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암에 올라
곽재구
연기암에 올라
해지는 섬진강 보았습니다
허리 굽은 구례 사람들
등불 하나씩 들고
강변 논밭에 주저앉고
노을이 느린 걸음의
강물을 따라 나서는 동안
어둠이 깊은 포옹으로
산을 껴안는 것을 보았습니다.
깊이 사랑했으므로
그들의 뼈는 소리없이 부딪치다가
산계곡을 타고 올라
하늘의 시린 강이 되었습니다.
연기암에 올라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을 보았습니다
사랑했으나 쓸쓸히 헤어진
사람들의 눈망울들
들판 멀리 지천으로 깔렸습니다
하룻밤을 걷고
열흘 밤을 걷고
천 날을 걸어도 끝나지 않는 길들이
별들 사이 펼쳐져 있습니다.
...
늘봄님,
이 작은 방까지 찾아주셔셔 고맙습니다.
종종 마당에 서성이다가 되돌아가곤 하셨나 봅니다.
빗장 늘 열어놓았으니
자주 뵙길 바랍니다.
저와 여기 들르는 분들 모두 기쁘겠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