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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어느골에
검정말 한匹이 어떤 居士하고 살고있는디,

눔의  나이도 어언 몇년수 헌디다가,
그동안 잔등에 居士를 얹고서 달린 길이
자그만치 이 지구 땅덩어리를  여섯바꾸 돌고도 쬐게 남음이 있는 거리인지라
내심 눔의 건강이 걱정이 되기는 허나,

요즘도  그 주인인 居士를 뫼시고
겨울의 찬바람을 휭-허니 가르면서
來往시작헌지 얼마 아니된 자갈길이나
험하기로 號가 난 고속길이나 간에
콧김도 드세게 휘날리며  북방에서부터 남행에 이르도록
조선팔도 산천경개 모다 집고 다니기를 마다 않으니
馬夫인 居士로써는 기쁘기 한량이 없었겄다.

본시,
馬의 습성으로 보면 잠을 잘때도 네발을 꼿꼿이 선채로 자고
대소변도 선채로 해결하는 눔덜인지라
혹여
무릎을 꿇고 앉거나 자주 엎디어 있으면
그 눔은 이제 힘도 못쓰는 볼장 다 본 병든말이라고
고깃근이나 된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장에 내다 팔아버리는 것이
그들을  부리는  마부들의 속성인디,

이눔은
아직도 건강허고  총기 또한 멀쩡하여
주변에 고양이,생쥐 한마리가 얼씬해도
크르르르-히힝-크르르... 소리를 내며
머리를 좌우로 흔들고 앞발을 턱턱 짚어대며
居士에게 알려주는 영민함이 있어 좋았다.

또한,
심성은 좋으나 비교적 게으른 居士가
아침마다 눔의 콧잔등을 살살 긁어주며 뱃구레를 쓰다듬어 주기도 하고
때때로 입천장을 벌려
복잡허게 얽혀있는 그 속을 요모조모 들여다보며 먼지낀 때도 닦아주고
배 아랫쪽으로는 눈에 안 띄게 종기라도 나지 않았는지
엎디어서 올려다 보며  관심을 주다가
약간의 먹을것과 얼지않는 물 한 바가지라도 정성들여 맥여주는등
주인의 작지만 갸륵헌 정성만 있으면  별로 속을 썩이는 일이 없었지요.

마부인 居士는 본시
소나무가 우거진 [솔메]라는 동네가 탯자리라하여
松山居士라는 아호를 쓰다가 [외솔 최현배]선생의 한글사랑의 고귀한 뜻을 좇아서
[솔메거사]라는 필명으로 자칭하면서
이리저리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나간에 周遊天下 하는것을 樂으로 살고있었는디..^^

그가 살고있는 居處는
요즘 한양사람덜이 그렇게도 갖기를 소원하는 [아파또]라고 허는  
4층으로 된 허름헌 움막인디,
그곳에서 내려다 볼짝시면
검정말의 펑퍼짐헌 잔등이 훤이 내려다보이도록
마굿간 한칸없이 北風寒雪의 한데서 살게 놔둔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지요.....^^

주인이 마실을 가거나 긴한 출입을 할적에는
눔의 잔등에  가죽으로 덮인 약간 푹신헌 안장에 올라앉아  
고삐를 살며시 말아쥐고는
오른발에 달린 拍車로 눔의 뱃구레를 지긋이 대고 눌르면
그 즉시
꽁무니 근방으로 당찬 콧김을 힝힝-대며 마부의 의지데로 잘도 달리고

팔도유람을 가거나 시골장 또는 읍면소에 가서도
馬夫가 일 보는 동안에 고삐를 묶어놓지도 걸쳐놓지도 않은채
말안장 옆댕이에 도도록허게 솟아달린 걸쇠만 잡아 당겨놓으면
다소곳이 주인만을 기다리며 서 있다가
다음 갈길을 척 척 알아서 向을 잡고 나섰지요.

인간은 나이가 듦에따라  먹는량도  줄어가는것이 동서고금의 깊은 이치임에도
눔은 일평생을 허덕허덕 달리며 살아왔나니,
같은 거리라도 조금씩은 더 많이 묵어야 기운을 쓸것 아니냐고
말(言)보다는 몸짓으로 은근한 주장을 펼치기도 하여
요즘은 더욱 자주
[加油店]이라고 허는 馬公專用 식품가게를 들려
液化된 고농축영양제를 사주어야 하니  경비가 더들기도 허고
반드시 대형 빨대를 사용하여 먹여주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지요.

