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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마을>산마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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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15 10:59

바보가 짓는 농사5

조회 수 98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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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날 마신 소주의 후유증은 전신을 휘청거리게 한다.
이마엔 굵은 땀방울이 뚝! 구르고, 써늘한 한기가 든다.

이런걸 사람들은 식은땀이라 할까..(?)

기분이 별로다..
그래도 내 손에잡힌 괭이는 묵묵이 땅을 향하고,
지난 며칠간의 휩쓸렸던 마음을 씻을길은 오직 이것이 아닐까.

땀은 근심을 없에 준다지.. !

그래 해보자!

미친듯이 땅을 파보는거야!

손에 끼었던 장갑도 너덜너덜 던져 버리고,

들고 있는 괭이가 무거워 아래로 자꾸만 떨구니 나도 몰래 내 발밑엔
밭 이랑이 절로 생기고 있었다.

얼쑤!

허참~

이젠 밭은 다 만들었다.

그런데 저 밭에 뭘 심어야할까?

허허허~(그것이 바로 나다!)

에라이 모르것다.(남자가 쪼짠하게시리 ~)

나머진 아내가 알아서 하것지,

그라고보면 우리집 채소들은 저절로 자란다.

여름내 고생해서 만지고 처주고 다듬었을땐 쎄빠질놈들이
더 삐실비실 하더만 가을 찬바람에 그만 팽개처두니 오히려 더
왕성한 세력을 과시하는데,(쎄빠질것들!..)

지난 갈 염소가 먹다남은 썩어빠진 호박통들을 우리 밖으로
휙~ 던져버린 것들이 절로 발아가되어

오히려 그녀석들이 더 우렁찬 호박을 나에게 덤으로 주고 있으니,
이기 잘되는건지 안되는건지 나도 헷갈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사람이나.. 짐승이나.. 저런 초물들이나..

너무 사랑을 쏟으면 안된다는것,(특히 여자에게는,,!)


그렇지만 지금까지 경험으로선 나도 차츰 농삿꾼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아즉 저기다 뭘 심어야 할지도 모르는 바보이지만
또 세월이 가다보면 새봄은 올거고

그때쯤 생각이 나면 지난 가을을 비웃지는 말아야지,
나는 바보이니까..


.





가을에 다시 살아난 고추는 발갛게 익엇다.
오늘은 고추를 따는 날이고, 이젠 제법 익숙해진 달구도 나들이를
나왔다.

그런데 이놈이 고추를 알까?

이리저리 지 맘대로 뛰어 다니는바람에 그날 나한테 차렷! 했다.

아무래도 고놈도 바보이지만 또 세월이 가다보면 그놈도
언젠간 고추 정도는 알란지도?...

음,,고추는 역시 맵다.(달구왈~^^)  
.


이곳이 우리 숙아가 모기한테 엄청 뜯기고 돼지한테 받힐뻔 했던
우리 집 작은 밤숲입니다.(엉덩이가 모가한테 물려서 커졌어요.^^)
비록 이런것들이 하찮은 것들이지만 저렇게 모기한테 혹사를 당하면서
끝까지 줍고 가려서 어느분들껜 골고루 전해져 갔을겁니다.

관심이 있던 분들은 아이까지 데리고 오셔서 직접 주워서 갔고요.

이곳에 있는 풀 하나 나무 하나 당신의 발 밑에 밟히는 잡초마져도
저희가 살아온 세월이었으니까요...
.


주워온 밤은 다시 한번 가려지고 그 중에서 상품만 고르다보면
마지막 남은 량은 체 얼마 되지를 않아요.

그래도 많지는 않았지만 간단하나마 생각히는대로 당신의 곁으로
보내 줄 수 있어 행복했다 하겠습니다.
.  


아마 저 고추는 서리가 내리기 직전까진 괜찮을것 같습니다.
처음 고추를 심으며 아무것도 모르고 심었지만 다행이 올핸 태풍이
오질 않아 여태껏 남아 있을거고요.

그라다보니 처음 묘종때 두어번 약을 치곤 그훈 한번도 치질 않았으니
저렇게 지은 농사를 뭐라하는감요?

에이 관두죠...

그렇다면 저가 말장난 하는 걸까요? ^^

서리가 내리때쯤 싱싱한 저 이파리와 풋고추도 따야 것는데...
잘 말렸다가 무우 말랭이까지 넣어서 빨간 고추장에 나물로 볶아무치면

저가 참 좋아 하거던예!^^

처갓집 장모님이 해줬어요!
.


올핸 우리집만이 아니고 처갓집 장모님께서도 고추는 풍작입니다.
.


들깨도 난생처음 심었습니다. 그런데 저걸 어째 수확하는건지
그냥 풀베듯 달려드니까. 숙아가 고마 자기가 벤다 하데예, ㅋ~
그래도 숙아는 지리산 산골 여자이거던예,(산청군 금서면 향양리)

그래 니 잘한다! 맨날 니가 해라!^^
.

?
배추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진주 저희 아버지께선 물도 주고
거름도 더 하라지만 저는 그냥 저대로 둘랍니다. 작년에 저희 처갓집에서
속이 덜찬 시퍼런 배추로 김치를 담았더만 더 맛있었거던예!

올해도 김치를 여유있게 담거서 손님들께 많이 드려야지예,
.


밭은 있고 남들이 이것저것 심길래 나도 따라 장간다고 심기는 골고루
심었답니다. 그런데 저걸 다 우째야 할란지 커기는 잘도 컨다.
에라이 안되면 염소나 베다 주지 뭐~  

설마 지난 여름 수박처럼 썩이지는 안것지!^^
.


무우는 조금 늦은 파종에 이기 뿌리가 들까요?
이제 겨우 이만하거던예, 허참~


여튼 토란도 심었고, 골고루 심었습니다. 동네 할머니가 뿌리를
키울라면 이맘쯤 순을 베라 하데예, 그래서 삭뚝 베버렸드만
울숙아는 싹뚝 벴다고 난리고!
누구 말이 맞는건지?
.


시금치는 지금 심는거라 하데예, 싹은 잘 났어요.  


이 사진은 이번에 담은 사진이 아니고예,처음 채소들이 싹이 올랐을때
입니다.이젠 많이 자라 오늘 울 숙아가 처음 김치를 만들고 있는데,
이번주말에 오시는 분들은 맛있게 드실 수있을테지요.

그라모 김치도 묵고 가을도 묵고 하거러 한번 오이소! ^^

앗! 이글 써는데 불러서 가보니 울 숙아 벌써 김치 다 만들었습니다.

"갓김치" "무시김치" "배추김치"

히야! 맛있어요!  



이상 털보가 전하는 가을(텃밭) 소식이었습니다.

  • ?
    오 해 봉 2005.10.15 16:18
    청곡님의 산촌일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고추 밤 배추 무우 토란 시금치등 지리산의 가을이군요,
    저 하얀달구는 검은별님이 기르던 달구인가요,
    태극종주 사전답사를위해 내일새벽에 밤머리재에서 동부능선에
    오릅니다,
    조만간에 틈을내어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 ?
    털보 2005.10.16 05:39
    오해봉선생님 태극종주 잘 다녀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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