽습니다. 나도 담에 저리 해야지. ㅎㅎ
주머니속 뒤져 쵸코바 하나 먹고, 쐬주 한잔 하고 나니, 힘이 좀 생기는 것 같다.
먼동은 터 오는데 아직 해는 나오질 않는다.
졸음이 쏟아진다. 눈을 감아보지만 살속까지 파고드는 찬 기운에 멍하기만 하다.
웅성거리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구름속에서 빠알~간 해가 솟는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번 볼 수 있다는 지리산의 일출이다.
내가 차카게 살았나 보나. 누군가는 일곱번을 올랐는데도 한번도 못봤다 카던데.
오~ 주여 감사함네다..
후담이지만 내가 차카게 산게 아니고 일행들이 차케서 나는 덤으로 일출을 보게 되었단다.
허~ 참. 아닌디.....
고등학교 수학 여행때 동해 낙산해수욕장에서 일출을 보았는데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일출은 장관이었는데.. 그건만 못 한것 같다.
올 여름에 낙산에서 그걸 다시 보겠다고 여인네 둘(투 박이다)과 매취순 10병을 들이키면서
홍알홍알 하면서 밤을 꼴까닥 했는데 결국 못 보고 말았는디... ㅋㅋ
예수님. 부처님. 지리산 산 신령님.
내 소원은 거시기하고 거시기입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나 둘씩 자리를 뜬다.
우리도 다시 장터목으로 내려왔다.
있는 라면 톨톨털어 두개의 코펠에다..
이~ㅆ 아침 식사로 라면 먹기는 나의 생에 기억이 없는것 가튼디...
라면도 먹는 둥 마는 둥, 대빵 또 설쳐댄다. (콱 ~ 기냥..)
화장실도 안가고, 식후 연초도 안했는 디..
08:05 백무동으로 하산이다.
하산길도 만만치 않은디, 우리에 대빵 지난 여름에 하산길에서 고생 좀 했다고 겁을 준다.
아시는분은 알겠지만 산에선 오르는것 보다 내려오는게 좀 신경쓰인다.
등산화가 불편하면 더 그렇다.
나도 예전에 장거리 산행만 하면 꼭 엄지발톱이 까맣게 죽는다. (비밀, 아직도 내 엄지발톱은 기래서 기형이다)
쩔뚝 거리며 뒤쳐지는 내가 불쌍했던지 중간중간 휴식을 마~니 가졌다.
어이! 선등. 바위 나오면 쉬어...
넓직한 돌에 앉아 있는 총무한데, 그게 바위냐 모래지.. 대장 말쌈에 반항이~여.
자기네 옌볜에선 그 정도는 모래라 칸다 (반장님 언제 이민 가셨 슈?)
오늘이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올라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올라 오시는 분, 부러운듯이 쳐다보며, 같이 땀 한번 훔치고 얼마나 올라가야 돼요?
쫌만 가면 돼~요.. (참고 : 산에서 저리하는 말 믿었다간 망한다)
10:20 물소리도 들리고, 농작물들도 보이는게 다 내려 왔나 보다.
대빵, 총무 열쒸미 앞 질러가 차표도 알아보고, 멧돼지 구이 사준다고 식당도 알아보고.. (고맙승당)
차는 13:30에 동서울(18,800원)로 가는게 있단다.
기럼 이젠 샤~워도 좀 하고, 배도 채워야지.
대빵께서 지난여름에 멧돼지 구이를 맛있게 먹은 집이 있다하여 찾아갔더니
주인장도 아니 보이고 강아지만 늘어지게 자고 있다 (개팔자가 부럽다~)
적당한 집 골라잡아 은어회 한접시 시켜 놓고 씻을 곳을 찾는다.
이곳은 지리산 계곡물을 파이프로 연결하여 식당 뒷켠에다 움막으로 샤워장을 만들어 놓았다.
식당 아줌씨 물이 차겁다고 무쇠솥에 끓인 더운물 한 동이 퍼주신다. 자상도 하셔라..