눔의 말굽(馬蹄)은
그저 늙은눔이나 젊은눔이나 간에 먼길을 오래 달리다 보면 닳아지므로
편자교환을 해주어야 허는디
둥글납작헌 쇳판에 못을 처대는 구식 말편자보다는
둥그런 쇠 테두리에 옴푹옴푹 패인 고무를 씌워
바람이 탱탱허니 들어간  복합제품을 선호하니
하는수 없이  넌즈시 눔의 성깔에 따를 수밖에 없지요....

또한
세월이 가다보니
다른놈과 스치기도하고 암놈하고 얼려대기도 허다가
顔面과 콧잔등, 몸푸에는 여러모로 세월의 훈장이 걸리듯
이런저런 크고 작은 주름들이 생기고 패이게 마련이니
대개는 이를 日帝잔재 용어로 -[기스]라 일컫는디  

하여간
그 세월의 풍상은 눔이 速步를 닫건 快走를 하건 영향은 없으니  별무걱정인디,
문제는
눔의 심폐및 소화, 순환기계통의 病發이 문제이지요.

요즘은
일부 몰지각헌 [加油店]에서
벤젠 ,톨루엔,신나등을 타서 만든 가짜농축액의 유통이  횡행하여  
먹는것이 잘못되거나 소화기계질환이 생기면
下焦는 항상 음습하고
냄새 또한 고약한 [가죽피리]를 연신 붕붕- 뀌어대거나
갑자기 앙탈을 하듯 괴성을 냅다 지르면서
네발을 땅에  공고히 버티고는  
오도가도 않고 꼼짝을 않는 낭패를 당할때면
巨金을 주고 [견인馬]를 동원하여 고삐를 잡아끌며 황급히 동물병원으로 갈때도 있지요.

그 고약한 가죽피리는
산천의 공기를 더럽히기도 하여
인간은 물론 온갖  植生들에 폐해를 주는  원인이 된다니
그것 또한 신경 곤두서는 일이기에 마음이 쓰이더랍니다.

그 외에도
달릴때마다  움직여대는 - 소위 활동부분들이  때가 끼고 닳아지면
제 아무리 갈기를 세우고 꼬리를 흔들어 털어내고 물에 씻어 맵시를 내려해도
근본적인 폐품반납이 아니면 해결방안이 없으니
인간이나 동물이나 간에
[세월앞에는 장사가 없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이 萬古의 眞理가 아닐런지요. ?
그런고로
눔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수의사와의 면담이 잦아지는 번거로움이 생기겠지요...

요즘은 시골마당이나 동네고샅까지
수의사들이  즐비허게 가겟방을 열어 간판을 내어걸고
몸살나고
눈꼽끼고
혹은 절룩거리며
악성 가죽피리를 불어대는 등  
단 五里도 못가서 발병나는 말들이 많이 많이 찾아주기를
경쟁적으로 기다리는 실정이라 해도
진료숫가가 천차만별이고
사용허는 藥材 또한 각양각색이니 매우 혼돈스러워.
신수日辰이 불길한 날이면
호되게 누렁바가지를 둘러쓰는 일들이 非一非再라 하는 소문도 들리지요...


비록 늙고 비루먹어  이런저런 걱정거리가 있기는 허지만
居士의 一聲一觸에 충실히 움직여주는 눔이 있어 한없이 편리하고 좋은일이니

희망이 있다면,
설한풍을 피해내고 밤이슬도 안맞는 곳에
마굿간 하나 의지 세워
앞으로도
구름터와 옥당고을이 쩌렁하게 말발굽소리 울려가며

居士愛馬 혼연일체
무병장수 歲歲年年
행복허게 살려한다고  합디다요....^^

^_________________^

-전라도 구름터 솔메거사-




  • ?
    늘봄 2002.01.30 14:59
    저에게는 미끈한 백마가 있으니 말고삐를 나란히 잡고 함께 너른 남도의 들녁을 달려 봄직도 합니다.
  • ?
    오브 2002.01.31 01:03
    이제는 하도 오랜 知己라서 마부의 마음을 쏙쏙 잘 읽겠습니다. 앞으로도 내내 무탈하여 말발굽소리 드높길..^^
  • ?
    두레네집 2002.01.31 09:12
    얼마전 우리 말이 가짜 농축액을 먹었는지 한없이 신음하길레 다음 먹이 먹일때 고농축 소고기 한덩이(불스 원샷) 주니 소리가 가라앉더라구요. 이 눔이 오래 살아야 되는디...
  • ?
    자유부인 2002.01.31 10:04
    ㅎ ㅎ ㅎ
  • ?
    이봉신 2002.01.31 22:50
    저의 말은 짐만 실으라고 만든놈이라 여간 시끄럽기가 말이 아니랍니다.세금이 적다는 이유로 끌고는 다니는데 어찌나 시끄럽고 덜컹대는지.그래도 이놈 안장은 높다보니 전망은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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