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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씀이고 한번쯤 생각해봐야 될 말씀인것 같아서 옮겨봅니다.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최화수의 세상읽기] 벌초와 수목장(樹木葬)
친환경 장묘 운동을
'자연에서 자연으로'


  

추석 명절을 앞두고 주말마다 전국의 고속도로와 국도는 차량 정체로 몸살을 앓는다. 해마다 어김없이 되풀이 되는 일이지만, 벌초 차량들이 대거 몰려나오는 때문이다. 귀성과 성묘, 벌초에 따른 교통 혼잡 등의 경제 사회적 비용은 엄청날 것이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벌초 행렬이 이어지는 이것이야말로 우리에게 남아있는 대표적인 아름다운 미덕일지도 모른다. 조상을 섬기고 받드는 예의범절을 어찌 돈으로 환산할 수 있으랴.

벌초 행렬이 넘쳐나는 지난 8일,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고려대 연습림에선 우리나라 임학계의 거목 오재(悟齋) 김장수(金樟洙)옹의 장례가 수목장(樹木葬)으로 치러졌다. "내가 죽으면 나무 곁으로 보내달라"는 고인의 유언에 따라 생전에 즐겨 찾던 대학 연습림의 50년생 참나무 아래 화장한 유골을 묻은 것이다. '김장수 할아버지 나무'-이 명패가 유일한 흔적으로 남게 되었다.

귀성 행렬과 성묘는 또 그렇다 치고, 그 앞의 벌초만 하더라도 예사 문제가 아니다. 고속도로와 국도와 지방도에 엄청난 차량 정체현상이 빚어지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풀을 베는 예초기의 사고가 빈발, 크게 다치는 이들이 비일비재하다. 또한 벌초를 하려다가 벌에 쏘이거나 뱀에 물려 목숨을 잃는 이들도 있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좋은 일에 나쁜 일이 겹치니까 문제다.

고려대 농대 학장과 한국임정연구회장 등을 지낸 김장수옹은 평생을 나무와 함께 살아왔다. 그이가 선택한 수목장은 화장 후 유골을 나무의 뿌리에 안치하는 장묘이다. 우리나라에선 아직은 낯설지만, 스위스 독일 영국 등 유럽지역에선 근래 자연장(自然葬)의 하나로 각광을 받고 있다. 수목장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실천하는 가장 자연스런 장묘법이기도 하다.

전국의 묘지는 무려 2000만기로 그 넓이는 서울시의 1.6배인 2억9333만평이다. 여기에 매년 20여만기, 여의도 면적의 1.2배가 추가돼 전국 공장 부지의 세 배가 넘는 산이 해마다 묘지로 바뀐다. 이대로 가면 앞으로 10년 안에 집단묘지 공급이 바닥나고, 50년 후에는 이 땅 어디에도 묘지를 쓸 곳이 없게 된단다. 우리나라를 일러 '묘지공화국'이라 해도 이론이 있을 수 없는 실정이다.

김장수옹은 지난 6일 85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그의 유골은 50년생 참나무 로부터 2m 지점 30㎝ 깊이의 구덩이에 묻혔다. '김장수 할아버지 나무'란 조그만 명패밖에는 봉분도 없고, 제단도 없다. 하지만 그이는 나무의 밑거름이 되어 자연으로 되돌아가게 된 것이다. 김장수옹은 올 봄에 먼저 자신의 조상 묘소를 모두 정리했었다. 조상들의 유골을 화장하여 나무가 울창한 산에 뿌린 것이다.

전국의 묘소 2000만기 2억9333평을 벌초하려면 그 노력이 엄청날 터이다. 하지만 아무리 잡초가 무성하게 뒤덮고 있다고 해도 묘소라고 죄다 벌초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벌초도 성묘도 할 사람이 없어 쓸쓸하게 외면받고 있는 무연고 분묘가 무려 7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데도 왜 좁은 땅에 굳이 묘지를 써야 되는지, 우리 장묘문화의 문제점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벌초나 성묘 차원의 문제로 그칠 일이 결코 아니다. 좁은 국토를 뒤덮고 있는 봉분 사태를 누구도 외면할 수 없게 됐다. 매장 위주 장묘제도가 언제까지 발을 붙이게 될지도 의문이다. 사실 이제 화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으로 다가오고 있다. 화장이 일반화 되는 것에 대한 대비도 서둘러야 한다. 납골묘, 납골당의 건립 형태나 규모 등에 대한 제도 확립도 분묘제 못지 않게 심각하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민간단체들이 자연장이나 수목장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유럽 각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수목장, 숲을 이용한 나무무덤 등 친환경적인 장묘제도의 도입과 보급에 대한 당국의 적극적인 검토와 사회운동이 전개되었으면 한다. 이제는 더 이상 묘지가 문중의 영예와 부를 과시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추석에는 우리 모두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장례문화 혁신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합당한 결론을 얻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논설주간 hsc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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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호정 2004.09.15 00:06
    신문 논설주제로 시기 적절한 제안이라 생각합니다
    지식인들이 먼저 인식하고 실행해야 할 우리 국토 보존의 긴급사항입니다. 재력가들이 가묘치장에 낭비를 줄이고 친 자연적인 배려를 할 때입니다. 역사속의 군왕들 묘처럼 조성하여 후세인들의 휴식공원화를 제공할 용기가 없다면 현실에서 화장문화로 후손에 피해없는 국토를 만들도록 관점을 바꾸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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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napurna 2004.09.15 00:44
    좋은글 잘읽어 보았습니다.
    저도 최화수님의 생각과 같습니다.
    "화장 문화로 후손에 피해 없는 국토를 만들도록 관점을 바꾸어야..."
    라는 섬호정 어르신의 말씀에 동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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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해 봉 2004.09.15 13:25
    공감이가는 좋은 말씀입니다,
    이웃 일본이나 중국에는 묘가없는데 (우리동포가 많이살던 간도 용정일대에는 옛날에 모셨던묘가 약간있음) 우리나라의 장묘문화는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야생마님이 좋은글을 올려주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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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안세상 2004.09.15 13:51
    이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후손들의 땅을 빌려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이지요.
    과연 우리가 후손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곱씹어 봐야 할 사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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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마 2004.09.15 20:51
    저의 문중에서 선산에 묘지 조성하기가 한계에 다다랐는지 선산안에 납골당을 만들었어요..화장해서 유분만 안치하게끔 하나봅니다..
    제자리도 정해져 있더만요..그 자리를 보면 참 묘한 생각이 듭니다..
    그 어두컴컴한 곳에 저의 유분을 안치하는것 보단
    제석봉에 나무한그루 곁에 묻어 자양분이 되는게 훨씬 좋을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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