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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섬진나루>야생마의 세계통신

2005.05.11 17:11

4월 랑탕트레킹(4)

조회 수 1695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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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레킹 6일째.  





랑탕마을의 아침은 아궁이에 불이 지펴지고 염소가 먹이를 찾아 집을 나서며 시작된다.
그리고, 아침을 먹고 여인네들은 빨래터를 찾을것이고 장정들은 야크를 따라가겠지...
오늘은 3일에 거쳐 왔던길을 다시 내려가는 길이다.
쭉 갈수도 있지만 그곳은 야영을 해야된다. 롯지가 없다고 한다.
내리막길에 여유롭게 다시보는 즐거움을 느낄수 있을것이다.

내려오는 길에 Buti가 길가 수돗가에서 설거지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산골 더 깊숙한 곳에 있는 자기집에 간다고 했었는데...
한결 기분은 좋아보인다. 핫쵸코렛 두 잔 주문해서 같이 마신다.
랑탕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고 흥분하듯 말해주었다.
이곳이 살기좋다고...너무 좋다고 약간 오버해서 말하는 나를 보고 웃는다.
악수를 하고 그녀의 아쉬운 눈길을 뒤로하고 레쌈삐리리를 흥얼거리며 길을 간다.













랑탕계곡 주변의 랄리구라스들이 풍성하게 피어있다.
계곡가까이 내려가서 계곡물에 얼굴도 적셔보고 바위위에 앉아서
나른한 한낮의 한가로움도 즐긴다.
불그스름하게 변해있는 나무들은 가을분위기를 준다. 저게 봄단풍인가...
익숙해진 풍경과 새들의 노래소리, 계곡물소리...다시 계절을 바꾼 느낌이다.

며칠새 사계절을 조금씩 다 맛을 본 기분이 든다.
파릇파릇 싹들과 랄리구라스를 보며 완연한 봄을 느끼고
싱그러운 울창한 숲속과 시원스레 흘러가는 계곡가 바위에 쏟아지는  땡볕.
낙엽 수북히 쌓인 산길과 저기 보이는 울긋불긋한 나무들.
캉진리에서 밟아본 만년설과 날카로운 설봉들, 아슬한 빙벽의 모습또한...

내마음도 감동의 순간의 기억으로 꽉 차버린 느낌이다.



며칠전 다시 내려올때 들러야지 다짐했던 분위기 좋은 외딴롯지에서 점심을 든다.
체력의 부담도 줄고 현지적응이 완벽하게 되었는지 몸도 마음도 여유롭다.
비싼 커피도 한잔 마시고...계곡가에서 발도 담가본다.

이곳 롯지주인은 셀파족이다. 트레킹 포터에서 가이드까지 많이 해봤다고...
에베레스트도 올라갔다고 하는데 사실인지는...
그때 돈을 모아서 랑탕의 집을 롯지로 새롭게 짓고
이곳에도 이렇게 멋지게 롯지를 지었다.

느긋느긋 시간을 보내다가 길을 나섰고 뱀부롯지에 하루 묵는다.
올라올때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잔곳이다. 주인 아주머니 달밧을 맛있게 잘 만든다.
이곳은 녹색의 채소를 기를 수 있으니 더 맛있다. 정말 네팔리가 다 되었나...
아버지는 티벳티안, 어머니는 네팔리인 이 아주머니 딸이 많이 귀엽다.
샤워실에 순간온수기가 있어서 한동안 때까지 밀면서 샤워를 할 수 있었다.
근데 왜 숙소엔 불이 안들어 오는겨...헤드랜턴으로 책좀 읽다가 잠든다.


   트레킹 7일째.





아침햇살에 싱그러운 물살과 작은 물안개 피는 계곡옆에서 이른아침 산책을 하고
식사를 하고 여전히 아침햇살에 아스라히 금빛이 도는 아늑한
뱀부롯지를 뒤로 하고 길을 나선다.

상쾌한 기분에 마음이 취하고 방심을 한탓에 그만 엉뚱한 길로 들어선다.
계속 가파른 오르막이다. 계곡가로 쭉 따라가야 하는데...
계곡안에 임시로 설치해놓은 작은 다리도 몇개 건너야 하고...
어쩐지 무난히 잘만 가더라니만...돌아서는 마음이 무척이나 아쉽다.
한참 올랐는데...야생 고라니인지 사슴인지 한마리가 놀래 달아난다.

비탈진 곳 작은 마을에서 블랙티 한잔 마시고 길을 자세히 묻는다.
이곳에서 조금 내려가다 좌측으로 올라서서 툴루사브르로 가야한다.
다행히 잘 들어섰다. 엄청난 오르막이다.
갈 지 자로 횡보하면서 조금씩 고도를 높이는 형국이다.
햇살은 따갑고 길은 가파르고...나무도 좀체 내머리를 감싸주지 못한다.