적당히 섞어 짜~악 뿌리니, 날아갈 것 갔다.
으~음. 이 기분이야...
몰 상식한 우리 대원 중 몇(누구라 말 못함)은 아래 계곡에서 수영도 했단다.
자연보호도 모르~냐.. (실은 부러웠~따.)
에궁. 머리행님. 배낭속에 몇일전에 산 나이커 신발까지 넣어 와서 갈아 신는다.
건전지 하나도 안 가져와 도가니 절단 났는디... 대단도 하셔라. 죤~경
막걸리 한 사발 쭈~욱 들이키고, 초장 듬뿍 찍은 은어회 한 젓깔 우물 우물...
이기 뭔 맛이라냐~ 꿀 맛잉 겨.....
무사히 산행 마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생하셨습니다. 건~배. 하산주다..
한시반 동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몰려 오는 피곤함에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나보다.
잠깐 잔것 같은데 죽암휴게소다. 비가 오고 있었다.
지리산 날씨 열두번도 더 바뀐다는데, 오르기 전, 집에 오는 길에만 비가 오니..
난 복 받은 ㄴㅗㅁ인~겨.
오~잉, 게슴츠레 한눈으로 화장실 다녀오다 보니 버스가 출발하는 거 아닌가~
뭔 지~랄이랴. 난 안가지고 가냐...
그래도 기냥 가뿐다. 그 와중에도 '갈테면 가라지~' 유행가 가사가 머리에서 씽~
담배 한대 불지피고 정신차려서 어찌할고 고민하는데,
엥~ 차가 저기 있는거 아닌감. 뭐에 홀렸나?
버스에 올라서서 일행에게 그 야그를 했더니 비시시 웃는다.
똑 같은 지리산 고속이 두대 있었단다.... 근디 그게 먼저 와 있었데나 어쩐데나..
부슬부슬 내리는 비와 어둠이 하모니를 맞추는 가운데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했다.
시계는 여섯시를 넘어서고 있다.
왠지 기냥 헤어지기가 섭하다.
먼가 또 껀수를 만들어야 하는디.
음 이름하여 "해단식".
터미널 식당에 들러 뼈다귀감자탕 끌여가며, 우거지 추가~요.
쐬주 몇병 해치우고 집으로 찢어졌다.
대빵, 총무, 강력반장, 에어메리, 머리성 모두들 고생 마~니 하셨슴~당.
조~은 추억으로 간직 하세용.
무거운 몸을 지하철 의자에 으지하곤 눈을 감아본다.
꿈 같은 시간이였다. 항상 산에 오를 때마다 내려올 산을 뭬 이리 힘들게
올라 가나 하면서도 또 다시 오르는 산이지만.
역시 이 맛인가 보다.
건강 증진은 말 할것도 없겠지만
나를 돌아 볼 수 있고, 나의 의지력를 시험해 볼 수도 있고..
넉넉히 품어 주는 대 자연과 천연의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다음에 또 찾아가도 지리산은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 주고 있겠지...
지리산! 내가 꼭 다시 갈겅께 그때까지 몸 성히 안녕히 계시~쇼.
여~러분, 기회 만들어 꼬~옥 한번 가보세요.
결국 어제밤도 뒤척거리다 깜박 잠든것 같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니 모두들 출발 준비다.
01:30분이다. 애구 부지런도 하셔라.. 평소에도 좀 그리 부지런 좀 해보지.
배낭꾸려 메고 나오다 보니 복도, 구석할 것 없이 자리만 있으면 모두들 잠을 자고 있다.
밖으로 나와 보니, 안에서 끼어 자는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다.
식탁 밑, 취사장 할 것없이 새우잠 자느라...
집에서 편이들 자지 뭔 사서 고생이람..
날씨는 생각보다 그리 춥진 않다. 춥다고 옷 잔뜩 가져 왔는디.
