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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8 18:12

'아버지와 딸'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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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밀레니엄의 시작으로 지구촌 곳곳이 시끌벅적하던 2000년, 사람들의 감성을 촉촉이 적시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서정적인 한 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이 발표되었다.

이 작품은 이듬해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그랑프리 수상을 필두로 오타와, 자그레브, 히로시마 페스티벌에서 연이어 대상을 수상함으로써 세계 4대 애니메이션 영화제 동시 석권이라는 기염을 토해내었다.

바로 마이클 두독 드 비트(Michael Dudok de Wit) 감독의 세 번째 독립단편 애니메이션 <아버지와 딸 Father and Daughter>이다.

<아버지와 딸>은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인 사랑과 그리움에 대한 한 편의 영상시이다.

이 작품에는 한 마디의 대사도 나오지 않으며, 그 흔한 얼굴 클로즈 업도 없다.

다만 갈색 모노톤으로 그려진 간결하고 아름다운 배경과 음악 '다뉴브강의 잔물결'의 선율 속에서 아버지를 떠나보낸 한 소녀의 성장을 롱 쇼트로 담담하게 보여준다.

어린 소녀는 아버지가 배를 타고 떠난 자리인 강가 언덕을 매일 매일 혼자 자전거를 타고 찾아와 한동안 기다리다가 돌아가는 것을 반복한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낙엽이 흩날리고,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흐르면서 어린 소녀는 어느덧 숙녀가 된다.

하지만 아버지가 떠난 자리를 찾아오는 것은 멈추지 않는다.

점차 나이가 들어 어머니가 된 소녀는 가족과 함께 언덕을 찾아오고, 결국 허리가 굽은 할머니가 되어서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 강가 언덕을 찾아오는 것은 계속된다.

세월이 흘러 수풀밭으로 변한 강 속으로 내려가는 할머니...

그 수풀밭 사이에서 할머니가 된 소녀는 오래 전 아버지가 타고 갔을 작은 배를 발견하고는 그 안에 조용히 눕는다.

<아버지와 딸>의 감동은 이러한 서정적인 스토리와 함께 특유의 탁월한 영상 연출로 인하여 한층 배가된다.

과감한 생략과 함께 여백의 미를 살린 동양화풍의 배경 그림, 화려한 컬러링을 배제한 모노톤의 색감, 길게 드리워진 사람과 나무들의 그림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자전거 바퀴, 세월의 흐름을 묘사하는 컷, 연출과 여기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도록 연출된 음악, 클로즈 업을 사용하지 않고 거의 롱 쇼트만으로 구성된 화면, 바람에 날리는 나뭇가지나 하늘을 떼지어 날아가는 새들의 이미지를 통한 시간 경과의 몽타주 등은 나레이션 없이도 관객으로 하여금 진한 감동과 슬픔을 느끼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또한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서는 돌아가는 자전거 바퀴를 커다랗게 보여줌으로써 작품의 주제인 갈망과 이별, 그리고 순환과 윤회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1953년 네덜란드에서 출생한 마이클 두독 드 비트 감독은 스위스와 영국에서 미술과 애니메이션을 공부한 후 첫 번째 애니메이션 <인터뷰>를 만들었으며, 주로 영국에서 TV와 영화를 위한 상업 광고 애니메이션을 만들거나 어린이 책을 위한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려왔는데, 1992년 <청소부 톰 Tom Sweep>을 통해 본격적인 독립 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1994년에는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고 안시·히로시마·오타와 페스티벌 등에서 수상한 바 있는 <수도승과 물고기 The Monk and the Fish>을 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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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호정 2008.03.01 06:35
    가슴이 먹먹하도록 감동입니다
    충분한 해설로 고마운 영상 보게되어 감사드립니다
  • ?
    moveon 2008.03.01 11:24
    단순과 여백의 미에 끌리는것이 매력적이다가 결국 눈물이 보이는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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