그 때, 나무가지가 출렁이고 원숭이가 나무위에서 내려다 본다.
털이 하얗고 몸뚱이가 까만...동물의 왕국에서 본것 같은데...
두 마리가 서로 장난하며 한가로움을 즐기는듯 했다.
가끔 나를 응시하면서도 전혀 위험을 의식하진 않는다.
간신히 다다른 고개마루 작은 간이식당의 아저씨는 그 원숭이들이
20마리 이상 집단생활을 한다고 이야기 해준다.

너무 지쳐서 이곳에서 네팔라면으로 이른 점심을 먹고
비싼 환타도 한병 마시고 낮잠도 즐긴다.

다시 산사면을 돌아 랄리구라스가 피어있는 긴 다리를 건너 조금더 오르면
사브르 아랫마을이 나온다. 아이고~ 반가워라. 너무 힘드네...







밀밭사이길을 거닐며 영화'히말라야'의 한장면이 떠오른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밑밭에 다정히 나누던 대화장면이...
이제서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바람결에 밑밭엔 파도가 일렁인다.
평화의 기운이 넘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큰 행복감을 느낀다.

나를 이곳에 서게 한 업보든 신의 뜻이든 수천년전부터 예정된 길이든...
그 모두에게 어떤 알 수 없는 모든 존재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밀밭옆에서 무슨 청승을 그리 오래 하는지...너무 힘들어서 쉬고 싶어서...

방은 위쪽에 있고 아래쪽은 가축우리나 헛간이 자리잡은 독특한 집이 있고
수줍어서 처음엔 어색해하던 소녀들도 멋진 포즈를 취하고...
그 마을에서 하루 묵기로 한다. 더 가려는데 그 마을에서만 전기를 쓸 수 있다.





다행인게 어느새 구름이 덮고 비가 내린다. 천둥번개와 함께...
카트만두나 포카라에서 제작년에 비오는 모습을 본적은 있지만
히말라야 산중에선 처음이다. 시원하고 깨끗해짐을 느낀다.
아침나절부터 한낮까지 그렇게 내리쬐던 햇볕은 언제 그랬냐는듯이 사라졌다.

나를 붙잡았던 롯지 여주인은 분명 처녀라고 했는데 아기에게 젖을 준다.
이 팔팔한 총각이 보는데 민망하게도...근데 참 예쁘다.
음식도 아주 잘하고 얼굴도 환하고 미소도 멈추지 않는...
현지인 손님들도 많이 왔는데 능숙하게 모두에게 따뜻한 달밧을 안긴다.
저런 색시 얻으면 참 행복하겠구나 잠시 떠올려 본다.
근데 도대체 아가씨야 아줌마야...달밧 맛있다고 해주니 고맙다고 흠뻑 웃는다.
부엌안 바닥에 둘러앉아 식사하는 모습이 참 정겹다. 순박함이 팍팍 보인다.


  트레킹 8일째.

어제 천둥번개와 세차게 내리던 빗줄기, 무섭기까지 한 날씨는 어디가고
화창한 햇빛에 맑은 하늘. 물기 아직 마르지 않은 싱그러움이 넘치는 아침이다.



그 쾌청함 속에 가네쉬히말이 황금색으로 찬란하게 아침햇살을 받는다.
랑탕리룽도 구름에 쌓여있지만 태양의 후광을 받아 신비로운 모습이다.
구름의 모습은 랑탕히말 주변으로 뭉실하게 모여있다.



프랑스 가족들과 함께 길을 나선다. 그 팀 가이드와 포터들과 금새 친해진다.
가이드는 가이드답게 시원하게 앞으로 펼쳐질 산길들을 설명해 준다.
프랑스가족은 엄마와 아들,딸...또 친구인지 똑같이 엄마와 아들과 딸...
아버지들은 열심히 돈벌고 있으려나...가이드 하나에 포터는 넷이나 썼다.







한참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자 한 소녀가 나타났다.
소녀이름은 Suje...주변에 양들이 보이는 양치기 소녀였다.
양들이 엉뚱한 길로 갈라치면 나무가지를 집어던지듯 위협도 하면서
능숙하게 양들을 돌본다. 귀엽고 예쁘다.

나의 영원한 그리움의 대상. 소녀...
그 옛날 어릴적 선망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주던 소녀들이 떠올랐다.
양치기소녀 Suje는 한가로운 풀뜯는 양들가에 앉아 멀리 랑탕히말을 바라다본다.
무슨 생각을 할까...무엇을 그리고 있을까...
아름다워라... 순수 순결의 깨끗한 마음을 가진 히말라야 양치기 소녀여...