코끗을 스치는 새벽바람도, 손에 닿을 듯하게 떠있는 하늘의 별들도
모두다 정겹기만 하다.
코펠바닥에 묻어 있는 밥풀때기 몇 알에다 물 붓고 끓여, 한 숫갈씩 나눠 먹고.
있는 커피 몽땅 집어 넣고 팍팍 끓어, 무슨 보약이나 되는듯 사이 좋게 나누어 먹는다.
아직 비몽사몽이다. 그래도 어쩌나 천왕봉에서 일출 보려면 출발해야지.
02:40 출발이다.
칠흙같이 어두운데 돌밭을 후레쉬 하나에 의지하고,
무슨 돈이라도 주을 일 있나 머리는 땅에다 쳐박고서 꼬리를 물고 걷는다.
길이 좀 험난하다.
아니 근데 이게 왠 지랄..
한 20분이나 지났나 했더니 휘레쉬 불이 흐릿해지기 시작한다.
아~이ㅆ 어제 산장에서 건전지 하나 사 두는건데. 그래도 오늘까진 버틸 줄 알았는디..
어쩌랴. 이미 때는 늦었는디 (여러분, 배낭이 쪼매 무겁더라도 여분은 꼭 챙겨야 험니다.)
앞에서 뒤에서 비춰주는 불빛에 의지하자니 신경이 곤두선다.
길바닥의 돌덩어리들은 정렬할 줄도 모르나 다들 지 맴대로다.
선 놈, 누운 놈, 비스듬한 놈, 뒤집어진 놈..
걷다가 네 발로 기다가... 이게 뭔 짓이랴.
쩝, 집에 있으면 따끈한 침대속에서 꿈나라 헤맬 시간인디...
오메! 드뎌 일터졌네.
지난 겨울 산행에서 다친 오른쪽 도가니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쩔~뚝 쩔~뚝, 대장 배낭에 꼿여 있는 스틱(실은 대열에서 처지는 사람 때린다고
가져온것이란다. 윗~기고 있네, 이 나이에 그걸로 얻어 맏게) 뽑아들고
스틱에 의지하기로 했다. 힘이 배는 더드는것 같다.
그 와중에도 5초 예고 제, 깨~쓰. 뿡. ㅎㅎ
뒤 사람 누군지 몰라도 코 썩것구~먼.
아! 어제 그 냄새. 그런 냄새가 나는 나무가 있단다. - 지리산 관리공단 아찌의 말씀이랍니다.
03:55 연하봉이다
왼쪽 저 아래 불 무더기가 보인다.
청학동인가?
댕기묵고 사는 동네에 전기가 들어 오냐?
저 앞에 장터목산장의 불빛이 보인다. 대충 다 와 가나보다.
04:15 장터목 도착.
이곳에 도착하니 천왕봉 오르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일부는 벌써 오르고들 있다.
일렬도 이어지는 휘레쉬불도 볼만 허구 먼.
적당한곳 찾아서 배낭들 쌓아놓고(천왕봉 갔다 내려올껑게),
담배 한 개피 피워 물고.. (이노메 담배, 피고나면 숨이 더 헥헥 거리는데 뭬가 조타고.. )
무릅팍에 맨소래담 쳐 발라보지만, 좀 힘이든다.
04:35 청왕봉으로 추~울발.
깍아 지른듯한 계단길은 쩔둑 쩔둑, 애~고 힘들어.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니 하늘로 통한다는 통천문이다. 좁다란 바위틈을 지나
05:45 천왕봉(1,915.4M) 정상에 올라왔다.
사방은 아직 어둠이지만, 이미와서 자리잡고 있는 사람들이 5~60명은 족히되는것 같다.
바람이 속살까지 파고 드는것 같다.
장난이 아니구먼....
적당한 자리 찾아 엉덩이 걸치니 대빵이 바위 건너편에 좋은 장소 있다고
따라 오란다. (대빵은 올 여름에 한 번 다녀 감. 긍께 대빵이지)
최고 정상에 올랐다 생각하니 맥이 쭉 빠져 만사가 귀찮다.
