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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섬진나루>야생마의 세계통신

2005.05.08 14:44

4월 랑탕트레킹(1)

조회 수 1656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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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설에 뒤덮힌 히말라야와 푸르름, 너무도 좋아하는 하늘가까운 맑은호수.
랑탕계곡의 힘찬 물살과 싱그러운 신록의 숲, 네팔의 국화 랄리구라스.
무엇보다  친절하고 다정하고 순박한 산골의 네팔리들을 만나기위해
4월 햇살따가운 한낮과 침낭위에 이불을 덮어야 할만큼 제법 추운 밤이 기다리는
사랑하는 히말라야의 그리운 품안으로 홀로 길을 나선다.

첫째날. 가자! 랑탕으로...






지붕위에 염소를 태운 버스가 뉴 버스파크에서 아침 7시반 출발해서
랑탕트레킹의 입구 티벳국경과 걸어서 3시간거리의
사브르밴시 마을에 덜컹거리는 도로를 달려 11시간만에 내려놓는다.
거의 초주검이다. 창문을 열면 엄청난 먼지가 창문을 닫으면 삶는 더위가...

큰 다리를 건너기도 하고 따뜻한 기온속에 계단식 논들에 모심는 모습도 보이고
연녹색의 싱그로움속에 자리한 거쳐가는 마을마다 평화가 가득하다.
앞자리 프랑스 트레커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설레임이 가득한 표정들이다.

내가 묵은 숙소에 아주 반가운 표지기가 창문의 창살에 붙어있다.
지리산 산길에서 자주 보았던 '준.희'라고 끝에 써 있던...
부부이름의 끝자리라 들은것 같은데...많이 반갑다. 많이 부럽기도...
지리산의 어느 산길과 그 표지기가 한참이나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다.


둘째날. 치즈공장 아저씨 게삽

티벳빵에 오물렛을 넣고 쨈을 발라서 찌아한잔과 아침을 먹고
체크포스터를 지나 긴다리를 건너 본격적인 트레킹을 나선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체크포스터 주변엔 무장한 군인들이 많이 보인다.




old 사브르밴시 마을과 반갑게 맞아주는 귀여운 꼬마들.


랑탕계곡 하류쪽.

계곡을 거슬러 오르는 길은 무난한 오르막이다.
햇볕은 따갑지만 계곡물소리 들으며 경쾌한 걸음을 내딛는다.
만나는 사람마다 흥미로움으로 나를 보고 "나마스테!" 반갑게 서로 인사나눈다.
무척이나 행복하다. 지리산의 어느 계곡옆 산길을 걷는 기분도 든다.




한참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편한 좁은길을 걷다가 작은 다리를 건너고
밭일하는 소녀와 계곡물소리 들으며 바느질하는 할머니가 있는 집에서
어제 버스에서 만나 가볍게 인사나눴던 치즈공장 아저씨 게삽을 만난다.
캉진곰파에 있는 치즈공장에 가는 길이다. 이틀만에 거기까지 가야된다고...
3일코스인데...친절하게 내가 갈길에 대해서 지도를 보며 설명을 해준다.

아주 힘든 치즈공장일을 하면서 한달에 4000루피(6만원정도)의 월급을 받는다고.
한달 준비하고 다섯달동안 열심히 만들어서 카트만두에 공급을 하는건데
이 공장주인은 세군데 공장을 가지고 있는데 3년마다 근무지를 옮긴다.
게삽의 집이 있는 곳도 공장이 있는데 이제 내년이면 3년을 채우고
고향마을로 간다고 한다. 이쁜 두 딸과 아내와 날마다 함께 할 수 있을것이다.






한적하고 시원한 아주 무난한 산길을 걷다가
지도상에 뱀부롯지로 표시된 작년홍수로 사태가 난 모습의 곳에서 멈춘다.
하얀 침대포들이 계곡의 바람에 춤을 추고 명랑한 꾀꼬리 소리가
우렁찬 계곡물소리 속에서도 또렷이 울리는 분위기 좋은 곳이었다.
이곳에서 여유를 가지고 점심을 먹으리라.
달밧을 먹는 소녀와. 실을 짜서 가방과 모자를 만드는 여인의 모습이 아름답다.

