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에서 짧은 이틀을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지리로 갈 때와 돌아왔을 때 마음이 다르다는 것을 느낌니다.
이번 지리행은 그 곳을 떠나 도시로 돌아와
참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원래는 삼정산 일곱개 암자를 곱게 밟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일정을 바꾸어 백무동에서 세석으로, 그리고
남부능선을 걷다가 의신으로 내려왔습니다.
문득 촛대봉에서 바라보는 세석과 대성동의 할머니집이
그리웠기 때문입니다.
소원대로 된 셈입니다.
하지만, 정말 제대로 지리로 밟고 왔는지 스스로 자꾸 묻습니다.
산장 취사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분주하고 허공찬 모습이
혹 저의 모습이 아니었는지, 자꾸 되돌아보게 됩니다.
언제부터인가 지리를 조용히 가슴으로 밟고 육신으로 느끼고,
그리고 말 없이 많은 생각을 스스로에게 하던 모습이 날아가 버린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는 세석에게 위안을 받습니다.
그리고 대성 마을의 남겨진 원형의 모습과 눈꽃 날리던 모습에 가슴을 핍니다.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표를 구해주신 전군님, 그리고 걱정해 주시고 안부 어쭤주신 많은 분들
감사합니다.
산행기는, 글쎄요, 게을러진 저를 한참이나 채찍한 다음에 약속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레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