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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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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08 17:55

황선생 입산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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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건하게 잤나보다. 밖에는 어둠이 깔렸다. 1인실 방에 또 혼자다. 정신이 좀 들고나니 갑자기 왜 아직 퇴원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무슨 일이 또 생긴거야..'
들어올 때도 맘대로 못들어 오지만 나갈 때는 더더욱 맘대로 못나가는 것이 병원이라는 것을 익히 잘 알고 있는 그는 금방 그 궁금증의 불씨 위에 물을 부어버렸다. 이제 등에 칼을 대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한번 일어나 볼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래 마누라 오기 전에 해치워 보자'
일단 허리에 힘을 한번 줘 본다. 전혀 힘을 쓸 수 없다. 그는 그래도 괜찮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바로 일어서면 혹시나 하중을 줄까봐 일단 옆으로 돌아 누워 일어나기로 한다. 조금씩 들린다. 침대옆의 보호난간을 짚고 몸을 일으켜 세운다. 힘이 없다. 긴장을 해서 엉둥한 곳에 힘을 쓰니 열효율이 있을 리 없다.
'그래, 마누라가 오면 다시 해보자'
그는 아직도 마누라에게 의지할려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것도 힘 쓴 것이라고 심장이 요동을 친다. 크게 한숨을 쉬고 진정할려고 노력한다.

"아니 아직 안 일어났어? 어찌 된 거야 진선생?"

원장 나리 납시오다. 이 병원 원장의 전공은 정형외과 디스크 전담이다. 여러 명의 의사들이 동행했는데, 모습들이 절절매고 있다. 그는 좀전의 일어날려는 시도로 인한 헐덕거림을 억지로 참으면서 조용히 누워있었던 것처럼 원장을 보면서 눈으로 인사를 한다. 진선생이라는 레지던트는 무테안경을 매만지면서 노트를 열고 뭐라고 설명을 한다.

"아냐, 아냐, 빨리 퇴원시켜드려.."
"그래도.."
"일어나세요 황선생"
"지금요?"
"괜찮아요, 일어나 보세요"

옆으로 누워 일어날려고 힘을 다시 써본다. 그러나 좀전에 하도 힘을 많이 썼던 터라 힘을 다시 쓰기가 쉽지 않다. 원장이 갑자기 다가오더니 황선생의 몸을 덜썩 들어올려 버린다. 놀란 마음에 그는 악! 하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지만 원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등을 떠받치면서 침대에서 내려서라고 재촉한다.

"자! 일어서 보세요! 됩니다. 엄살부리지 말고!"
"으~~음 으~~~"
"힘주시고 수술했다고 생각치 말고.. 자!"

그는 원장이 야속타고 생각하지만 원장도 60줄에 들어선 나이인데 용 쓰는 것을 보니 어쩔 수 없이 사생 결단을 하고 힘을 준다. 바로 서니 몸의 하중이 분산되면서 균형을 잡고 힘도 덜 드는 상태가 되자 용쓰면서 붉어진 황선생의 얼굴은 평정을 되찾기 사작한다. 그제서야 주변의 모두는 긴장의 끈을 놓고 한 고비 넘겼다는 표정을 짓는다.

"황선생, 이제는 열심히 운동두 하고 해야지 이렇게 근육들이 다 풀어져 있으면 안됩니다."
"예~"

그는 속으로
'누가 운동 안하고 싶어서 안했나? 너무 아프고 하중이 척추에만 몰려 피곤하다 보니 쉬는 날이면 등을 방바닥에다 붙이고 산 것이지..'
라고 중얼거리면서 차마 마주보고 있을 용기가 나지 않는 듯 시선을 아래로 돌린다. 원장이 무슨 말을 하려고 병실까지 왔을까 생각하며 잠자고 원장의 다음 말을 기다린다.

"뼈가 문제가 아닙니다. 근육이 제대로 받쳐줘야 또 디스크에 안걸리는 것입니다. 알겠어요? 이제 황선생은 다시 한번 병원에 더 오면 앉은뱅이 됩니다~~~"
"예.. 그럼, 퇴원해서 바로 운동해도 된다는 것입니까?"
"그럼요, 열심히 운동하셔야 합니다. 그래서 척수관도 넓히고 근육도 강화시키고.. 그리고 그것 알아요?"
"무슨?"
"디스크는 영양분을 어떻게 보충받는지.."
"..."
"디스크에 모세혈관이 연결되어 있나요?"
"... 아니죠"
"역시 5번 경력의 환자이시니 아시는 것두 많구먼.. 하하, 황선생!"
"..."
"아프기 전에는 공휴일에 어떻게 지냈죠?"
"방콕이었죠!"

언제 나타났는지 그의 아내가 뒤에서 큰 소리로 답변한다. 아주 지겨웠다는 식으로 내뱉는 그녀의 답변이 그의 신경을 건드린다.
'꼭 저렇게 헐뜯어야 하나? 정말 체면 대게 안세워주네..'
그는 아내를 쳐다보면서 날카로운 눈빛을 한방 날린다. 그의 아내는 원장의 다음 말에 신경을 곤두 세우는 듯 그의 시선에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황선생! 디스크는 영양분을 체액을 통해서 공급받고 있습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없는 것입니다. 왜 주말에 실컷 자고 나면 허리가 뻐근한 지 이제 그 이유를 아시겠죠?"
"그런가요? 몰랐었네요.."
"등산을 좋아하신 다 하니.. 자! 먼저 자전거를 타시고 다리 근육을 강화시키세요.. 안그러면 무릎 나갑니다. 그러면 디스크가 아니더라도 인생 맛 가는거예요.. 그리고 그 다음에는 가까운 산을 틈만 나면 찾으세요.. 평일에는 아침에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하시고.. 열심히 하셔야 합니다!"
"... 예..."
"다시 말하는데 한번 더 나 찾으면 당신 이제 인생 끝이야!"
"..."

(다음에 계속)


music: Kitaro-Theme from silk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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