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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01 17:13

호남정맥 열걸음.....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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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맥 열걸음......=이인기=


첫걸음 영취산 호남정맥 첫구간
시월하고 상달에 고운 햇살 목 두르고
이슬머금은 길 오르면 정맥의 첫 마루금
함지박 정화수에 별빛을 주워모아
무사산행 비는 마음 장안 팔공 성수산을 넘는다.

둘째 걸음 마이산 월랑팔경의 으뜸봉
강령고개 깊어가는 가을에 만월은 몸 푸는데
부귀며 온갖 영화 정맥 한길에 묻으니
시나브로 다가서는 모래재 갈림길
어쩌면 비는 이다지도 가슴까지 적시는가
피흘려 나라지킨 가슴까지 적시는가
피흘려 나라지킨 곰치 조상님의 눈물인가
만덕산 비켜가는 배낭 가득 가을 풀벌레 우는 소리

셋째 걸음 슬치재 비파소리 들으며
갈미봉 덤불 헤치면 옥녀가 숨을 쉬고
가슴터지도록 오른 경각너머 여전히 기다려주는 정맥의 옷고름
거친 숨 고르다가 땀방울 한 줌 뿌려보면
소금바위 짐승덫 사이로 짜디짠 정은 익는데
윗보리밭 약속의 땅 소망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늦가을 아쉬운 햇살 머금어 공룡처럼 꿈틀거린다.

넷째걸음 구절재 춘란이 춤을 추네
고당산 가는길 하늘은 높고
고추잠자리 맴도는 추령 마루 내장 아홉봉의 문을 연다.
길은 호남정맥 백학 대각 추월따라
온몸에 느껴지는 그윽한 진리들을
오만분의 일 지도에 깊이깊이 새겨둔다.

다섯째 걸음 천치재 남도 북도 가르는길
용추산 회문산채 빨치산의 넋 두른 길
덕진봉 고스락의 케룬에 마음 빌고
두리번거리며 건너보는 처음맞는 고속도로
해이른 한낮에 이목에 걸터앉아
너도 이목 나도 이목 소리쳐 불러보면
만나면 반가운 것이 호남정맥 동지련가
괘일산 바위병풍에 황혼이 걸리니 이제는 헤어져야할 다섯달 동지들
방아재 두들 방아에 찰진 떡살 올려놓고
당산나무 외로운 선돌부락에서 석별의 정 나누네.

여섯째 걸음 국수봉 우리님이 시집간 날
잿빛 하늘 눈송이는 지나온 정맥길을 먼곳 손님맞아 다소곳 감추는데
바람벽 엮어놓은 무동촌 야영지가
화톳불 타는 꿈처럼 소주잔에 익는다.
넉넉한 품에 들어 북산에 서면
한없이 펼쳐지는 무등 무등등 우리들의 어머니
겨우겨우 참아내던 눈물 터뜨릴때
세석 입석 장불재에 겨울 햇살 낯설다.

일곱째 걸음 서밧재 물빛 검은 탄광촌
어느결에 찾아온 봄기운 머리에 이고
진달래 산천마다 퍼엉 퍼엉 꽃망울 터지는 소리듣고
머리들면 천운산이 거친 숨 쉬면 노인봉이
두봉산 조릿대길을 친구처럼 이어준다.
개기재 너머 언제부턴가 살쪄있는 넝쿨잡목
헤쳐가다 기어가다 보란듯이 가슴 푸는
계당산의 하늘 빛깔 웅치의 바람소리

여덟째 걸음 국사봉 연초록 투명 골짝
두리번거리는 오월은 바다처럼 따사한데
삼계봉 산죽 움터에 세월의 전설은 내리고
제왕처럼 다가오는 제암산 바위머리
논길따라 흐르는 호남정맥 혼을 따라
활성산 옛 성터에서 시조 한 수 읊조리니
그것도 정인가하여 떠오르는 얼굴들

아홉째 걸음 그럭재 그럭저럭 사연안고
방장산 에두른 할미꽃 외로운 무덤들아
그래도 홀로 아님이 서럽지는 않으련만
길떠나는 나그네의 눈물 고임이 어쩜이뇨
송홧가루 털어내듯 고집멸도 다 버리고
존제이냐 조계이냐 배낭속에 담다보면
화두처럼 남아있는 나무 제행무상

열번째 걸음 오성산 호남정맥 마지막 품
산딸기 익어가는 재 하나 넘어서면
다가선 여름 햇살에 산길은 또 머리를 풀고
아득했던 정맥 끝이 잡힐듯 금방이다.
달뜨기재 달 뜨는 밤에 빛살 고운 별빛 별빛
내일이면 호남정맥 설레이는 마침표라
아침은 찬란한데 형제 도솔 바람은 상쾌하다.
여기는 한재이니 마침내 백운산 마당 너른 품으로 맞아주는
구름걸린 백운산 정기
칠월 사일 오후 네시에 선선하게 끌어안고
복어포 소주 한잔에 절올리는 고마움
뒤돌아보면 호남정맥 영취에서 백운까지
천백오십오리 사연들을 우리가 다 배웠을까 우리가 다 들었을까
영원하라 정맥이여 우리의 살 우리의 터전
빛으로 사랑으로 다시 만날 때까지..........
  • ?
    솔메거사 2003.04.02 22:20
    멋들어진 풍류시입니다..그런디, 이인기님의 자작시인가요? 시에 대한 약간의 해설을 당부합니다..
  • ?
    운해 2003.04.03 10:56
    백두대간의 원상회복을 위한 제안 =산경표를 위하여=(저자 조석필)...란 책에서 본 글입니다.이인기님은 백두대간 종주시 호남정맥 대장을 하셨답니다. 시는 이인기님의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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