안 따라온다고 때빵이 신갱질이다.
이 ㅆ, 사람 죽는줄도 모르고.
앞이 팍 트인곳에 자리잡고 정상주라고 쐬주가 한 순배씩 돈다.
새벽 6시부터 술 퍼먹냐? 주당들.. 지금까지 먹은 술이 얼마큼인디.
모두들 일출 기다리며 엎드려 절하는 분, 염주 돌리는 분. 비나이다 비나이다.
그 중에 젤 부러운 사람이 보인다.
배낭을 베개 삼아 침낭 속에서 일출 기다리는 분. 존경합니다. 부럽습니다. 나도 담에 저리 해야지. ㅎㅎ
주머니속 뒤져 쵸코바 하나 먹고, 쐬주 한잔 하고 나니, 힘이 좀 생기는 것 같다.
먼동은 터 오는데 아직 해는 나오질 않는다.
졸음이 쏟아진다. 눈을 감아보지만 살속까지 파고드는 찬 기운에 멍하기만 하다.
웅성거리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구름속에서 빠알~간 해가 솟는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번 볼 수 있다는 지리산의 일출이다.
내가 차카게 살았나 보나. 누군가는 일곱번을 올랐는데도 한번도 못봤다 카던데.
오~ 주여 감사함네다..
후담이지만 내가 차카게 산게 아니고 일행들이 차케서 나는 덤으로 일출을 보게 되었단다.
허~ 참. 아닌디.....
고등학교 수학 여행때 동해 낙산해수욕장에서 일출을 보았는데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일출은 장관이었는데.. 그건만 못 한것 같다.
올 여름에 낙산에서 그걸 다시 보겠다고 여인네 둘(투 박이다)과 매취순 10병을 들이키면서
홍알홍알 하면서 밤을 꼴까닥 했는데 결국 못 보고 말았는디... ㅋㅋ
예수님. 부처님. 지리산 산 신령님.
내 소원은 거시기하고 거시기입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나 둘씩 자리를 뜬다.
우리도 다시 장터목으로 내려왔다.
있는 라면 톨톨털어 두개의 코펠에다..
이~ㅆ 아침 식사로 라면 먹기는 나의 생에 기억이 없는것 가튼디...
라면도 먹는 둥 마는 둥, 대빵 또 설쳐댄다. (콱 ~ 기냥..)
화장실도 안가고, 식후 연초도 안했는 디..
08:05 백무동으로 하산이다.
하산길도 만만치 않은디, 우리에 대빵 지난 여름에 하산길에서 고생 좀 했다고 겁을 준다.
아시는분은 알겠지만 산에선 오르는것 보다 내려오는게 좀 신경쓰인다.
등산화가 불편하면 더 그렇다.
나도 예전에 장거리 산행만 하면 꼭 엄지발톱이 까맣게 죽는다. (비밀, 아직도 내 엄지발톱은 기래서 기형이다)
쩔뚝 거리며 뒤쳐지는 내가 불쌍했던지 중간중간 휴식을 마~니 가졌다.
어이! 선등. 바위 나오면 쉬어...
넓직한 돌에 앉아 있는 총무한데, 그게 바위냐 모래지.. 대장 말쌈에 반항이~여.
자기네 옌볜에선 그 정도는 모래라 칸다 (반장님 언제 이민 가셨 슈?)
오늘이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올라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올라 오시는 분, 부러운듯이 쳐다보며, 같이 땀 한번 훔치고 얼마나 올라가야 돼요?
쫌만 가면 돼~요.. (참고 : 산에서 저리하는 말 믿었다간 망한다)
10:20 물소리도 들리고, 농작물들도 보이는게 다 내려 왔나 보다.
대빵, 총무 열쒸미 앞 질러가 차표도 알아보고, 멧돼지 구이 사준다고 식당도 알아보고.. (고맙승당)
차는 13:30에 동서울(18,800원)로 가는게 있단다.
