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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랫만에 글을 쓰네요.
오늘은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 하나 들려 드릴려구요.
제가 직접 들은 이야기는 아니구요, 퍼온 글입니다. 솔직히 저도 이 글을 읽고 어디까지
믿어야 할 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사랑방 가족분들도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래요...


벌레면 할머니의 말씀은 하나하나가 모두 고전문학입니다. 할머니의 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요즘 아이들은(할머니의 고등학생 손녀들을 포함해서) 할머니가 옛날이야기를 꺼내시면, 사투리 때문에 알아듣지 못하겠다느니, 너무 황당해서 이해가 안 된다느니, 못살던 시절의 궁상맞은 이야기라느니 하며 듣지 않으려 하지만, 할머니와 코드가 맞는 박쥐보살은 할머니의 음율적인 사투리 자체가 모두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보존할 가치가 있는 고전문학으로 들리므로, 손녀들을 꾸짖습니다. 요즘에는 매스컴과 교육 덕분에 시골사람들도 표준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할머니처럼 걸러지지 않은 사투리를 완벽하게 구사하시는 분은 가히 인간문화재로서 잘 모셔야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더욱이 전라도분들은 초상때 哭을 하더라도 음율을 맞추는 타고난 소리꾼들이죠. 할머니의 이야기를 가장 진지하게 경청해 주는 청중이 있음이 바로 할머니께서 이곳에 자주 오시는 이유라는 며느리의 주장도 꽤 타당성이 있어 보입니다.......이야기가 처음부터 옆길로 새었군요.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할머니가 처음 시집을 갔을 때에는 1950년대 초, 즉 육이오 이후 휴전협정이 체결될 때였다지요. 그 당시에는 모두 못살던 시대였지만, 할머니의 집안은 더욱 어려워서 새댁이 남의 집 품을 팔아서 겨우 식량을 구해 먹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 사람에게서 약초 캐는 채약꾼들과 함께 지리산의 약초를 캐다 팔면, 품팔이보다 나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지리산의 약초꾼이 되었대요. 이 때부터 살림이 피기 시작하여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고 논밭을 사서 농사도 짓게 되었답니다.
“지금도 지리산 골짜기가 눈에 훤히 보이는구먼. 큰 골이고, 새끼 골이고 간에 내 손바닥 보듯 훤히 다 기억하고 있제. 어느 골에 가면 오갈피나무가 많고, 좀피나무(초피나무)나 곰취가 많은지 내 모르는 골짜기가 없응께.”

할머니가 약초를 캐러 다니다가 독사에 물렸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언제 들어도 구수한 할머니의 사투리 육성으로 들어야 문학적 감동이 전해질 터이지만, 읽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서 표준말로 번안(?)했습니다. 문학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가 되겠지만......
“어쩐지 발이 물큰하면서 선뜻하더구만. 꼬랑지를 밟았는지 이놈이 발 뒷꿈치 복사뼈 뒤쪽(아킬레스 건을 말함)을 물었어. 뱀은 사람을 물면 흙을 집어 먹는다네. 뱀이 흙을 먹기 전에 먼저 이쪽에서 아무 풀이라도 뜯어서 먹고, 다른 아줌씨들이 쫒아가서 막대기로 뱀을 때려 죽이는 동안(반드시 죽여야 한다고) 물린 사람은 발목을 꽁꽁 동여매어 피가 위로 올라가지 않게 해야 하는데, 묶을 띠가 있어야지. 그래서 삼단같이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다니던 낫으로 베어 이 머리카락으로 발목을 동여 매었지. 다음에는 가지고 다니던 백반을 씹어 그 침을 물린 자리에 뱉었어. 절대로 물린 자리에 손이나 입을 대면 안돼. 그냥 튀튀 뱉었지. 발목이 퉁퉁 붓더구먼. 지팡이를 만들어 짚고, 절뚝거리며 돌무더기 많은 좀피나무 있는 곳으로 찾아가서 좀피나무를 베어 생나무를 태우기 시작했지. 산에 다닐 때에는 백반과 성냥은 꼭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불을 피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 좀피나무 태우는 연기에 물린 발이 짓무르도록 쐬었더니, 부은 게 좀 낫더구만. 어쨌든 그 덕분에 집까지 겨우 겨우 걸어서 내려왔지.”

다음은 호랑이 이야기입니다.

약초꾼들은 항상 남자를 포함해서 여자들까지 열명 정도가 함께 다니는데, 어느날 바위 밑에서 호랑이를 맞딱뜨렸답니다. 다리가 덜덜 떨리고, 오금이 얼어붙어서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는데, 대장격인 나이 지긋한 남자분이 갑자기 호랑이에게 큰 절을 하면서,
“어리석은 우리 인간이 무엇을 알겠습니까? 그저 너그러운 산신령님 덕분에 이렇게 산에서 약초를 캐어 먹고 사니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잘 봐 주십시요.” 다른 사람들도 목숨을 하늘에(호랑이에게) 맡기고 모두 땅바닥에 엎드렸답니다. 호랑이도 사람 말을 알아들었는지 그냥 가버렸대요.

약초를 다 캐어 이고 지고 산길을 내려 올 때의 이야기입니다. 맨 앞과 맨 뒤에는 남자, 가운데에는 여자들을 끼워 데리고 한 줄로 내려오는데, 마을의 불빛이 보이는 곳에 다다르자, 맨 뒤의 대장격 남자가 “이제 그만 바래다 주셔도 되겠소. 덕분에 무사히 내려와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더랍니다. 여자들은 대장이 누구와 하는 이야기인지 처음에는 몰랐었지만, 그것이 호랑이와 하는 대화라는 걸 알고 난 뒤 자지러지게 놀라서 말도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렸답니다. 사려 깊은 대장은 처음 산길을 내려 올 때부터 자기 뒤를 따라오던 호랑이를 알고 있었지만, 여자들이 호들갑을 떨면 얌전하던 호랑이가 혹시 날뛰다가 일이라도 낼까 두려워 무서움을 참고 소리도 내지 않았더랍니다.

읍내 장날, 걸어서 4시간 걸리는 장터까지 농산물을 팔러 나가려면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밥지어 먹고 애기를 등에 업고 떠나야 합니다. 어느 봄날 새벽. 안개가 자욱하게 낀 신작로를 이웃 아주머니와 함께 애기는 등에, 짐은 머리에 이고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읍내로 향하는데, 컴컴한 길 앞쪽에 파아란 불이 두 사람이 가는 길을 비춰주더랍니다. 지금처럼 자동차가 많은 시절도 아니니 헤드라이트는 아니겠고,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호랑이의 눈빛이었답니다.......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만, 맞장구를 치며 이야기에 추임새를 넣는 사람은 오직 박쥐보살 뿐입니다.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지어내는 재주는 없거든요.

<위 글은 "마이너스 클럽" 김설지님의 글입니다>
  • ?
    부도옹 2003.08.08 07:11
    반갑습니다, ^^* 더운날들 잘 이겨내고 계시는지, 오랜만에 소식 띄우시네요.
  • ?
    ㅇㅓㄹ간이 2003.08.08 23:40
    내가 어릴적 우리 외갓집 매형이 밤새 도깨비와 씨름을 했던 실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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