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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전 꼭 이 맘 때였다.
도봉산 우이암에 오르며 아카시아꽃이 흐드러졌었으니까.
일요일인 그날 부천역에서 부터 가벼운 배낭을 맨 우리 부부에게
어디가느냐? 힘은 안드냐? 등 물으며 전철을 같은 칸에 탄
좀 이상한 커플이(죄송합니다) 영 부담스러웠다.

남자는 70세가 훨씬 넘어 보이고, 잠바와 바지를 기막힐 정도로
잘다려 입었고 검정구두가 반짝거리는 차림에 빈손이고

여자는 당시 50인 나보다 두세살 더 들어 보였고
큼직한 배낭을 메고 등산화를 신었다.

도봉산 전철역에서 내리니 그들도 우리를 따라 내렸다.
우리는 이상한 커플을 떼 버릴려고 좀 빨리 걸었다.
매표소 뒷길 가파른 바윗길을 오르는데,

뒤에서  힘들게 따라오던 여자가
"아버지는 항상 내 말 좀 들어요. 운동화 신고
이런데 좀 나오면 얼마나 좋아요." 했다.

순간 우리 부부는 얼마나 부끄럽고 그 어른께
죄송했던지 몰랐다.
우리 부부는 왜 그리 경솔했고 어리섞은 단정을
해버렸던가가 죄스러웠다.

편안한 자리에 그 어른을 앉으시도록 하고
오이,당근,사과 등을 드렸다.

69세, 두살 더 잡순 할머니께서 11년전 별세하셨고
보령에서 부천 원미동으로 이사한지가 10년 되셨단다.
아들 둘, 딸 넷 모두 결혼하여 부천,서울,성남에 살고,
아침에 밥을 한번해서 저녁까지 드신다고 했다.

딸은 나와 동갑이고 혼자서 사남매를 길렀다고 하며
친정 아버지가 사시는 원미동 옆 춘의동에 산다고 했다.

아버지께 수시로 가보고 싶어도 직장에 다니니
쉽지가 않고 일요일은 이거저것 해야하니 오히려 더
바쁘다고 했다.

한달에 한두번 김치와 밑 반찬을 갖고 간다고 하며
"누집이든지 할머니 앞세운 집은 우리 아버지 같이 저 고생해요."
하는 큰딸의 말은 명언 아니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웅변이었다.

(어제 오후 성주산[부천 송내동과 인천 장수동]에 오르는데
입구에는 아카시아 꽃이 떨어져 말라 쌓여 있어도 향기가
진동했고 산속에는 만발했다.

늦게 퇴근한 집사람과 원미동 할아버지 이야길 했다.
깔끔하신 할아버지는 지금도 정정하실 것이다.

그날 내가 관악산 가는 길과 북한산 가는 길을 가르쳐드렸고,
당장에 운동화와 등산화를 사신다고 했으니까.

당부사항 : 누집이든 할머니께 보약도 많이 해드리고
등산도 많이 하시도록 하실것).
  • ?
    운영자 2003.05.23 22:46
    어찌되었거나 흐믓한 이야기 입니다.
  • ?
    까막 2003.05.24 08:32
    나이가 들수록 그런 심정이 더 깊어지네요... 늘 헤어짐을 앞두고 살아야 하는 노년의 삶에 대한 소회......
  • ?
    솔메 2003.05.24 10:01
    여러해 전의 늦은 봄날, 깊게 남아있는 추억이군요..나이가 들수록 무게가 더해지는 ....
  • ?
    송학 2003.05.24 10:31
    맞습니다. 할머님들 욕심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게 사람힘으로 되는것도 아니고 추한 모습보이지 않게 열심히 사시겠죠
  • ?
    김수훈 2003.05.25 19:23
    백두대간 신의터재에서 아카시아, 찔레 향기 실컷 맡으며 걷다가 갑작스런 비 때문에 도중 하차, 지금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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