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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5403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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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산박씨 집성촌, 몽심재가 있는 남원 수지면 내호곡 마을 앞 공터.
이곳에서 협률사(協律社)의 창극 공연이 열린 것이 이화중선에게는 바로 운명적인 사건이 된 것이지요.
소리의 재능을 타고난 그녀는 명창 송만갑이 이끄는 창극 무대를 지켜보는 사이 자신이 더 이상 이 마을에서 바보 같은 남편의 후처로 평생을 마감할 수 없음을 절감한 것입니다.

이화중선은 그래도 양반 가문인 시댁의 명예 문제 등으로 몇날 며칠 밤을 고민했다고 합니다.
시댁과 남편 뒷바라지를 위해 용암처럼 분출하는 소리에의 욕구를 접을 것인가, 아니면 두 눈 딱 감고 집을 뛰쳐나갈 것인가?
그녀는 결국 소리를 선택, 가출을 하게 됩니다.
소리를 찾아 남편과 가문과 체면도 훌훌 벗어던져버린 것이지요.

시댁에서 가출한 이화중선은 남원으로 나와 소리 선생 장득주(張得周)에게 본격적으로 소리 공부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 그녀의 아주 놀라운 면모를 보게 됩니다.
그녀는 장득주에게 소리를 배우고자 그의 동생 장혁주를 유혹하여 결혼을 한 거예요.
그래서 그녀는 시숙이 된 장득주로부터 '춘향가', '심청가', '홍보가' 세 마당을 배웠으니,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요.

소리선생 장득주에게 소리를 배우고난 이화중선은 곧 장혁주와 인연을 끊고 헤어졌답니다.
그녀는 소리의 길에서 마주치는 어떤 장벽도 돌파했고, 인연의 끈이나 도덕과 윤리마저 가차없이 허물어뜨린 것이에요.
그것을 탓해야 할까요? ...아니지요, 그녀의 그 불같은 집념이 없었다면 우리는 명창 이화중선을 만나지 못했을 테니까요.

이화중선은 장득주에게 소리 공부를 한 뒤 또다른 선생을 찾습니다.
송만갑, 이동백, 유성준 등에게 계속 소리를 배움으로써 여류명창으로 발돋움을 하게 되었답니다.
근대의 가왕 송만갑에게 노래 공부를 할 때 그녀는 운봉 화수리 비전마을 동편제 탯자리를 들락거렸을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운봉이 아니라 서울로 가서 송만갑에게 사사했다는 이설이 있기도 합니다.

이화중선이 시집에서 뛰쳐나와 노래를 배운 곳은 순창군 적성면 숲마을(林洞)로 소리 선생이 장덕진이라는 다른 주장도 있습니다.
적성면 사무소에 보관된 장덕진의 호적에 그녀가 첩으로 올라가 있다네요.
"이화중선이 이 곳에서 살면서 다른 무리들과 앞산을 돌며 북과 장구에 맞춰 소리를 했고, 마을 입구 꾸지나무에다 줄을 매고 그 패거리들이 줄타기를 하는 등 야단법석을 떨었다."
여든 살이 넘은 마을 노인들이 대여섯살 무렵의 기억을 증언한 것이랍니다.

그런데 이화중선이 살면서 소리를 익힌 적성명 임동마을은 풍수적으로 명창이 나올 명당 터라고 합니다.
한자음 그대로 숲마을인 임동은 세 뜸(뜸은 마을의 작은 단위)으로 이루어지는데, 마치 나무에 달라붙어 있는 매미 형상과 같다 하여 '매미터'라는 거에요.
여름 한철 마음껏 노래하고 사라지는 매미처럼 이 마을에는 소리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는 군요.

매미 그들은 오직 여름 한철만 열심히 노래합니다.
그리고 어딘가로 사라지는 것이지요.
매미터 명당을 찾는 소리꾼들도 마찬가지였다네요.
소리를 배우고 나가면 또 들어오고, 배워서 나가면 다시 들어오고...
이화중선도 그 매미 명당의 기운을 받고 날아간 숱한 매미 가운데 하나였다는 것입니다.

  • ?
    오 해 봉 2005.05.03 23:04
    이화중선님은 과연 불꽃같은 여인이네요,
    그암울한 시절에도 그산골에묻혀 바보 같은 남편의 후처로
    평생을 마치는것 보다는 장득주님같은 훌륭한 선생님을만나
    꾸준한 노력으로 한시대를 풍미하는 명창이 되었군요,
    아니땐 굴뚝에 연기가나냐등 과정이야 어찌되었던 산넘어남촌을
    그리워만 하지않고 그시절의 그런용기와 자기발전에 힘찬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 ?
    신후 2005.05.09 23:47
    저의 선친께서 생전에 천하절창 이화중선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하시면서
    그런 소리를 다시 한번 들을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셨는데...
    여산선생님이 써주신 '시대를 앞서간 자유인 이화중선'에 대한 탁월한 해설
    읽으니 감회 새롭고 후속편 기다려집니다.
  • ?
    야생마 2005.05.10 21:01
    운명은 타고나는가 봅니다.
    시대상황과 풍습, 사회현상으로 쉽진 않았겠지만
    주변여건이나 창극과의 운명적 만남, 명당의 배움터도 그렇고...
    소리가 좋아서 온몸 내던지며 불꽃같은 열정으로 삶을 개척해 갔지만
    글쎄요. 이화중선의 삶이 행복했을지 궁금합니다. 다음이야기를 기다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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