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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섬진나루>야생마의 세계통신

2005.05.10 18:16

4월 랑탕트레킹(3)

조회 수 1722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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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4일째. 캉진곰파의 멋진 롯지주인 Jhandu Lama.

화창한 아침이다. 눈부신 햇살이 설산을 비추고 파릇파릇 봄을 알리는
대지의 푸르름을 한층 더 싱그럽고 생동감 넘치게 한다.
내 마음도 환하게 들뜬다. 오늘은 두어시간만 걸으면 캉진곰파에 도착할 것이다.
마음속에서 사진으로 본 캉진곰파의 많은 룽다들과 타르쵸가 마구 펄럭인다.

Buti가 준비한 아침을 먹고 작별의 인사를 나눈다. 고마운 마음도 전하고...
그녀는 어제 저녘무렵의 밝은 웃음과 명랑한 목소리대신 약간 처연함이 느껴진다.
제법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이고 악수를 하고 길을 나선다.









할머니와 아침햇살을 즐기는 아가들과 소를 모는 아기엄마와도 인사를 나누며
다리하나를 건너고 30분쯤 더 걷자 하얀말이 마을 한가운데  
룽다들이 서 있는 곳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랑탕마을에 도착한다.

해발 3300여미터 높은 고원에 이렇게 평화롭고 아늑한 마을이 있었구나.
목숨걸고 혹독한 히말라야를 고생끝에 넘어 이렇게 멋진곳을 만들어 내다니...
그들의 삶이 경이롭고 존경스럽다. 안쓰럽고...
고난의 길을 헤쳐온 고귀한 존재들에게 신이 허락한 순결하고 축복된 땅이여!
찬란한 봄을 맞고있는 푸르름의 숭고한 그이름 랑탕이여!









마니석이 길 중앙에 놓인 널직한 길을 그들의 풍습에 맞게 왼쪽길을 걷는다.
"따시딸레!" 서로 인사나누고 거치는 롯지에서 차 한잔 마시며 느긋하게 간다.
시간도 많고 서두를 필요가 없다. 비스따리 비스따리 (천천히 천천히)...
괜히 서두르다가 제작년 틸리쵸에서처럼 고산병에 걸리면 큰일이지. 치가 떨린다.
가는길에 아저씨 한분이 우리 염소 세마리 못봤냐고...걱정을 하신다.
아저씨와 둘이 눈을 크게 뜨고 넓은 대지와 산속의 움직임을 찾아본다. 아저씨가 찾아낸다.

멀리 멋지게 솟아있는 간첸포(6387미터)를 바라보며
정말 소풍가는 것 같은 그런 무난한 오름길을 오르다 고개에 다다랐을때
왼편 랑탕리룽(7225미터)이 보이고...







다리를 건너고 좌측으로 킴슝(6745미터) 좌우로 리룽빙하와 타보빙하가 흐르고
그 앞에 많은 룽다가 펄럭이고 그 오른편으로 넓은 평원위에 롯지들이
랑탕강옆에 설산으로 둘러싸여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감동이 밀려온다. 드디어 캉진곰파(해발3730미터)에 왔구나. 아름답다.
이전 랑탕마을 빨래터의 아줌마들이 칭찬해 주던 Jhandu Lama의 롯지를 찾는다.
Jhandu Lama는 젋고 잘생기고 단단하고 야무지고 착해보이는 아주 멋진 친구였다.
무진장 착해보이는 아름다운 아내와 첫돌 갓 지난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지난여정의 롯지들처럼 숙박비를 무료로 해주고 식사때마다 차 한잔씩 공짜로 준단다.
이렇게 고마울수가... 트레커가 많이 줄어서 아마 그런 조건이 만들어 지는것 같다.











여장을 풀고 점심을 먹고 가볍게 동네한바퀴 돈다.
롯지안에 서성이는 하얀말과 설산아래 한가로이 풀뜯는 야크무리를 지나
문닫힌 캉진곰파에도 이스라엘 커플 포터의 도움으로 다녀왔다.
그 포터도 한국사람이 좋다고 짐을 무사히 옮기고서는 나를 따라 나섰다.
주사위놀이를 하는 마을청년들과 잠시 어울리다 랑탕강이 내려다 보이는
마을을 조금 벗어난 길을 걷는다.
포터는 레쌈삐리리 앞부분을 가르쳐 주었고 나는 00아리랑 첫부분을...
"날좀보소~날좀보소~ 동지섣달~꽃본듯이~ 날좀보소~~"
자기 노래소리 우스운줄 모르고 내가 부르는 레쌈삐리리가 우습단다.