환타 두병사서 나란히 마셨다. 열 살이고 학교는 쉬는듯 했다.
작은 찻집주인은 자기 조카라고 자랑이다. 아~ 딸낳고 싶네...
갑자기 양들이 밀밭에 들어갔고 소녀는 쏜살같이 달려가 밖으로 내몬다.

소녀와 롯지주인은 촐랑파디 마을로 가는 지름길을 가르쳐 주고
작별인사하고 손흔들며 가는 와중에 행여 엉뚱한 길로 갈까봐
소녀는 오래동안 지켜봐 주었고 난 괜히 뒤돌아서서 이길이 맞냐고
묻고 고개를 끄덕이고 보이지 않을때까지 그리움만 더 키워갔다.







아름다운 마을들도 지나고 밭둑과 이랑에도 여러 꽃들이 피어있는 길을 지나고
연인인지 가족인지 젊은 남녀들도 만난다.
이곳에서 살면 서로 많은 사랑을 나누며 키우며 살 것 같은 생각이 스치고
문득 그들이 부럽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리고, 활짝 핀 꽃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랄리구라스 나무들이 나오고
길가 풀밭에 온통 노란 야생화가 쫙 깔린다. 보라색꽃은 정신을 잃게한다.
작은 가시나무 가지에 온몸을 떨며 노래하는 작은새는...파랑새다.
온몸이 파랗고 날개 가운데 부분만 금색의 진노랑이 줄쳐져 있는듯 하고...
카메라를 들자 옮겨가고 또 옮겨가고 도무지 찍을수는 없다. 너무 멀고...
그리고 잿빛 작은새는 무리지어 날아다닌다. 자주 보인다.









갑자기 하늘이 캄캄해진다. 히말라야의 늦은오후는 항상 변덕스럽다.
이 지름길은 중간에 롯지도 없다. 비스켓과 쵸코바로 허기를 채워야 한다.
조금지나자 우려한대로 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판쵸를 꺼내 내몸과 배낭까지 덮는다. 좀 지나니 비가 아니라 우박이다.
떨어지는 모습과 팔에 부딪히는 따가움. 천둥번개속에 두려움이 들었다.







발걸음을 제촉해 머지않아 롯지에 도착했고 부엌 화롯가에 몸을 녹인다.
밖은 엄청난 우박과 천둥번개...SF공포영화속 같고, 안은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다.
신곰파쪽으로 돌아서 온 프랑스가족이 조금의 시간차를 두고 하나둘
온몸을 적신채 뛰어들어온다. 배낭이고 옷이고 전부 젖었다. 가이드, 포터도...
지름길로 오길 잘했구나...옷을 말리고 침낭등 배낭속 젖은것들을 널고...
비참한 상황이지만 난로에 타닥타닥 타는 장작불소리와 함께 낭만적인 느낌도 난다.



하늘이 조용해지고 밝아지며 언제 그랬냐는듯이
랑탕히말의 위용이 구름을 헤치며 눈앞에 서 있다.
랄리구라스가 다 떨어진것 아닐까...그 작은 나약한 꽃들은...
숲속을 바라보며 꽃걱정을 해보는 감상에 빠져본다.

그렇게 어둠을 맞고 또 하루를 접는다.












  • ?
    야생마 2005.05.12 17:18
    지도는 한번 구해볼께요.
    그러니까 피아골계곡길로 쭉 올라가 능선에 붙고 노고단에 올랐다가
    다시 내려와 불무장등을 타고 반야봉을 넘어 달궁으로 빠지는 형국이네요.
    ㅎㅎㅎ 암튼 잘 갖다 붙인건지는 모르겠습니다.^^
  • ?
    길없는여행 2005.05.14 00:33
    사진 한장 한장이 섬섬히 그 영상들을 떠오르게 하는데... ..
    푼힐 트래킹때 수다스런 프랑스인가족들 땜에 즐거웠던적이 있었는데
    가족이 함께 산타는걸 즐겨하나봐요. 프랑스인들은... ...
    어제는 히말라야와 티벳을 그리워하다 하다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나왕케촉티켓을 얻어 그를 만났는데 말로만 듣던 '영혼을일깨우는 피리소리" 휴~~ 내 영혼이 위로받은 느낌!
    바람과 함께 떠다니는 야생마님 화이팅!
  • ?
    야생마 2005.05.16 17:01
    길없는여행님!! 그동안 안뵈시던데 바쁘신가요..
    지금 느닷없이 도미토리에서 지내다가 리조트의 고급 싱글룸을
    공짜로 얻어버린 기분이네요. 많이 격려해 주십시오.
    작년에 사랑방에서 나왕케촉 피리소리 들은적 있지요. 저도 듣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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