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빡쎈 일정으로 설악산을 휘젓고 오겠다는 폭탄주 님을 그저 부러워만 했지요.
"용대리-(버스 10분)-백담사,주차장-(40분)-백담사-(2시간)-오세암-(2시간)-마등령-(2시간)-1275봉-(2시간)-희운각-(2시간 반)-대청봉-(2시간 반)-오색"
시간을 합산해보니 약 14시간 코스인데..., 아마 폭탄주 님 속도로는 11시간 쯤 걸리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계산을 하다보니, 근질근질하여..., 너무도 따라가고 싶어서 준비를 하였지요.
뭔 준비냐구요 ??
마눌 함락작전....
근데 영~ 구실이 안생기는겁니다.
원래 24일에 직원들과 설악산 가기로 했지만, 그거 물건너 갔단 말에 마눌은 은근히 쾌재를 불렀거든요.
지난번 [불수도] 12시간 하고는 무지 힘들었단 내 고백에, 앞으론 즐기는 등산을 하라며 제법 훈계성 잔소리까지 신경써주는 '척' 해댔던 터라...어젠 폭탄주 님의 일정을 다시 보면서...
가고 싶단 마음을 더이상 억누르면 아니되겠다 싶어서 드디어 행동에 옮겼습니다."저기..., 있지이...."
뭔 남자가 이리 소심한건지..."어??? 야~ 이번엔 24일이 월급날이네...!?"
말하려다 말구 마치 우연히 놀라운 사실 발견한듯한 연기를 펼쳤습니다.
월급이라고 쥐 꼬리만큼 받으면서... ㅋㅋㅋ"그날 밤에 설악산 가기로 한거 다시 가야겠는데..., 어쩌지 ??"
논리적 연결고리가 전혀 없는 내 말에 나도 왜이렇게 진행되나 싶은데...
어안이 벙벙한듯한 마눌은 "아프다면서?"라고 빠른 말투와 함께 머리의 회전도 고속모드로 변경시키는 느낌였습니다."지난번 내 생일때 사준 그 등산복 이번에 입으면 딱이겠다..., 그치 ??"
허락은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김칫국 먼저 마십니다."이번엔 말이지 토요일 밤에 오니까...."
마치 조심해서 다녀오란 말이라도 들은듯 너무 앞서 갔나봅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마눌의 표정에서 전개가 지나치게 빠름을 감지하였습니다.상황이 이리 막가는 쪽으로 진행되고...., 이쯤 되면 논리고 뭐고 이미 물건너 간 겁니다.
억지가 최고입니다."하여튼 그날 아니면 못갈거 같아서..., 이번에 꼭 가기루 했어!!"
과격한 전개에 나 자신도 놀랍습니다.마눌은 내 기세에 포기 먹는 눈치입니다.
"아니, 이 매형 생일엔 달랑 문자메세지 한번 보내 놓고 말야...., 매번 가야는거야 ??"
처남 생일은 10월의 마지막날인데..., 해마다 가서 생일 파티 해줬는데...
점 입가경이란 이런것이란 걸 보여주려 벼른듯 안해도 될 말까지 했습니다.나쁜 남편이고 나쁜 매형이지요 ?
그러구보니, 허락이라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는다는 것이 정확할 듯 합니다..나를 좋아하는 잘생긴 처남한테 전화해야겠습니다.
내 부디 잘 다녀오겠다고, 그리고 생일에 못가서 미안하다고...
누나한테 말도 잘 전해달라고....공룡능선....
이렇게 힘들게(!) 하여 가려는 만큼, 설레임과 두려움이 또 즐겁게 엄습하네요.여러 님들, 폭탄주님이 중간에 날 팽개치고 가지 않도록 '신신당부' 부탁합니다. 하하
내용과 상관은 없지만 딸아이가 홈쇼핑 카탈로그 보고 그린 스케치인데 예뻐서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