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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섬진나루>두레네사랑방

조회 수 44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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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화수님 글을 읽고..조선일보사이트를 뒤적거려 찿았어요
어찌나 뿌듯한지.......

패밀리] “산골로 이사온 뒤 오빠가 환해졌어요”  (2002.06.03)
  
▲사진설명 : 텃밭 농사 틈틈이 아이들의 놀이 친구가 되어주는 아빠는 두레(오른쪽 첫번째)와 이레 남매에게 이웃과 함께 사는 법을 가르쳐준다. /구례=김영근기자  
  
두레(13)와 이레(11) 남매는 섬진강변 ‘작은 학교’에 산다. 전남 구례군 토지면 송정리에 있는 송정분교가 이들의 집. 7년 전 폐교한 학교는 2000년 여름, ‘두레네 집’으로 문패를 바꿔달았다.

서울 토박이인 두레네가 이 산골까지 오게 된 것은 아빠 안윤근씨(41) 결정이었다. 출판사에 다니던 안씨는 “출근 길 숨막히는 지하철 전쟁에 진절머리가 나서” 귀농을 결심했다. 하지만 이레는 안다. 엄마 박윤주씨(41)도 동의해 온 가족이 피붙이 하나 없는 지리산 자락으로 이사를 온 것이 실은 두레 오빠 때문이란 걸.

두레는 자폐증을 앓고 있다. 세살 무렵엔 특수 교육 기관에도 다녔다. 하지만 1년도 안돼 안씨는 두레를 집으로 데려왔다. 특수아를 모아 놓은 울타리를 벗어나 다른 사람들, 보통 아이들과 부딪치며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다.

4살 때인가. 두레가 놀이터에서 아이들에게 흠씬 두들겨맞고 돌아온 날 안씨 부부는 이삿짐을 쌌다. 우선 생각난 곳이 경기도 화성 남양만에 있는 공동체마을. ‘더불어 산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지만, 까다롭다는 농사일을 몸으로 체득하며 자연에 고개를 숙이게 된 뜻깊은 시간이었다.

6년 간의 ‘수업’을 마치고 안씨부부는 독립을 결심했다. 전국으로 폐교된 학교를 찾아다니다 인연을 맺은 곳이 지리산 왕시루봉 자락의 송정분교. 지리산과 백운산이 앞뒤로 둘러있고 물 맑은 섬진강마저 유유히 흘러가는 산골마을은 심신의 고단함을 말끔히 씻어주었다.

“처음엔 폐허나 다름 없었죠. 유리창은 깨지고 운동장엔 풀이 허리에 닿게 자라 있더군요,’전기까지 끊겨서 첫 일주일은 촛불켜고 살았다. 안씨 부부는 세낸 학교를 열심히 새단장했다. 교실 3칸은 서재와 손님 방으로 꾸미고, 숙직실로 쓰던 5평짜리 공간에 작은 부엌을 달아 살림집으로 만들었다.

공동체 생활 시절부터 생태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안씨는, 소문듣고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늘어나자 지난해 가을부터 ‘토지자연학교’라는 자연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똥이 곧 밥이죠.” 그 진리를 알기 위해 이 집 화장실은 재래식 그대로다. 두레네 집 말고도 된장 담그는 집, 천연염색하는 집, 매실주 만드는 집 등 자연과 더불어 사는 주변의 산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아내 박윤주씨(41)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품을 팔러 다닌다. 차잎 따기로 시작해 매실 따기, 모 심기, 밤 따기 등 1년 내 쉬는 날이 별로 없다. 땀 흘리며 수고하는 방법으로 살며 이웃과 정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 서울내기가 이제 숯검댕이 촌아낙이 됐다.

초등학교 6학년인 두레와 5학년인 이레는 전교생 80명인 토지초등학교 학생이다. 한학년에 한반. 수영장도 있고 컴퓨터도 있는, 어느 학교 부럽지 않다. 뭣보다 시골아이들은 두레를 놀리지 않는다. 엉뚱한 말을 해도 그냥 웃어주고, 오히려 두레의 비상한 기억력과 그림 솜씨를 칭찬해준다.

늘 오빠부터 챙기는 이레는 똑똑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그러나 읍내 학원에는 다니지 않는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멋진 삶을 살 수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아빠 때문이다. “두레오빠 고쳐주는 의사가 되려면 대학에 가야 한다”고 이레가 우겨도, “학교수업만으로 충분하다”고 못박는 고집 센 아빠다.

집 옆으로 흐르는 한수천 덕에 아이들의 방과후는 심심하지 않다. 된장밥을 달아 낚시를 하고, 아빠가 소나무 껍질로 만들어준 뗏목으로 뱃놀이를 한다. 산과 강이 온통 주홍빛으로 물드는 저녁이면 경운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엄마를 마중하러 한길로 나선다. 엄마가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매실을 따고 받는 돈이 3만원. 곧 있으면 서울로 수학여행을 가는데 그 비용이 자그만치 7만원이어서 요즘 잠이 오지 않는 이레다.

마을에서 제일 큰 집에서 가장 가난하게 살고 있는 두레네 식구. 하지만 “뭐 먹고 사느냐”는 이방인들의 질문에 “굶지는 않아요” 하고 천연덕스레 대답하는 두레와 이레. 제아무리 월드컵이라 해도 막걸리 한사발에 묵은 김치 안주 삼아 부르는 소리 한자락만 못하다고 믿는 지리산 사람들 품 안 에서 남을 위하는 법, 자연과 생명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김윤덕기자 sio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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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인장.. 2002.06.06 00:43
    참...오랫만에 뵙는것 같으네요...저만 살짝이 아는분...기사 잘 봤네요...행복하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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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수니 2002.06.07 14:31
    ㅎㅎ 저희 결혼하거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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