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3500미터가 넘어서면 점차 신의 영역으로 들어가는걸 느낍니다.
지형의 황량함과 특이함, 신비로움도 들구요.
양쪽 협곡으론 최근 비가 많이 와서인지 폭포가 도열하듯 늘어서 있습니다.
반대편 폭포들은 아주 멀어서 실오라기처럼 굽어져 하늘거립니다.
낙하지점을 잃고 허공에 뜬 폭포수들은 마치 살풀이 춤이라도 추는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또다시 모여서 굽이굽이 무디콜라 강줄기로 떨어지지요.
야생화도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랑탕에선 군데군데 몇송이 피던것이 많이도 피어 있습니다.
천상의 화원을 지나 신을 만나러 가는동안 그저 계속 꿈꾸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고 이끌리듯 숙명처럼 끌려간듯 합니다.
유유히 히말라야의 매 한마리가 낯선이를 맞는 어떤 의식을 펼치듯
허공에 펼쳐지면 신비감이 더욱 강해지구요.
모두 가이드를 동반하고 홀로 온 잉글랜드 여인, 일본 젊은친구
그리고, 나까지 그게 그날밤 롯지의 전부였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나누고 잠시 크게 웃기도 했지만 그날저녁 분위기는
엄숙한 정적속에 마차푸차레를 바라보는 시간이 많았어요.
서로 다른 삶속에 조금은 다른 의미로 이곳까지 왔겠지만
그 순간의 서로의 느낌은 크게 다르지 않았겠지요.
새벽이 열리고 엄숙한 신의 얼굴을 봅니다.
끝없이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며 속죄하고 한편으론 자비를 구하고...
안나푸르나 제1봉에 오렌지색으로 서서히 신의 음성이 들립니다.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들어요.
부끄러운 나의 나약함이 그 순간만은 푸근하게 어루만져 지는것 같습니다.
신의 은총이 느껴지는듯...힘을 느끼듯 강한기운을 느낍니다.
인간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는 신이 살고있다는 마차푸차레.
지리산의 산신께서도 잠시 저곳에서 쉬고 계시려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보는 마차푸차레는
정말 신의 형상같아 보였습니다.
물고기꼬리는...정말 당치도 않지요. 매의 부리라면 괜찮겠지만...
내려가던중 아쉬움에 뒤를 돌아다보면 안나푸르나 사우스가
천상의 꽃밭위의 베이스캠프 뒤에서 배웅을 해줍니다.
그들은 결코 동정의 대상이 아닙니다. 제가 얻은게 더 많아요.
물질적으로야 많이 부족하고 나눠야겠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지요.
안나푸르나 산골마을 사람들 모두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랍니다.
등산화도 포터아저씨 드렸고 당분간은 트레킹은 못하겠네요.
내일이 주말인가요? 이곳은 내일이 휴일입니다. 토요일이요.
안나푸르나에서 돌아오던 날 더위를 먹어서 힘들었고
계속 비도 오지않는 더위가 계속 되어서 조금 고생했습니다.
내려오자마자 쾌적하고 쌀쌀한 기운이 돌던 안나푸르나 산중이
그리워지는 상황을 맞게 되었지요.
덥다덥다 호들갑 떠는 사람은 저밖에 없더군요.
네팔리들은 더운갑다 하면서 의연한데...물론 여기 사는 사람들이니...
그제 많은비가 내렸고 어제도 시원한 바람과 비가 조금 내렸습니다.
저는 너무 좋아서 네팔리들처럼 맨발로 옥상으로 마당으로 뛰어다니다
그만 계단에서 미끄러 넘어졌는데 다행히 통증만 조금 있을 뿐입니다.
암튼, 아프면서도 많이 웃었습니다.
어젠 수박 조그만거 두 통 우리돈 1000원정도에 사서 간단하게
화채를 만들었어요. 네팔리 친구부부, 아이들 너무 좋아하더군요.
페와호수에선 장어가 많이 나오는데 이걸 어떻게 요리해야할지
고민중에 있습니다. 고추장, 간장도 없을터인데...
좋은 아이디어 있으신 분 가르쳐 주시길 바랍니다.
트레킹 정리하다보면 시간이 많이 드는데 레이크사이드는 관광지역이라
무척 비싸요.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오면 반에 반값입니다.
시내구경도 하면서 한국다녀온 한국말 잘하는 네팔리도 만나고...
멋진 주말 행복한 휴일 보내십시오. 저도 잘 쉬어야겠습니다.
네팔리 친구들과 정도 나누고 영어공부도 하면서...
거기는 야크 똥이 없던가? 자리 잘 살펴보고 앉아야 했는데...
이제 곧 몬순이 닥치겠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