기럼 이젠 샤~워도 좀 하고, 배도 채워야지.
대빵께서 지난여름에 멧돼지 구이를 맛있게 먹은 집이 있다하여 찾아갔더니
주인장도 아니 보이고 강아지만 늘어지게 자고 있다 (개팔자가 부럽다~)
적당한 집 골라잡아 은어회 한접시 시켜 놓고 씻을 곳을 찾는다.
이곳은 지리산 계곡물을 파이프로 연결하여 식당 뒷켠에다 움막으로 샤워장을 만들어 놓았다.
식당 아줌씨 물이 차겁다고 무쇠솥에 끓인 더운물 한 동이 퍼주신다. 자상도 하셔라..
적당히 섞어 짜~악 뿌리니, 날아갈 것 갔다.
으~음. 이 기분이야...
몰 상식한 우리 대원 중 몇(누구라 말 못함)은 아래 계곡에서 수영도 했단다.
자연보호도 모르~냐.. (실은 부러웠~따.)
에궁. 머리행님. 배낭속에 몇일전에 산 나이커 신발까지 넣어 와서 갈아 신는다.
건전지 하나도 안 가져와 도가니 절단 났는디... 대단도 하셔라. 죤~경
막걸리 한 사발 쭈~욱 들이키고, 초장 듬뿍 찍은 은어회 한 젓깔 우물 우물...
이기 뭔 맛이라냐~ 꿀 맛잉 겨.....
무사히 산행 마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생하셨습니다. 건~배. 하산주다..
한시반 동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몰려 오는 피곤함에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나보다.
잠깐 잔것 같은데 죽암휴게소다. 비가 오고 있었다.
지리산 날씨 열두번도 더 바뀐다는데, 오르기 전, 집에 오는 길에만 비가 오니..
난 복 받은 ㄴㅗㅁ인~겨.
오~잉, 게슴츠레 한눈으로 화장실 다녀오다 보니 버스가 출발하는 거 아닌가~
뭔 지~랄이랴. 난 안가지고 가냐...
그래도 기냥 가뿐다. 그 와중에도 '갈테면 가라지~' 유행가 가사가 머리에서 씽~
담배 한대 불지피고 정신차려서 어찌할고 고민하는데,
엥~ 차가 저기 있는거 아닌감. 뭐에 홀렸나?
버스에 올라서서 일행에게 그 야그를 했더니 비시시 웃는다.
똑 같은 지리산 고속이 두대 있었단다.... 근디 그게 먼저 와 있었데나 어쩐데나..
부슬부슬 내리는 비와 어둠이 하모니를 맞추는 가운데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했다.
시계는 여섯시를 넘어서고 있다.
왠지 기냥 헤어지기가 섭하다.
먼가 또 껀수를 만들어야 하는디.
음 이름하여 "해단식".
터미널 식당에 들러 뼈다귀감자탕 끌여가며, 우거지 추가~요.
쐬주 몇병 해치우고 집으로 찢어졌다.
대빵, 총무, 강력반장, 에어메리, 머리성 모두들 고생 마~니 하셨슴~당.
조~은 추억으로 간직 하세용.
무거운 몸을 지하철 의자에 으지하곤 눈을 감아본다.
꿈 같은 시간이였다. 항상 산에 오를 때마다 내려올 산을 뭬 이리 힘들게
올라 가나 하면서도 또 다시 오르는 산이지만.
역시 이 맛인가 보다.
건강 증진은 말 할것도 없겠지만
나를 돌아 볼 수 있고, 나의 의지력를 시험해 볼 수도 있고..
넉넉히 품어 주는 대 자연과 천연의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다음에 또 찾아가도 지리산은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 주고 있겠지...
지리산! 내가 꼭 다시 갈겅께 그때까지 몸 성히 안녕히 계시~쇼.
여~러분, 기회 만들어 꼬~옥 한번 가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