치즈공장에 들러서 게삽과 재회도 나눈다.
아저씨는 공장 이곳저곳 보여주시며 공정을 설명도 해주시고...
난 100g정도만 사서 맛을 보고 롯지 고양이에게도 넉넉히 떼어준다.
맛이 우리나라에서 먹던 치즈맛과 다르다. 구린 냄새도 나고...

제법 추워져서 잔두라마에게 저녁을 부탁하고 식당안으로 들어간다.
이미 식당안의 난로는 불이 지펴져 있었다.
양옆으로 앞쪽으로 유리창 밖으로 설산이 잘 보이는 멋진 식당룸이다.
설산밑으로는 롯지들의 굴뚝에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난다.
그 때...좌측 창문으로 발갛게 간첸포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어느 화가도 표현할 수 없으리라. 신이 빚은 오묘함...
내 영혼도 달려가 함께 불타오른다. 오직 간첸포만이 빛을 내고 있었다.
점점 더 진한 황금빛으로 변해 가장 화려한 불꽃을 뿜는듯 하더니
어느새 옅어지고 선분홍 빛으로 변하더니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잔두라마가 저녁을 들고 오기 전까지...
저녁을 다 먹고 잔두라마에게 간첸포의 황홀한 순간에 얘기했더니
갑자기 전등불을 끈다.  세상에나... 또다른 환상이 그려지고 있었다.
어둠속에 환한 달빛에 은은하게 빛나는 설산들이 조금씩 밝아진다.
별들은 환한 달빛에 놀랐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제법 추울텐데 환한 달빛에 포근하기만 하다. 정말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달빛아래 잔두라마와 여러 얘기들을 나눈다.
언젠가 티벳이 독립해서 조국에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의 삶도 만족한댄다.
달라이라마를 믿지 않는다고도 했다. 대부분의 젊은사람들 생각도 그러하다고.
판첸라마가 있는 타시룬포 얘기와 환생에 대해서도 얘기를 했는데
난 전혀 이해를 못했고 말도 잘 알아듣질 못했다. 콩글리시의 한계가...
대신에 난 거쳐온 티벳 라싸의 평화로움과 아늑함, 그곳의 하늘을 얘기해 주었다.

신비한 세계, 동화속의 세상같은 경이로운 밤에 은은한 달빛에 취해
정말 좋은 꿈속으로 아주 편한 그런 밤을 보낼 수 있었다.


트레킹 5일째.  캉진 리(4265미터)에 오르다.

너무도 좋은 밤을 보내서 그런지. 아주 멋진 곳이어서인지 기분이 참 좋은아침이다.
이곳에서 하루 더 보낼작정인데 체르코 리(4984미터)를 다녀올까 했는데
아무래도 가이드도 없이 혼자 가기엔 무리다. 더구나 눈으로 완전히 덮혀있다.
바로 앞에 보이는 두시간이면 간다는 캉진 리에 오르기로 한다.

앞에 보이는 길대로 쭉 따라 올라간다.
산 사면을 따라 옆쪽으로 나사결같이 그렇게 뒷편으로 돌아 올라간다.
무수한 야생화가 반겨준다. 아주 조그만 꽃과 보라색 약간 큰 꽃들이 쫙 펼쳐져 있다.
너무 작아서(0.5cm정도) 풍경을 좌우할만한 것은 아니었지만
길을 조금만 벗어나도 밟게될 정도다.



산닭들일까... 날지못하는 날짐승 부부인지 두마리가 나를 보고 놀라 뛰어간다.
그 뒤를 많은 새끼들도 쫓아간다. 신기하네. 이 높은곳에 살기엔 어려워 보이는데...
근데 급경사의 비탈인데도 걸음걸이가 엄청 빠르다.
역시 신의 배려가 있겠지. 날지 못하지만 빠른발을 주어서 거친 히말라야에 적응하도록...