치즈공장 아저씨 게삽이 묻는다. 한국이 일본과 가까운 곳에 있냐고...
7년전에 자기 고향에 일본의 한 의사가 여행을 와서 배구팀을 만들어 가르쳤단다.
그러고는 19명의 배구팀 모두를 일본에 초청해서 21일동안 관광을 시켜줬다고...
한일관계에 대해서 설명을 하지 않았다.(영어가 짧아서...) 일본이 아주 좋댄다.
높은 빌딩, 힘차고 멋진 자동차들, 그리고, 터널이 신기하다고...
하긴 찻길이나 산길이나 구불구불 돌고 돌아서 산을 넘어가야 하니 그럴수도 있겠다.
일본이 부자라서 좋기도 하단다. 부자라고 꼭 행복한건 아니라고 말해주었고
나는 가난하지만 네팔이 참 좋다고 말해주었다. 그는 바로 동의했다.


점심을 먹고 달콤한 낮잠을 즐겼다. 아주아주 맛있는 낮잠.
캉진곰파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게삽은 먼저 길을 떠났다.

뱀부롯지 이후로 다리하나 건너자 길은 갑자기 험해졌다.
급격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더니 다시 급격한 오르막이 길게 이어진다.
숨이 막히고 땀은 뻘뻘. 힘이 다 빠져버린다.
지나가는 네팔리들 무거운 짐들 끈을 머리로 들고서 씽씽 잘만 간다.
온몸의 힘이 다 빠져버려서 처음만나는 외딴 롯지 긴의자에 벌렁 엎드린다.
이내 잠들었고 한시간이나 그렇게 꼼짝도 안하고 시간을 보내버렸다.




뒤뚱뒤뚱 걷는 귀여운 아가가 있는 숲속의 외딴 롯지에서 하루 묻기로 한다.
어느 별장의 벽난로같은 따스한 부엌에서 빵을 굽는 티벳가족의 모습이 정겹다.
그러면서 쌀쌀해져 오는 밤공기에 저 뜨거운 열을 온돌로 방을 달구는
우리 문화가 자랑스럽고 그리워지기도 했다.

전기도 안들어오고 (식당만 태양열을 이용해서 불을 밝힌다.)
샤워시설도 없는 곳에서 빨래를 하고 머리를 감고 발을 씻고 달밧을 먹고
해질녘 들어온 오스트리아인과 레몬티를 마시며 가벼운 대화를 나누다가
삐걱거리는 나무판자로된 제법 쌀쌀한 숙소 침대에 몸을 맡긴다.

롯지옆 나무위 온몸으로 울어대던 꾀꼬리 소리도 밤이되며 멈추었고
계곡의 우렁찬 물소리도 아득하게 멀어져 갔다.
헤드랜턴으로 불밝혀 읽던 '달과 6펜스'도 내일을 기약하며 막을 덮는다.




  • ?
    오 해 봉 2005.05.08 15:56
    "부부이름의 끝자리라 들은것 같은데...많이 반갑다. 많이 부럽기도..."

    윗글이 많이 부럽다고,
    야생마도 빨리 장가를가서 신부와함께 여행다녀봐,
    moveon님 여행기처럼 이곳에 이렇게 싣는게 더좋을것같네,
    솔메님 첩첩산중님 섬호정님등 못오시는분만 챙겼군,
    그래도 지구는돌고 지리산은 그리운것이지,
    건강히 잘있다가 내년모임때 야생마의 아름다운노래를 기다릴께.
  • ?
    야생마 2005.05.09 17:12
    아무튼 선생님께선 언제나...^^
    부럽고 아름답다고 저도 그렇게 해야겠다고 다짐도 해봅니다만,
    지켜보는 것도 좋잖아요. 꼭 제가 그리 해야만 될 필요까진...
    여의치 않아서 못가시는 분도 아님 조용히 지켜보시는 분도 계시니
    모임 알차게 잘 하시고 너무 과열되지 않게 안전히 잘 되었으면 합니다.
    내년엔 저도 참석해야지요.
  • ?
    yalu 2005.05.13 14:48
    ^^부러워요,야생마님!
  • ?
    길없는여행 2005.05.14 00:10
    커~억 이제야 보게 디는군. 멋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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