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위쪽은 적막감이 감도는 석문광장, 아래쪽은 새로 만든 쌍계사 진입도로 모습이다. 석문광장 입구에 있던 토산품 난전도 새 도로 쪽으로 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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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석문 앞에 타원형 공간을 둘러싸고 여러 채의 집들이 자리한다.
음식점, 찻집, 기념품 가게, 그리고 여관도 있다.
이 집들 사이로 꽤 넓은 공간이 펼쳐져 있는데, 사람들은 쌍계석문 앞에 있다고 하여 오래 전부터 ‘석문(石門)광장’으로 불러왔다.
이 석문광장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지리산 토산품을 파는 난전이 펼쳐져 있는 것도 물론이었다.
석문광장은 쌍계사를 찾는 이들이 반드시 거쳐가야만 하는 길이었다.
쌍계사에 들 때도, 쌍계사에서 나올 때도 이 광장과 석문을 통과해야만 했었다.
그러니까 석문광장은 쌍계사의 또다른 얼굴이었다.
고찰 쌍계사의 오랜 내력과 갖가지 사연들이 이곳에 또 하나의 풍경을 이루며 존재하는 것이었다.
석문광장은 아주 넓은 공간은 아니어서 ‘광장(廣場)’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쌍계사와 관련하여 넘쳐나는 사연과 대화들은 그 넓이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이 석문광장에 자리한 여관은 ‘백운장’과 ‘지리산 여관’ 두 곳이다.
아주 오래 전에 지은 건물이어서 시설은 요즘 모텔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빈약하다.
하지만 이곳에 담겨 있는 사연과 일화들은 산보다 더 높게 쌓여 가고는 했다.
오랜 연륜의 역사와 전통의 석문광장!
이 석문광장이 지금 참으로 믿기 어려운 현실과 맞닥뜨려 있다.
쌍계사로 드나드는 길이 따로 난 것이다. 석문광장을 통과하던 찻길은 석문 바로 뒤편을 아예 계단으로 쌓아 막아버렸다.
석문광장 일대의 땅은 모두 사찰 소유이다. 그러니 사찰로 드나드는 찻길을 막고 내는 것도 주인(사찰) 마음대로다.
자동차들만 새로 난 길로 가는 것이 아니다.
도보로 사찰을 찾는 이들도 새 길을 따라 들다보니 석문광장은 비켜 가게 된다.
석문광장의 토산품 난전도 새 길을 따라 옮겨갔다.
하지만 음식점과 찻집, 여관집들은 옮겨갈 수 없지 않은가.
사람의 발길이 뜸해진 석문광장에 적막감이 감돌 때가 많다.
어떻게 이럴 수가!
석문광장의 이 참담한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진입로를 넓히는 방법은 없었을까요?
반 만년 역사를 외치면서도 옛 것을 너무나 쉽게 벗어버리는 우리의
반 역사 의식과 개발 행태는 빨리 고쳐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