두시간정도 쉬엄쉬엄 오르면 룽다가 서 있는게 보이고 그곳이 캉진 리이다.
사방 360도 설산으로 병풍처럼 둘러있다. 웅장함과 위용에 조금 움츠러 들기까지.
능선길이 칼날처럼 날카롭다. 그 너머 북사면은 눈으로 덮힌 아찔한 벼랑이다.
겁이 난다. 맘껏 조망을 즐긴다. 근데 산꼭대기에 구름이 많다.

사랑하는 히말라야의 기운을 맘껏 느낀다. 태고의 신비로움이 가득하다.
우주가 느껴지고 가슴이 활짝 열린다. 제법 센 바람속에 비장감도 든다.
랑탕히말의 영봉들. 저 멀리 간첸포... 서쪽멀리 있는 가네쉬히말은 구름에 잠겼다.
리룽빙하, 타보빙하는 위에서 내려다 보이고 모리모토피크(6750미터) 왼쪽으로
살바쿰빙하가 보인다. 뒷쪽의 5000미터급 히말들은 낮지만 멋이 있다.











칼날같은 능선길로 걸어가서 만년설을 한번 밟아볼까 하고 근처까지 가본다.
어림없다. 겁부터 덜컥난다. 그 아래로 올라온 길로 다시 내려간다.
가슴속에 오래남을 정말 멋진곳이구나. 몇번이고 뒤돌아본다.

내려와서 점심을 먹고 잔두라마와 아쉬운 작별을 한다.
그는 내게 언제든 오라고...돈도 싸게 받고 잘 지내게 해주겠다고...
몬순기간이 되면 비가 많이와서 트레커들이 거의 없지만 꽃들이 만발하니
그때오면 거의 돈을 받지 않겠단다. 나도 별장하나 생겼군.
이 롯지 얼마정도 하냐니깐 내가 산다면 우리돈 15만원정도에 주겠단다.
히말라야에 호텔하나 장만할까보다. 악수로 인사를 나누고 길을 나선다.
하루 더 묵어도 되지만 콘센트가 없어서 디카 전지 충전을 못한다.
랑탕마을에선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진 전기가 들어와 가능하단다.







많은 아쉬움과 새롭게 펼쳐질 여정의 기대감속에 어제아침의 랑탕마을로 돌아왔다.
예쁜마을과 순박한 사람들과 인사나누고 짧은대화도 나누면서...
마을엔 염소무리가 집을 찾아 돌아오고 야크도 말도 집으로 향한다.
덩달아 꼬마동이들의 뜀박질도 귀엽다. 해가 뉘엿뉘엿 저문다.
그 평화로움에 익숙해진듯 조금 동화되어 이제 네팔리,티벳티안이 다 된것 같다.
얼굴도 새까맣게 타버렸고...

안방에만 설치되어 있는 콘센트에 충전지를 꼽고 잘되겠끔 당부도 하고
태양열을 이용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빨래도 하고 따뜻한 식당룸에 책도 읽다가
아름다운 랑탕의 밤에 몸을 맡겼다.




  • ?
    야생마 2005.05.11 17:40
    벽소령 달빛아래 지리능선들의 사위를 느끼는것과
    크게 다르지 않겠지요.
    건강은 아주 좋습니다. 하루하루 예뻐집니다.^^

    어제 2시간여 이 글을 썼는데 서버가 다운되어도 상관없으니
    꾹꾹 눌러가며 열심히 썼는데 그만 정전이...ㅠ.ㅠ
    네팔,인도 이쪽은 인내심 향상에 도움이 되지요.
    한국병 '빨리,빨리' 병도 치료가 되구요. 안그러면 미치니까요. ㅎㅎ

    이 어설픈 산행기 쓰는것도 장난 아니구만요.
    아무나 쓰는것이 아니네요. 내일이면 마치려나...
    건강하시고 모임 알차게 준비하셔요. 총무님!!
  • ?
    yalu 2005.05.13 15:53
    설산 앞에 서계신 야생마님,너무 멋져요.나도 우리 남편이랑 가고싶다..
    건강하세요!
  • ?
    야생마 2005.05.19 15:54
    yalu님! 지리산에서 맺은 부부이시니
    정말 멋진 트레킹이 될겁니다.
    꼭 다녀오시길 바랄께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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