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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사랑방>사랑방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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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08 14:25

황선생 입산기(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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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어찌되겠지 했지만, 역시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사필귀정, 인과응보인 것을..

"그래서 어떡하면 좋을까요?"
"어떻게 그 동안 참고 지내셨어요? 많이 아팠을텐데.. 밤에는 잠도 못자고.."
"..."
"음! 한꺼번에 다 수술할 수는 없고 급한 것부터 하나 해치우고.."

"..."
"그리 심각하게 생각치 마세요.. 어차피 죽을 때까지 완벽하게 보존해서 갈 수는 없잖아요.."

3번이나 디스크 수술을 했으니 나도 이골이 나 의사가 어떤 표현을 사용하더라도 새겨들을 여유와 나름대로의 이해를 할 수 있는 지식도 갖추었다.
'그래 저런 상황에서는 힘들지.. 맞는 말이야!'

"허긴.. 그러면 언제쯤.."
"오늘 바로 하시죠.. 너무 고통스럽잖아요.."
"그러죠.. 아프지만 않아도 잠 좀 잘 수 있을텐데 말이죠.."
"그럼 그럽시다.. 김 간호사! 이 분 수술 준비.."

그는 진찰실을 나와 병원 복도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다. 벌써 이번이 네번째다. 고등학교때 선배에게 허리를 각목으로 맞고 처음 디스크 수술을 한 이래로 말이다. 참 튼튼한 허리였는데.. 중학교 때 7회를 완투하고도 심심해서 약 50개 정도의 공을 더 던지는 허리였는데.. 이제는 모든 디스크가 다 문제란다. 더군다나 요번 것은 다리 신경 하나가 마비될 지도 모른단다. 너무 오래 방치해 놔 신경이 이미 끊겼다고 한다. 회복될 확률 5%! 참 한심한 일이다.
'참! 무슨 일이 이래 꼬이지.. 당장 해야 할일도 태산인데...'
갑자기 부장의 찡그린 얼굴 표정이 확 나타났다 사라졌다.
'내년도 업무계획이 중간 공정 단계에 와 있는데 이렇게 사고를 쳤으니, 이 일을 어쩐다! 휴!'

"120번 환자분!"
"예~"
"수술 준비하시구, 보호자 분은? 아마 내일 아침쯤 하게 될텐데.. 오늘 저녁은 금식이시구.. 그리구.. 지금부터 검사를 5가지 해야 하니깐.. 저기 가셔서 환자복으로 갈아 입으시고.. 보자.. 이해 안되시는 것 있으세요?"
"..."

잠이 깨였다.
'지금이 몇일이지? 몇시야? 수술은 잘 된 건가? 이 사람은 어디 간거야? 또 영락없이 꼼짝 못하는 시간이 한 2주일 걸리겠구먼..'
어제의 일들이 갑자기 스쳐간다. 부장이 이번에도 또 수술이냐며 짜증섞인 얼굴로 나를 쳐다 보지도 않고 하여튼 빨리 회복하고 오라고 한다. 회사 일은 걱정 말라고 한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 알아서 한다나.
'에라 모르겠다.. 어찌되겠지..'
마취가 아직 덜 깨였는지 이상하게 통증이 없다. 무통주사를 놓았는지도 모르겠다. 주변을 둘러보니 1인실이다. 돈이 꽤나 들겠다. 1일 26만원이라 했던가.. 허긴 요즈음에 병실 구하기가 쉽지 않은 데 몇일을 아프면서 지내느니 바로 수술을 할 수 있었으니 이거라도 어디냐 라는 위안을 해본다. 갑자기 문이 열린다. 분명 의사들이다. 노크도 없이 막 쳐들어 오는 사람들은..

"환자분 괜찮으세요?"
"예.. 안아프네요.."
"원장님께서 집도하셨어요.."
"예?"
"환자분 회사일도 있고.. 실패확률도 있었지만.. 원장님이 한 번 해보자 해서.."
"그럼.."
"오늘 퇴원하시구.. 내일부터라도 계속 움직이도록 해보세요.. 아! 저번에 말씀하셨던 자전거.. 그래요.. 자전거 운동 많이 하시구.. 나머지는 간호사가 알려줄 것입니다."

'무슨 소리야? 어떻게 해 놓은 거지?'
의사들이 자기들끼리 알아듣지 못하는 전문용어로 몇마디 나누더니 인사도 없이 방을 나가버린다. 갑자기 병실이 조용해진다.
'이놈의 마누라 어디 간거야?'
멍한 시간이 얼마나 흘러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해 놓았는지 테스트를 해보고 싶은 충동이 났다. 한두번 한 수술도 아니고 이 방면은 그도 거의 도사 수준에 올라 있었다. 허리에 약간 힘을 주니 이상한 느낌이 없다. 괜찮다.
'그럼 수술을 안한 것인가? 어찌 된 것이지? 가만히 있자.. 괜히 힘주다 등가죽 꼬맨 것 터지면 나만 괴롭다.. 그래 그만 두자.. 괜히 덧나면.. 에라 모르겠다.'
시간은 또 아무 뜻없이 흘러가고 있다. 전자시계의 찍..찍.. 하는 소리와 보조를 잘 맞추면서 끊임업시 흘러간다.
'아~ 졸립다. 허긴 병원에서는 자는 것이 만사 최고다.'
눈을 좀 부치고 공상의 나랠르 펼치는 순간 갑자기 문이 열린다. 의사들은 아닐 것이고 간호사인가? 아님 마누라인가?

"어? 일어나 있었네.. "
"어디 갔다가 온거야?"

말투에 짜증을 실어 던졌다. 환하게 웃으며 들어오던 마누라의 얼굴 표정에 순간 먹구름이 한번 싹 지나간다. 괜한 짜증을 냈나보다. 퇴원 수속을 하고 왔단다. 일의 전후사정은 이랬다. 내가 너무나 많은 수술을 하여 더 이상 등 근육을 자른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원장이 말해 갑자기 수술 방식이 확 바뀌어 버린 것이다. 근육은 재생되지 않는다. 그래서 한번 자른 근육은 그냥 어슬프게 붙어있는 것 뿐이다. 즉, 원래의 상태로는 돌아오지 못한다고 한다. 수술 한부러 하는 것 아니다 라는 것에는 이러한 근육의 재생 불가능도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옆구리에 구멍을 내어 기구를 넣어서 수술을 하였다고 한다. 그럼 당연히 바로 일어설 수 있는 것이다. 근육을 건드리지 않아서 말이다.

"그래? 그런 게 있었어? 그럼 지금 일어나도 돼?"
"그래도 무리하지 말자"
"그래, 그러자"

(다음에 계속)


music: Kitaro-Theme from silk road

  • ?
    문득 2003.09.08 15:59
    그런데, 황선생님은 뉘신지요?? 추석 잘 보내셔요~^^
  • ?
    parkjs38 2003.09.08 21:14
    ^^; 글세요.. Fiction? or Non-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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