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 노스 림(north rim) 에서 처음 그랜드 캐년을 내려다 봤을 때의,
숨이 턱 멎을 것 같은 느낌은 정말 뭐라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너무 장엄하고 아름다운 나머지 갑자기 슬픈 느낌이 들어서 한참 앉아서
그냥 바라보기만 했었다.
작년에 미국에 몇 달 있을 때, 그랜드 캐년 사우스 림에 한번 가봐야겠다 생각하고
인터넷 검색하다가 우연히 계곡 아래 콜로라도 강까지 내려갔다 오는 트레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거리상으로는 충분히 하루 만에 강까지 내려갔다 올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공원 안내서에는 하루에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경고가 있었고 처음 가보는 곳
이라 무리하면 안 될 것 같아 일단 내려가 보고 올라오는 지점은 상황에 따라
결정하기로 계획했다.
하이킹 전날 오후에 공원에 들어가서 트레일 기점까지 타고 갈 셔틀 버스
타는 곳과 주차장, 그리고 첫 운행 시간도 알아 놓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근처 마트에서 다음날 먹을 샌드위치도 사고 간식 에너지 바,
충분한 물도 준비했다.
중앙 주차장에서 사우스 카이밥 트레일 기점으로 가는 버스는 종점이
일출 전망으로 유명한 곳인데 그날은 5시 반에 운행을 시작했다.
내가 탄 날 세 커플이 함께 타고 갔는데 그 중 두 커플이 트레일 기점에서
내렸고 한 커플은 계속 타고 간 것으로 보아 바로 다음 정거장인
야키 포인트로 일출을 보러 간 것 같았다.
아직 캄캄한 트레일 시작점에 내려 헤드랜턴을 켜고 간이 화장실에도 들르고
몸을 살살 움직여도 보며 조금 밝아지기를 기다렸다가 6시 경부터 본격 트래킹을
시작했다. 해 뜨려면 1시간 정도 남았지만 여명과 함께 아직 지지 않은 휘영청
둥근 보름달이 새벽 어둠을 걷어 내고 있었다.
버스에서 함께 내린 다른 커플은 어느새 쌔~앵 내려가고 없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